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 리터가 들어가는 거대한 기름탱크로 한겨울엔 15일 정도 사용한다고 한다조태용
최근에는 유가 상승에 따른 난방비 증가에다, 찾아간 농장처럼 일본 수출을 주로 하는 장미농장의 경우 요즘 엔화 가치 하락에 따른 환차손 때문에 손해가 많다고 한다. 처음 장미를 일본에 수출할 때 엔화가격은 100엔당 1200원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얼마인가? 오늘 엔화 환율은 100엔당 844원이다.
결국 장미농장을 포기하고 파프리카나 방울토마토 같은 대체 작물로 전환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전환을 위해서는 적어도 1억 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하니, 수익성이 떨어져 이미 어려운 농가가 작목을 전환하는 것도 그리 쉬운 일도 아니다. 결국 진퇴양난에 빠져버린 것이다.
장미농장 무엇이 문제인가?
장미농장의 가장 기본적인 설비는 비닐하우스와 난방기구 그리고 양액을 공급하는 라인시설 등이다. 즉 거대한 비닐로 만든 하우스와 2만 리터가 들어가는 오일탱크 그리고 수경재배를 위해 양액공급장치들이 있다. 그리고 장미가 있다.
이들의 공통점 하나를 뽑으라고 한다면 모두 수입산이라는 것이다. 비닐하우스의 원료는 원유이고 양액 역시 수입품이다. 라인은 플라스틱이고 원재료는 원유다. 그리고 가장 큰 비용인 난방 역시 석유다. 즉 수입품이다. 거기다 장미까지 외국에 로열티를 줘야 한다. 즉 장미의 설비와 운영이 모두 수입품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땅과 태양 그리고 농부만이 우리의 것이다. 모두 대외종속적인 구조를 가지고 출발했던 것이다.
장미농장은 대외의존적인 한국의 경제구조와 꼭 닮았다. 장미 농사는 90년 중반 정부 지원 사업으로 확대되었는데 우리나라 경제구조를 농촌에 이전하려는 정부 의지였던 모양이다. 원자재를 수입하여 값싼 지대와 노동력을 통해 생산하고 수출한다는 전략 말이다. 장미도 한때는 잘되는 듯했지만 IMF와 원유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 그리고 난방이 필요 없는 인도나 중남미 국가와의 경쟁에서 타격을 받아 휘청거리고 있다.
그렇다면 농업의 장밋빛 대안은 있는가?
정부의 농업 정책은 3가지로 말할 수 있다. 기업농, 전업농, 상업농이다. 그러나 이미 한국 농업은 끝도 없는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봐서 이미 정부 정책은 실패했다. 그나마 정부 정책자금과 지원을 받고 정부시책에 따라 의욕적으로 일을 추진했던 농부들은 빚에 허덕이고 있다. 농민들의 부채탕감을 외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시골에는 이런 말이 있다. "정부가 하라는 대로만 안 하면 빚은 지지 않고 산다"는 말이다. 농부인 기자의 아버지가 자주 하는 말인데 그래서 그런지 아버지는 농사를 져도 빚은 없다.
장미농장을 운영하는 분은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전통적인 가족농의 복원 그리고 다각화된 농업을 통한 유기농업 방식만이 농부가 농부답게 사는 방법이라고 말이다. 즉 "농업의 미래는 소농 중심에 가족농을 중심으로 한 유기농업"이라는 것이다.
또한 전업농이 아닌 다양한 농사를 짓는 겸업농이 필요하다고 한다. 계란도 한 바구니에 담으면 위험하다고 하지 않는가? 분산 투자를 하라는 말인데 정부는 한 가지 농업에 올인해서 규모화하고 전문화하라고 한다. 하지만 한 가지에 올인한 농부는 그 작목의 가격이 폭락하면 그대로 망하게 된다. 농촌에 가서 빚이 많은 농가를 찾아봐라. 아마 대부분 대규모 시설재배를 통해 한 가지 작목에 올인한 농가들일 것이다.
즉 한 가지 작목에 올인하기에 위험이 너무 많고 그것을 극복하기엔 한국 농촌 현실은 그리 넉넉하지 않다. 장미농장도 예외일 수 없었다. 또한 한번 대규모 시설재배에 발을 들여 놓은 농부는 이미 얻은 빚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늪에 빠져 버려 행복이라는 말은 저 멀리 사라져 버린다. 그들은 이제 예전의 소농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그러나 돌아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