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 머나먼 별을 보거든 - 21회

우주 저 편에서

등록 2006.06.08 16:58수정 2006.06.08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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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해본 소리입니다.

짐리림은 진한 녹색 눈으로 구데아를 노려보며 자리를 비켰다. 아누는 짐리림의 태도가 못 마땅했지만 장기간의 여행에 따른 스트레스가 원인이라 생각하고서는 애써 그를 탓하지는 않았다.


-짐리림의 말도 어느 정도 맞는 구석은 있습니다. 가이다에는 무엇이 도사리고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짐리림이 나간 뒤에 구데아는 다시 한번 신중할 것을 아누에게 주지시켰다.

-그렇다면 탐사지점을 선정해 로봇을 내려 보내야겠군. 내가 탐사지침을 무시하고 너무 성급했어. 짐리림이 그것을 지적했는지도 모르지.

아누는 가이다의 온난한 육지지역에 탐사로봇 2기를 내려 보냈다. 탐사로봇이 쓸만한 분석 자료를 전송해 올 때까지 탐사선 안의 하쉬 행성인들은 무료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짐리림만이 그 무료함 속에서 유난히 분주하게 움직이며 탐사로봇의 자료를 누구보다도 먼저 분석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짐리림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에아와 구데아도 짐리림의 열성만큼은 인정해 줄 수밖에 없었다.

-예측했던 바입니다. 가이다에는 훌륭한 생태계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극미생물에서부터 거대한 생물까지 다양한 생명체가 존재하며 그것들은 서로 간에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다만 가이다의 기후는 불안정한 면이 많아 긴 공전 간격을 두고 빙하기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가하면 기후변화도 심한 것으로 예측됩니다. 지금은 빙하기에 접어 들어가고 있는 상태입니다.


에아의 보고에 아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짐리림이 대신 그 질문에 답했다.

-아시겠지만 우리의 고향 하쉬도 오랜 옛날에는 불안정한 기후와 환경이 반복되었습니다. 하지만 생명체들은 이를 훌륭히 이겨내었고 마침내 모든 환경이 균일하게 안정을 찾았지요. 그런데 지구의 생명체들은 하쉬의 생명체들과 차이가 있습니까?


-차이가 아주 큽니다.

이번에는 구데아가 말했다.

-일단 기본적인 분자구조가 다릅니다. 그리고 하쉬의 생명체들은 기본적으로 4쌍의 유전자 전달계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이다의 생명체들은 대게의 경우 2쌍의 유전자 전달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생명이란 본질과 유전자로 정보를 전달한데는 면에서는 그리 차이가 없군요. 게다가 4쌍이라고는 하나 쌍으로 치환되는 것은 다를 바 없더군요.

에아의 지적에 구데아는 좀 더 상세한 말을 덧붙일까 하다가 간단히 자신이 파악한 바만 전달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가이다의 미생물들이 당장 우리의 몸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는 않으리라 여겨집니다. 그들은 우리와는 너무 다른 생명들이기 때문에......

-아, 잠깐 가이다의 생명체들도 기본적인 목적의식이 있는 건가? 먹이를 섭취하여 생존하라, 번식하라, 그리고......

구데아는 짐리림이 끼어들자 에아에게와는 달리 급하고 퉁명스러운 투로 말했다.

-예, 가이다의 생명체들은 애초 하나의 공통조상에서 번성해 나간 것으로 짐작됩니다.

-우리는 가이다의 생명체들에게 그다지 환대받을 수 없는 존재겠군.

아누는 여덟 손가락으로 깍지를 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아누의 모습을 본 짐리림의 진한녹색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생명은 끊임없이 투쟁해나가는 것입니다. 그 투쟁에 뒤쳐진 생명체는 없어질 수밖에 없지요.

-가이다에서 생명체가 서식하지 않는 곳은 어디인가?

아누는 짐리림의 말을 무시하고 구데아에게 말했다. 짐리림은 다시 자신의 말을 하려 했지만 구데아가 재빨리 답했다.

-거의 모든 지역에 생명체가 존재하지만 가이다의 자기장 양극단은 생명체의 밀도가 극히 낮습니다. 특히 자기장 하단 방향이 그렇습니다.

-탐사지점은 그곳으로 정한다.

아누는 그것으로 회의를 마치려고 했지만 짐리림은 큰 소리로 이의를 제기했다.

-대장님! 가이다의 극지방은 탐사하기에 좋은 곳이 아닙니다! 그런 곳에서 무슨 탐사를 한다는 것입니까?

아누는 긴 손을 턱에 괴고서는 짐리림의 말에 무심히 대꾸했다.

-숨쉬기에 좋은 대기밀도는 여전하지 않나? 게다가 그 곳이라면 가이다의 생명체들과 조우하거나 충돌할 여지도 거의 없네. 이만 가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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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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