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소로 들어가고 있는 아들김혜원
올해 만 20세가 된 아들은 이번 지방선거에 자신이 유권자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 감격스러운가 봅니다.
18세 생일이 지난 후 병무청에서 온 신체검사 통지 이후로 또 다시 국가로부터 뭔가 해야 할 일이 있음을 통지 받은 녀석은 생애 첫 투표를 어떻게 행사해야 하는지 투표방법과 과정, 그리고 후보자 등 이런 저런 궁금함을 물어옵니다.
"이번 투표는 몇 명이나 뽑는 거예요? 잘 모르는 사람들이던데 엄마는 누굴 뽑을 건데요?"
아들은 이번 선거 후보자가 워낙 많고 복잡해 잘 모르겠다는 나의 대답이 시원치 않았던지 인터넷으로 지역에 나오는 후보들에 대해 정보를 알아본 모양입니다.
아들은 첫 번째 선거니 만큼 후보와 공약을 찬찬히 살펴보고 찍겠다며 '공약이 먼저'라는 나름대로의 투표기준을 설명합니다.
"우리 지역은 교육 분야를 발전시키면 좋을 것 같았는데 마침 그런 공약을 내놓은 후보가 있네요."
"누군데?"
"이아무개라는데요? 엄마도 들어본 사람이에요?"
"모르겠네. 처음 듣는 사람이야. 무슨 당인데?"
"B당이요."
"엥, B당?"
"당이 어때서요?"
"뭐 어떻다기보다는 그냥 기왕이면 다른 당 인물이면 어떨까 하고."
"당이 무슨 소용이에요.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할 것인지 공약이 중요하지. 엄만 당만 보고 찍어요?"
'공약선거'를 해야 한다는 아들은 선거운동원들의 잘못된 선거운동에도 실망했다고 합니다.
"전화 걸어서 무조건 무슨 당 누구이니 잘 부탁드린다는데, 그 사람이 누군지 알고 뽑느냐구요. 그래서 공약이 뭐냐고 했더니 무조건 열심히 하겠대요. 그러고 보니 다들 엄마처럼 당만 보고 뽑는가 봐요. 당만 보고 뽑으면 실제 무슨 일을 하는지는 관심도 없다는 거예요?"
"다들 비슷비슷하지 않을까? 다 열심히 하고 잘 하겠다잖니. 그러니 기왕이면 지지하는 정당 사람을 뽑으려는 거지."
"말도 안 돼요. 지자체의 장은 지역에서 직접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인데 어떻게 당을 보고 뽑아요? 길에서 후보자인지 운동원인지한테 명함을 받았는데 명함에도 이름과 경력, 어떤 당인지만 나와 있더라구요. 당을 보고 뽑아달라는 거잖아요."
첫 선거를 하는 아들은 어른들의 선거 문화가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면서 공약이 필요없는 선거라면 뭐 하러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지역사람을 뽑는지 모르겠다고 아픈 소리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