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 장지 뱀이 마중을 나왔어요"

전교조 서산지회, 서산 용현리 국유림에서 1일 생태학교 열어...

등록 2006.06.05 20:06수정 2006.06.0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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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이 목교에 앉아 흰 천에 나뭇잎 무늬를 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목교에 앉아 흰 천에 나뭇잎 무늬를 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안서순
"자, 장단을 맞춰 살짝 살짝 두들기세요."

갖가지 나뭇잎과 풀잎을 따다가 흰 천 위에 올려놓고, 천을 다시 반으로 접어 미리 나누어준 숟가락으로 두들기니 그대로 나뭇잎과 풀잎이 묻어나 물이 들었다.

전교조 서산지회는 지난 4일 오전 11시 충남 서부지역에서 숲의 생태가 가장 잘 보존되어 있다는 충청남도 서산시 운산면 가야산 자락에 자리한 용현계곡에서 '생태학교' 문을 열었다.

이날 열린 생태학교는 자연생태를 통해 자연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참가자들의 생태적 감수성을 키워 이를 통한 올바른 인생관을 형성하고, 자연과 함께 하는 공동체 의식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초중등학교 교사 등 어른 14명과 초·중·고등학생 20명은 생태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 용현계곡을 무지개처럼 가로지른 나무로 만든 '목교'를 건너야 했다. 목교를 건너기 전에 이들은 이날 행사에 초빙된 내포생태연구소의 생태학교 저어새(해설 안내자마다 새이름을 부여했다) 선생님과 함께 '숲의 정령'에게 "들어가도 될까요"고 물었다. 그리고 '숲의 정령'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얼룩 장지뱀'이 폴짝거리며 다리를 건너왔다.

나뭇잎을 덮은 흰 천을 참가자들이 숟가락으로 두둘겨 무늬를 박고 있다.
나뭇잎을 덮은 흰 천을 참가자들이 숟가락으로 두둘겨 무늬를 박고 있다.안서순
"봐요, 장지뱀이 마중을 나왔네요, 이건 들어와도 좋다는 거에요." 저어새 선생님의 말에 일행이 "와" 소리를 질렀다.

이날 프로그램은 '흰 천에 나뭇잎 물들이기', '천연염료인 치자, 소목 물들이기', '거울체험하기', '수서생물 관찰', '나무이름알기' 등 다채롭게 마련됐다. 목교를 건너가자 저어새 선생님의 숲에 대한 해설을 시작으로 이날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이 지역에는 다른 지역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쪽동백, 때죽나무, 산딸나무, 층층나무가 보이고, 줄참나무, 상수리나무, 굴피나무, 산초나무가 있고, 소나무 등 침엽수보다는 잎이 넓은 활엽수가 주종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게 다른 숲과의 큰 차이입니다."

"새종류는 박새류와 붉은 머리 오목눈이도 보이고, 진박새, 세박새, 어치 등이 둥지를 틀고 있습니다. 계곡 냇가에는 버들치, 갈견이, 얼룩 동사리 등이 있고, 새우가 있습니다. 새우 중에는 세뱅이, 엽새우가 눈에 띕니다."



나뭇잎과 치자, 소목으로 물을 들일 흰 천.
나뭇잎과 치자, 소목으로 물을 들일 흰 천.안서순
저어새 선생님의 해설이 끝나고 생태학교 참가들에게 숟가락 하나씩이 나눠줬다. 숟가락은 나뭇잎을 따다 흰 천에 나뭇잎 무늬를 들일 때 나뭇잎을 감싼 천을 두들기는데 사용되었다. 어른, 아이할 것 없이 모두 '목교' 위에 앉아 숟가락을 두들겨댔다. 이이들은 신나서 두들겼다. 나뭇잎 무늬가 든 흰 천은 다시 치자와 소목의 천연염료로 다시 치장되었다.

기러기 선생님이 "치자 염색은 치자나무 열매를 삶아서 색을 얻을 수 있고, 소목염색은 소목나무를 잘라 말린 다음 이를 다시 삶으면 이와 같이 예쁜 분홍색이 얻어 집니다"며 "각 가정에서도 쉽게 할 수 있어요"라고 쉽게 얻을 수 있는 천연염료에 대해 설명했다.

또 거울체험은 거울을 코 위에 올려놓고 열을 지어 걸어가며 거울에 비치는 풍경을 보는 것이다. '사물'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협한 시각을 벗고 다른 눈으로 세상으로 보게 해 보편 타당한 관념을 키우기 위한 것이다.

거울체험에 참가한 오석근 교사(38·운산초)는 "색다른 체험"이라며 "같은 사물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고 색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나뭇잎을 가위로 가로 세로로 자른 다음, 다시 원형대로 맞추어보는 나뭇잎 퍼즐은 교사와 어린이 모두가 어려워했다.

생태학교 관계자는 "조각난 나뭇잎을 제대로 맞추기 위해 애를 쓰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나뭇잎에 대한 애착과 나무에 대한 사랑, 숲의 중요성에 대해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참가한 어린이들이 수서생물을 관찰하고 있다.
참가한 어린이들이 수서생물을 관찰하고 있다.안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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