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서울 마포대교 난간에서 시각장애인들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항의하며 10여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은 농성 풀기를 완강하게 거부했다. 권 위원장은 유 장관의 호소에도 "우리 회원들은 사(死)와 활(活)이라는 두 갈래 길을 앞에 두고 있다"며 "우리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답했다.
농성을 주도하고 있는 박학성(39·안마사협회 경기지부 지도분과위원)씨도 "사람이 곤경에 처하면 어떤 식으로든 방법을 찾는데 우리는 어떤 방법도 없다"며 "국민들에게 죄송한 마음 금할 수 없지만 생존이 달려 있는 문제라 어쩔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 장관이 비대위 관계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는 동안 농성 중이던 여성 시각장애인들이 "우리는 안마 없이 살 수 없다"고 외치며 몰려들었다. 이들은 유 장관을 향해 "장관님, 살려주십시오!"라고 수차례 울부짖기도 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안마사협회는 지난 1일 안마사 자격과 관련한 '의료법개정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법안 개정을 협의 중이다. 하지만 안마사협회가 요구하는 입법안이 헌재 판결에 배치되는 점이 많아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 장관도 헌재 판결을 뒤집을 수는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유 장관은 권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헌재 결정은 헌법과 같은 위력이 있다"며 "법을 어떻게 바꾸든 헌재의 위헌 결정은 받아들여야 하고 정부가 이를 무시하는 대체입법을 하기는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이어 유 장관은 "예전처럼 시각장애인들이 안마사로 일할 수 있도록 폭넓게 하는 것이 정부가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유 장관은 약 30분간 시위 중단을 설득했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 채 오전 9시 50분께 마포대교 농성장을 떠났다.
한편 마포대교 여의도 방향 교각 위에는 6명의 시각장애인들이 플래카드를 걸어놓은 채 계속해서 농성을 벌이는 중이다. 이와 별도로 시각장애인청년연합회는 오는 10일 서울 마로니에공원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