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2% 감싸는 여당, 왜 존재하나

서민이 종부세 과세 대상?... 중산·서민 대변·개혁 모독 그만두라

등록 2006.06.14 11:05수정 2006.06.1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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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김한길 원내대표 등 7인의 상임위원과 8인의 비상임위원 전원이 참석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김한길 원내대표 등 7인의 상임위원과 8인의 비상임위원 전원이 참석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부동산 보유세 때문에 선거에서 참패했다?

열린우리당이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5·31 지방선거 패배 후 구성된 과도지도부 소속 의원들이 12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들을 보면 열린우리당의 앞날에 별다른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느낌을 지울 길이 없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열린우리당 비대위 상임위원인 김부겸 의원은 12일 오전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에 출연, "정부는 정책의 일관성 때문에 당연히 저런 소리(현행 정책의 유지)를 하는지 몰라도 저희(우리당)로서는 고민을 해야 한다"며 "계급장을 떼어놓고 치열하게 토론해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한 김 의원은 이어 "선거과정에서 '단지 집을 오래 보유하고 있었을 뿐인데 내 지역의 집값이 뛰었다는 이유로 왜 투기꾼으로 몰려야 하느냐, 왜 더 많은 세금을 중과 받아야 하느냐'는 지적이 많았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사실상의 개악검토를 시사한 것은 김부겸 의원만이 아니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열린우리당의 비상임 비상대책위원인 이호웅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 <최광기의 SBS 전망대>에 출연, "주택가격이 높다고 해서 1가구 1주택에도 보유세를 많이 부과하는 부작용을 막거나 선의의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배려나 조치들을 깊이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 의원은 "주택을 투기수단화해선 안된다는 부동산 정책의 기본방향은 불변"이라며 "그러나 처방이 진실로 유효한 것인가, 당장 국민에게 불안감을 주고 신뢰를 못주는 점이 없는가는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김 의원과 이 의원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말문이 막히고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아마도 이들은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원인 중의 하나가 8·31 부동산대책으로 상징되는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틀림없는 듯 하다.

쉽게 말해 이전보다 훨씬 많은 부동산 보유세를 납부하게 된 서민들이 여당에 등을 돌린 결과 여당이 전무후무한 선거 패배를 했으니 이제라도 부동산 관련 세제를 재검토하여 이반된 민심을 되돌리자는 것이 김부겸 의원과 이호웅 의원의 생각인 성 싶다.


종부세 과세대상자가 여당이 말하는 서민인가?

청와대 홈페이지
이들의 주장이 참이려면 8·31 부동산대책 등으로 인해 서민들의 부동산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났어야 한다. 그러나 실증적 근거들은 이들의 주장과는 정확히 상반된다.


주지하다시피 8·31 부동산대책의 핵심이라 할 세제 개혁안 중 보유세 부문은 과세 기준의 인하(주택의 경우 공시가격 9억원 → 6억원, 토지의 경우 공시지가 6억원 → 3억원), 과표 적용율의 인상, 세대별 합산 과세, 세부담 상한 조정 등의 방법을 통해 2009년까지 종합부동산세 대상자에 대해 보유세 평균 실효세율을 1%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그 골자다. 그 대신 거래세는 개인 간 주택거래에 한해 세율을 1% 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또한 양도세 부문에서는 실거래가 기준으로 전환하고, 1세대 2주택에 대해서는 50%의 세율을 적용하여 과세를 강화하는 동시에 동결효과를 유발하는 장기보유 특별공제 적용을 배제하기로 했다.

반면 8·31 부동산대책 발표 당시 정부는 종부세 대상이 아닌 저가주택들에 대해서는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재산세 과표를 현행 기준시가 50%에서 5%포인트씩 점차 올려 2015년까지 100%에 이르게 하고 세율은 종전대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결국 8·31 조치로 인해 보유세가 신경(?)쓰이게 될 사람들은 백보를 양보해도 종부세 부과대상자들 정도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의 숫자는 얼마나 될까?

