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 머나먼 별을 보거든 - 20회

우주 저 편에서

등록 2006.06.07 16:41수정 2006.06.07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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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누는 자신들이 발견한 행성의 이름을 ‘가이다’라고 명명하고서는 짐리림과 구데아에게 대기분석을 의뢰했다. 구데아는 자신이 고안한 손바닥만한 대기분석 탐사 위성을 띄웠고 짐리림은 생명체의 존재가능성에 대해 분석을 했다.

-가이다의 대기는 질소와 산소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가이다에 가까이 접근 해 탐사를 해 볼 수 있겠는가?

-별다른 위험요소는 없어 보입니다. 아마도 직접탐사해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구데아의 보고가 끝나기 무섭게 짐리림이 홀로그램 모니터를 들고 달려왔다.

-탐사선의 관측기로 분석한 가이다의 지표면입니다.

-지표면?


-예, 거의 물과 얼어붙은 양극관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온난한 지표면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는...

짐리림이 모니터를 작동시키자 아누가 보기에 놀랍고도 무서운 광경이 펼쳐졌다. 가이다의 지표면에는 초록색의 움직이지 않는 생명체가 장엄하게 사방을 뒤덮고 있었다.


-저게 무엇인가

아누의 웅얼거림에 구데아가 재빨리 대답했다.

-생명체입니다. 식물이죠. 분명 가이다에는 이 식물을 기반으로 수많은 생명체들이 꿈틀대고 있을 겁니다.

짐리림은 아누와는 달리 아무런 감흥 없이 시큰둥하게 쏘아붙였다.

-그러니까, 우리의 예상보다 좀 더 고등한 생명체들이 가이다의 환경에 적응하며 구석구석에 살아 꿈틀거리고 있다는 것이죠.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 정도는 예상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그 어떤 생명체가 문명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문명? 그것은 생명체의 울림일 뿐이야. 문명의 존재 여부가 생명체의 가치를 따지는 기준은 될 수 없는 것이지.

구데아가 불쑥 끼어들자 아누는 에아와 짐리림이 문명이라는 주제로 다투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급히 말을 가로막았다.

-가이다에 착륙해 조사를 벌여보자.

-그것은 좀 더 신중해야 합니다.

구데아가 홀로그램 모니터를 응시하며 중얼거렸다.

-가이다에는 눈에 보이는 생명체뿐만 아니라 온갖 미세한 생명체들이 가득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생명체들이 우리의 신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 알 수 없습니다.

구데아의 신중론에 짐리림이 불쑥 끼어들었다.

-그래서 탐사선에 싣고 온 것이 있지 않나. 슬레지엄으로 착륙지점을 말끔히 한 뒤에...

-그건 안 될 소리야!

구데아는 크게 화를 내었다. 슬레지엄은 만약을 위해 탐사선에 싣고 온 무기로서 광활한 지역의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을 살상하는 무기였다 일단 슬레지엄을 원하는 지역에 투하한 후 방역을 엄격히 하면 어떤 생명체가 있는 행성이라도 발을 딛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슬레지엄은 하쉬인들에게 많은 논란을 가져왔다. 하쉬인들의 역사에는 이 슬레지엄으로 엄청난 수의 생명을 멸종시키고 자신들도 수많은 희생을 치룬 뼈아픈 역사가 있었다. 비록 슬레지엄이 사용된 후 그 효과가 장기적으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하쉬인들은 이 무기를 봉인해 버렸다. 그럼에도 탐사선에 소형 슬레지엄 3기를 싣게 된 것은 탐사중인 하쉬인들이 호전적인 외계생명체와 무력충돌이 일어났을 때와 짐리림이 말했듯이 위험한 생물을 미연에 박멸하려는 이유로 적재한 것이었다.

-짐리림, 난 사실 슬레지엄을 이 탐사선에 싣는 것을 거부했다네. 하지만 총 위원회의 결정사항이니 할 수 없이 따랐을 뿐이네. 우리는 단지 슬레지엄을 싣고 있을 뿐이지 어떤 경우에도 결코 사용하지는 않을 걸세.

아누는 차근히 슬레지엄 사용에 대해 강한 거부의 뜻을 밝혔다. 아누는 애초 좀 더 의미 있는 연구 장비를 실어야 한다는 이유로 무기 적재소의 비중을 크게 낮춘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좁은 무기고에는 발사체를 포함한 슬레지엄 3기와 한명이 쓸 수 있는 무기인 광자총 2정이 전부였는데 아누는 그조차도 못 마땅해했다. 구데아에 이어 아누에게도 자신의 제안이 거부당하자 은근히 화가 난 짐리림은 홀로그램 모니터를 신경질적으로 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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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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