[SF소설] 머나먼 별을 보거든 - 17회

불행의 징조

등록 2006.05.30 17:37수정 2006.05.3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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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럭 부시럭

이상한 불을 들고 다가오는 짐승은 그리 주의 깊은 사냥꾼은 아니었다. 솟이 예전에 상대한 표범은 상대에게 몰래 다가갈 때는 숨소리조차 내지 않는 상대였다. 어느덧 수이도 눈을 떴고 오시가 숨어있는 나무도 슬쩍 잔가지가 흔들거렸다. 팽팽한 긴장감이 나무와 나무사이를 타고 전해져 왔다.


-좀 더 지켜보자.

솟과 오시는 불꽃을 응시했다. 불꽃은 새로운 짐승의 모습을 똑똑하게 보여줄 지표였다. 마침내 풀숲이 열리고 노랗게 비친 짐승들의 모습이 솟, 수이, 오시의 시야에 들어왔다.

-아!

수이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낼 뻔 하다가 안으로 삼켰다. 짐승들의 모습은 수이의 눈에 괴이하기 그지없었다.

짐승들은 모두 셋이었는데 앞에선 하나가 이상한 불꽃을 들고 있었고 하나는 기다란 검은 몽둥이 같은 것을 세워서 들고 있었다. 그 짐승들은 몸에 이상한 가죽을 걸치고 있었고 얼굴은 죽은 사람처럼 창백했으며 털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커다란 눈에 입이라고 생각되는 부위에는 마치 칼로 그은 것 같은 자국만이 나 있을 뿐이었다. 솟과 수이는 자신들이 아직도 잠들어 있는 것이 아닌 것인가 의심이 들 지경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넋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더구나 짐승들의 크기는 사람과 비교해서 오히려 조금 작아 그리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불만 피어오르고 있는 채 아무것도 없는 것을 본 짐승들은 자기들끼리 알 수 없는 소리를 웅얼거렸다. 그들이 막대기로 모닥불을 슬쩍 헤집어 보는 순간, 나무위에서 솟이 힘껏 던진 돌이 허공을 가르며 검은 몽둥이를 세워든 짐승의 안면에 정확히 내려 꽂혔다.


-크라악!

짐승은 괴상한 소리를 지르며 두발이 땅으로 솟구쳤다가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돌에 세게 맞긴 했지만 쓰러지는 모양새부터 가벼운 나무토막마냥 사뭇 이상했다. 짐승들이 당황해할 틈새도 없이 솟의 손에서 두 번째 돌이 날랐다.


-처억!

이번에는 이상한 불꽃을 든 짐승의 안면이었다. 두 번째로 돌을 맞은 짐승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땅바닥에 꼬꾸라졌다. 마지막 한 놈이 돌을 피해 달아나자 나무위에 있던 오시가 용기를 내어 몽둥이를 들고서 비명소리와 함께 뛰어내려 짐승을 뒤쫓았다.

솟도 나무에서 뛰어내려오며 표범을 잡던 때를 떠올렸다. 표범형제는 솟이 나무위에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사람을 만만한 사냥상대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 경계하지는 않았다. 먼저 표범형제의 동생 그란이 성큼성큼 솟이 있는 나무위로 기어 올라갔다. 솟은 돌을 단단히 움켜잡고 표범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고서는 돌을 던졌다. 돌이 날라올 것이라는 예측을 전혀 하지 못한 그란은 미간에 정확히 돌을 맞고서는 두개골이 으깨져 죽고 말았다. 동생의 최후를 본 형 과하는 좀 더 신중했다. 풀숲에 조용히 숨어 있다가 그란을 해친 솟이 나무에서 내려오자 덤벼들었다. 그때 뒤늦게 달려온 이락과 오시가 아니었으면 솟은 속절없이 죽었을 터였다. 사람들이 돌팔매질과 고함소리로 과하에게 상처를 입히고 멀리 쫓아낸 후 녀석은 다시는 사람들 주위를 얼씬거리지 않고 사냥터를 옮겨 먼 곳으로 떠났다.

-내려가도 돼?

수이가 놀란 표정으로 소리치자 솟은 그대로 나무위에 머물라는 뜻으로 수이에게 손을 올려 보였다. 눈에 보인 짐승은 셋이었지만 그때 그 표범처럼 매복이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조심스럽게 쓰러진 짐승에게 다가간 솟은 그들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고 온몸에 소름이 돋아오를 지경이었다. 하나는 얼굴이 함몰되어 노란 액체를 흘리며 죽었고 하나는 이상한 소리와 함께 몸을 비틀고 있었다. 이상한 불꽃은 땅바닥에 떨어져 있었음에도 여전히 하얗게 빛을 내고 있었다.

-ㄱ랴^호ㅗ......

솟은 몽둥이를 높이 들어 수 십 번을 후려치고 또 후려쳐 신음소리를 내는 짐승의 숨통을 마저 끊어 놓았다. 그리고 안심할 수 없었는지 얼굴이 함몰되어 죽은 짐승에게도 서 너 번의 몽둥이질을 더 가했다.

-솟! 이리와!

멀지 않는 곳에서 오시의 긴박한 목소리가 들렸다. 솟은 잠시나마 오시를 홀로 놓아둔 것에 가슴이 철렁했다. 솟은 몽둥이를 단단히 움켜잡고서는 죽인 짐승을 밟으며 오시가 소리친 곳으로 조심스레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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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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