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에 그려진 '도서관 사서'와 '책벌레' 그림이 깜찍하다.한나영
명색이 상장이라고는 하지만 한국에서처럼 지질이 두툼하거나 고급스럽지도 않다. 그냥 우리가 쓰는 A4 크기의 얇은 종이다. 상을 받았다고 하니 기분은 좋긴 한데 학교에서 시상한 내역을 들어보니 우습기 짝이 없다.
“엄마, 그런데 상 종류가 희한해. 별별 상이 다 있어?”
“뭐가 있는데?”
“늘 같은 친구하고만 어울려 다닌다고 해서 ‘트윈상’. 지각을 제일 많이 했다고 해서 ‘지각대장상’. 그리고 다른 사람보다 목소리가 크다고 해서 ‘큰목소리상’도 있고, 반대로 목소리가 제일 작은 애도 상을 받았어. ‘제일 크게 웃는 상’도 있고…. ”
“별 놈의 상이 다 있구나.”
“그것 뿐이 아니야. 선생님의 지시를 항상 복창하는 애가 있는데 그 애도 ‘선생님 따라하기’ 상을 받았고, 자기 사물함을 못 열어서 선생님에게 가장 많이 도움을 요청한 아이도 상을 받았어. 또 선생님이 말하면 자주 반항하는 아이, 글씨를 못 알아보게 쓰는 아이도 상을 받았고.”
딸의 말을 들어보니 상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희한한 상이 많이 있었다.
“엄마, 드레스코드(dress code)를 제일 많이 어긴 아이도 상을 받았어.”
교복을 입지 않는 이곳 미국에서도 복장에 대한 규제는 엄격히 있다. 바로 드레스코드가 그것인데 거기에는 학생들이 입어서는 안 될 옷에 대한 규정이 자세히 나와 있다.
예를 들면, 배꼽티나 어깨, 또는 등이 그대로 노출된 탱크탑(tank-top)이나 홀터탑(halter-top)은 안 된다. 반바지나 스커트도 너무 짧으면 안 되고, 속옷이 비치는 옷도 안 된다. 그리고 속옷이 드러나게 무릎 위가 찢어져 있어도 안 되고.
이런 식의 꼼꼼한 드레스코드가 학칙에 있는데 모두가 다 잘 지키는 건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이 드레스코드를 가장 많이 어긴 학생이 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환호했던 상도 있는데 그건 바로 팀리퍼럴(team referral)을 가장 많이 받은 학생이 받았던 상이라고 한다. 팀리퍼럴은 말하자면 축구에서 반칙을 했을 때 받는 옐로우 카드와 비슷한 것이다.
예를 들면 선생님에게 반항하거나 수업시간에 자주 떠드는 경우, 지각을 하거나 체육시간에 체육복을 입지 않는 경우에도 팀리퍼럴을 받는다고 한다.
지난 주, 작은 딸 학교에서는 이번 연도(2005-2006)의 마지막 수업을 앞두고 프레젠테이션이 있었다. 그동안 공부했던 내용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는 학부모들도 초대를 받았다.
그런데 앞에서 진행중인 프레젠테이션 도중에 떠드는 학생이 있었다. 학생들이 수강한 과목의 교사들도 모두 참석했는데 한 교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더니 떠드는 학생에게 다가와 명령을 내렸다.
“네 자리에서 일어나 저기 구석진 곳으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