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왼쪽)이 13일 테헤란에서 알리 라리자니 이란 최고 핵협상대표(오른쪽)와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마흐무드 마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지난 4월 13일 이란은 우라늄 농축 활동에서 조금도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하고 이란을 핵 국가로 대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
핵문제를 둘러싸고 정면 충돌로 치닫던 미국과 이란 사이에 대화 움직임이 싹트고 있다. 유화적 분위기는 부시행정부가 이란과 직접 대화에 나설 의사가 있고, 이란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포기하면 핵기술 지원도 가능하다는 태도변화에서 비롯되었다. 미국이 이란과 직접 대화 의사를 밝힌 것은 1979년 이후 처음이다.
미국은 이러한 양보안을 바탕으로 지난주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P5+1) 등 6개국 외무장관 회담에서 협상안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번주 들어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 외교정책 대표는 테헤란을 방문해 이란측과 집중적인 협의에 들어갔다.
미국의 양보안이 포함된 협상안을 받은 이란의 분위기도 온건해지고 있다. 알리 라리자니 이란핵 협상대표는 솔라나 대표를 만난 직후, "(협상안의) 각 조항들을 면밀히 검토한 뒤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미국 주도의 이 안에는 긍정적 조치들과 좀더 분명하게 밝혀야 할 모호한 내용들이 혼재돼 있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이란이 협상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부시행정부가 태도를 바꾼 이유
관심의 초점은 그동안 이란과의 직접 대화 불가를 고수해왔던 부시행정부가 태도를 바꾼 이유와 협상안의 구체적 내용이다.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독일 등 6개국은 협상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이란의 우라늄 농축 활동포기를 조건으로 ▲경수로 제공 ▲미국의 핵 기술 지원 ▲이란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지원 ▲보잉사 항공기 부품과 미국 농업기술 이란 판매 허용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협상안은 이전에 유럽연합 주도로 만들어진 방안에 비해 발전된 내용이 있다. 미국이 대이란 무역제재를 완화하고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반대하지 않으며, 핵기술 이전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은 새롭게 추가된 내용이다. 그러나 이란에 대한 안전보장 방식은 공개되지 않아 향후 협상과정에서 이 문제가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미국이 한발 물러선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협상 이외에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유엔 안보리를 통한 대이란 제재는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용이하지 않고, 설사 제재에 들어가더라도 이란의 석유 무기화를 촉발해 이란 경제뿐만 아니라 세계경제를 뒤흔들 수 있다.
무력 사용도 현실적 방안이 아님은 물론이다. 이란 핵시설을 정밀 타격해 이란의 핵개발을 늦출 수는 있지만, 오히려 이 방안은 이란의 핵개발을 '평화용'에서 '군사용'으로 전환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또한 이라크 사태와 맞물려 전선을 중동 전체로 확산시킬 위험이 있고, 이란이 석유 금수 조치에 나서 이란발 세계석유파동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이라크 사태의 장기화로 전쟁에 신물난 미국 국민이 이란 폭격을 지지할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미국 안팎에서 점증해온 부시행정부에 대한 압박도 한목 했다. 이란 핵문제가 악화일로를 걷자 미국의 일부 언론과 싱크탱크, 그리고 민주당 및 공화당 일각에서조차 부시행정부는 이란과의 직접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또한 유럽연합과 중국, 러시아 등 이란 핵문제의 핵심 당사국들도 미국에게 직접 대화를 촉구해왔다. 이 상황에서 부시행정부가 이란과의 직접 대화 '불가'를 고수할 경우, 대이란 강경책에 대한 명분을 확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미국 안팎에서 부시행정부가 고립되는 상황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부시 대통령에게 이란과의 대화를 거부하면 미국과 유럽연합 사이에 심각한 균열이 초래될 수 있다고 보고하자 이를 전해들은 부시 대통령이 이란정책의 변화를 승인했다는 <뉴욕타임스>의 보도(6월 3일)는 이 분석을 뒷받침한다.
핵심은 '우라늄 농축'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