금년 4월 건교부와 지자체에서 발표한 개별 주택 공시가격 발표에 따르면 종부세 부과대상이 되는 주택은(공동주택+단독주택)은 약 15만 8000호로서 전국 1301만호 주택의 1.2%에 불과하며 이 가운데 99.5%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고 한다.

물론 종부세 부과 대상이 토지에도 해당되기 때문에 전체 세대 가운데 종부세를 납부해야 할 세대 비율은 위의 통계보다 다소 높겠지만 여전히 전체 세대 가운데 극소수임이 자명하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김부겸 의원과 이호웅 의원은 보유세 부담 운운하고 있으니 이들에게 서민이란 종부세 과세대상자들 정도 되어야 하나 보다.

또한 김 의원과 이 이원의 발언을 살펴보면 이들이 부동산 보유세를 일종의 징벌적 세금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 보유세는 국가와 사회가 개인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개인이 지불하는 대가이며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1가구 1주택 실수요자라고 해서 부동산 보유세 과세 대상에서 예외가 되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국민에게 신뢰를 못 준 건 여당

강남구 포이동 266번지 자활근로대 마을. 거리부랑아와 극빈층의 자활과 근로의욕 고취라는 명분으로 군사독재 시절 정부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만들어진 이 판자촌은 공교롭게도 타워팰리스로 상징되는 초고층 아파트와 양재천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서있다.
강남구 포이동 266번지 자활근로대 마을. 거리부랑아와 극빈층의 자활과 근로의욕 고취라는 명분으로 군사독재 시절 정부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만들어진 이 판자촌은 공교롭게도 타워팰리스로 상징되는 초고층 아파트와 양재천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서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호웅 의원은 "당장 국민에게 불안감을 주고 신뢰를 못주는 점이 없는가는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정작 국민과 부동산 시장에 불안감을 준 건 여당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정부가 내놓은 10·29 부동산대책을 사실상 형해화시킨 것이 여당이었다.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에 대해서는 긴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8·31 부동산대책의 입법도 이런저런 핑계로 미적대다 시민사회의 압력에 밀려 겨우 성사시킨 여당이 아니었던가? 정부의 각종 부동산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부동산 시장이 동요하고 있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여당의 반개혁적 태도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여당이 이제 와서 불안감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아니 할 수 없다.

5·31 지방선거 패배는 사이비 개혁의 파산

돌이켜 보면 4·15 총선 이후 여당이 보여 준 행태는 '개혁'이라는 단어에 대한 환멸과 염증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기에 조금도 모자람이 없는 수준이었다. 여당은 한국사회를 모든 부면에서 업그레이드시키겠다는 강철 같은 의지와 비전, 확고한 개혁 프로그램 중 어느 하나도 가지고 있지 못했다.

5·31 지방선거의 참패는 수사(修辭)와 구호(口號)에만 의존한 '사이비 개혁'의 파산에 다름 아니다. 사정이 한결 나쁜 것은, 그래도 조금은 다를 것으로 생각했던 김근태 의원이 여당의 당의장이 된 이후에도 여당이 여전히 반개혁적이고 반서민적인 정책으로 일관할 조짐을 역력히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 의장이 연초에 '시장 친화적 토지 공개념'을 주창했던 사람이기에 실망감은 더욱 크다. 불과 반년도 지나지 않아서 자신의 주장을 정면으로 뒤엎는 김 의장의 언행은 이른바 여당내 '개혁파'의 실력과 수준을 알 몸 그대로 보여준다 하겠다.

여당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지금과 같은 현실인식과 대안수립 능력을 가지고 여당이 권토중래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개혁을 표방하고 창당하여 원내 과반 의석을 차지한 후 줄곧 개혁의 파산에 몰두해온 열린우리당! 이쯤에서 '개혁'에 대한 모독은 그만두고 차라리 해산하는 것이 어떨까?

자당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국회의원 자리를 보장하기 위한 목적이외에 열린우리당이 존재해야 할 어떤 이유도 찾지 못하겠으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에서 협동사무처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대자보와 뉴스앤조이, 다음블로그에도 기고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에서 협동사무처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대자보와 뉴스앤조이, 다음블로그에도 기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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