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 머나먼 별을 보거든 - 19회

우주 저 편에서

등록 2006.06.02 18:18수정 2006.06.0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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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저 편에서

-하쉬, 나의 고향


오랜 시간의 잠에서 제일 먼저 깨어난 아누는 목적지 행성인 뵈이시에 거의 다다른 것을 보고 깊은 감상에 잠겼다. 3000카쉬에(하쉬행성의 거리 개념으로서 지구의 거리개념으로는 1천광년)를 동면상태로 날아오면서 아누는 그리운 고향의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추억을 되 돌이켜 보았다.

하쉬를 떠나던 날 가족과 친구들은 다시는 못 볼 아누를 전송하며 이별을 슬퍼했다. 하쉬행성을 위한 756번째 대장정을 위해 40명의 대원을 이끌고 우주 탐사선에 몸을 실은 아누는 관측된 결과로 보아서 하쉬행성과 비슷한 환경을 가진 행성을 보유했을 가능성이 높은 해이셔 성의 뵈이시 인근에 성공적으로 도달할 수 있었다. 해이셔성의 소용돌이는 마치 외눈박이 생명처럼 아누가 탄 우주선을 노려보고 있었다. 섬뜩한 메탄과 암모니아의 줄무늬가 빙글빙글 도는 눈앞의 뵈이서 행성은 마치 당장이라도 우주선을 집어 삼킬 것만 같았다.

-선장님, 일찍 일어 나셨군요.

아누의 뒤에 어느 새인가 에아가 동면에서 깨어나 서 있었다. 에아는 끈끈한 음료가 담긴 잔을 들고 서 있었다. 아누는 잔을 들며 에아에게 인사했다.

-3000카쉬에를 건너 뛰어 다시 만나는군.


아누는 앞으로도 이런 행운이 이어지기를 바랐다. 아누가 탄 탐사선을 포함해 앞서 다른 곳으로 떠난 수 백 척의 탐사선들이 하쉬행성과 동일한 조건의 행성을 찾아낼 확률은 희박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하쉬행성의 생명들은 이 탐사를 결코 멈출 수 없었다.

-이 태양계에 대한 자료를 파악했습니다. 매우 낙관적입니다.


엘릴이 홀로그램 모니터를 들고서는 아누에게 다가왔다. 엘릴은 탐사선에 탄 41명의 승무운 중 가장 먼저 일어나 이 신비로운 태양계에 대한 자료를 모두 파악해 두고 있었다.

-현재 보고 있으신 행성 뵈이시는 하쉬에서 미리 파악한 바와 마찬가지로 메탄과 암모니아의 대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해이셔성의 중심에서 다섯 번째의 행성이라는 점도 파악되었고 다수의 위성을 거느리고 있습니다만 모두가 생명체가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뭐가 낙관적이란 말인가

아누는 실망스러운 기색으로 말을 던졌다. 그도 그럴 것이 고향별인 하쉬는 뵈이시와 같은 거대한 행성의 위성이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하쉬성의 과학자들은 여러 이설에도 불구하고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이 조성되려면 거대한 행성의 위성이라는 요건을 충족시켜야 된다는 학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아직 실망하기에는 이릅니다. 잘 들어 보십시오. 안주박사의 학설이 맞는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습니다. 해이셔의 세 번째 행성 사진입니다.

엘릴이 홀로그램 모니터를 작동하자 파란 행성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아누와 에아는 매혹적인 그 행성의 모습을 보며 잠시 말을 잊었다.

-좀 더 상세한 탐사가 필요하지만 이 행성은 분명 생명체가 거주할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쉬처럼 거대한 행성을 끼고 있지는 않지만 대신 큰 위성을 끼고 있어 안정적인 환경이 조성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푸른빛은......? 마치 메탄의 대기 같은데.

-아닙니다. 표면에 가득 찬 물입니다.

아누는 매우 놀라워하며 행성의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이렇게 풍부한 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 혹성이 매우 젊은 나이라는 얘기지요.

-그렇다면 그 혹성에 살고 있는 생명체들이 문명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을 확률은 매우 낮겠군요.

어느새 또 한 명의 승무원이 다가와 홀로그램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에아가 그 승무원에게 눈을 흘겼다.

-짐리림, 그 문명이라는 게 무엇을 기준으로 얘기하는 것이죠? 도구를 만들 줄 안다는 것? 언어를 가지고 있다는 것?

-문명이라는 것에 대해 명백한 정의가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입니까? 아니면 나와 쓸데없는 논쟁을 벌이자는 것입니까?

-그만들 하게 긴 잠에서 일어나자마자 싸움인가.

아누는 에아와 짐리림의 논쟁을 막은 뒤 다시 홀로그램 모니터 속에서 고요히 자전하고 있는 매혹적인 푸른 행성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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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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