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전 총리오마이뉴스 권우성
도무지 반등을 보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 지지율, 보선에서의 거듭된 패배, 지방선거에서의 유례없는 참패 등을 감안하고, 한나라당이 경상도라는 확고한 지역적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여당 일각에서 나오는 얘기도 나름대로 이해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
생각해보면 87년 대선 이후 대한민국 선거지형에서 '지역주의'는 가장 강력한 상수(常數)였다. YS가 3당 합당을 통해 호남 고립에 성공함으로써 대통령이 될 수 있었고, DJ가 JP와 DJP연합을 통해 영남을 포위함으로써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 대통령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호남과 충청(물론 충청의 지지는 행정수도 이전 공약에 기인한 바가 컸다)의 전폭적인 지지가 결정적이었다. 백천간두의 위기에 몰린 여당입장에서야 지난 두 차례의 대선승리전략을 답습해 내년 대선에서도 승리하고픈 유혹을 느낄 법 하다.
그러나 여당에게는 대단히 미안한 말이지만, 지역대결구도를 통한 대선필승전략의 유통기한은 이미 지났다. 전라와 충청의 지역연합이 영남을 누르기 위해서는 두가지 전제가 필수적이다. 하나는 전라와 충청의 표가 최고도로 결집해 여당 후보에게 향해야 하며, 둘째는 영남 표가 적잖이 분산되어야 한다.
DJ와 노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위의 두 요소를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DJ와 노 대통령은 전라와 충청의 표를 최대한 흡수했을 뿐만 아니라, DJ에게는 이인제라는 우군(?)이 등장하여 영남 표를 분산시켰고, 노 대통령은 그 자신이 영남 출신이었기에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영남 표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설령 여당이 차기 대선을 앞두고 고건·민주당·국민중심당 등과 반 한나라 연합을 구축한다고 하더라도, 위에서 적시한 두가지 요건을 충족시키기는 매우 어렵다. 주지하다시피 전라와 충청의 결집도는 이미 현저히 이완된 상태이다. '호남자민련'으로 전락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민주당이나 고건 전 총리, 충청도를 기반으로 하는 국민중심당이 결합한다고 해서 전라와 충청의 표심이 고도로 결집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반면 경상도 사람들은 10년 만에 정권을 찾아와야 한다는 일념으로 똘똘 뭉친 상태이다. 이인제 학습효과로 인해 이인제와 같은 배신자(?)가 다시 등장해 영남 표를 분산시킬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낮다.
자, 이처럼 현실정치지형을 냉정히 살펴보면 지역대결구도 혹은 '동서 3차 대전'을 통해 여당이 한나라당을 꺾을 수 없다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여당은 지역대결구도를 통해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다는 헛된 망상을 접는 것이 좋을 것이다.
총체적이고 구체적인 사회경제적 개혁 프로그램
기실 선거에서 승리하는 길은 간단하다. 상대방 지지자들 보다 우리편 지지자들을 더 많이 투표장으로 향하게 만들면 되는 것이다. 상대방 지지자들을 귀순(?)시키는 일은 수고롭기만 하고 보답은 적다.
영남패권주의에 감염되었든, 극우 반공 프레임에 포획되었든, 대한민국에는 선거 때면 언제나 한나라당에게 표를 던지는 유권자가 30~35%는 된다. 이들은 천지가 개벽하지 않는 한 한나라당에 대한 종교적 지지를 철회하지 않는다.
따라서 여당이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전통적 한나라당 지지층에 대한 관심은 끊고 범 개혁세력을 결집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총체적이고도 구체적인 사회경제적 개혁 프로그램의 마련에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
명확한 사회경제적 개혁 프로그램의 제시 없이 지역대결구도를 통해 대선에 임하는 것은 자살행위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여당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설혹 명확한 사회경제적 개혁 프로그램을 가지고 차기 대선에 임해서 패하더라도, 그 패배는 의미있는 패배일 것이며 훗날을 도모할 수 있을 있는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지금 여당에게 필요한 것은 한국사회 전 부면에 대한 총체적 개혁 프로그램의 마련, 그리고 그 중에서도 사회경제적 개혁 프로그램의 마련임을 기억하라!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에서 협동사무처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대자보와 뉴스앤조이, 다음 블로그에도 기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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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적 '반 한나라당 연합'은 유통기한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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