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4 부근의 비박지 부근의 누운바위이현상
빠른 등반을 위해 모든 식사를 행동식으로 대체하기로 한 우리는 따로 식사시간 없이 틈이 날 때마다 빵이며 소시지 따위를 먹으면서 계속 전진했다. 마침내 오늘의 목표 지점인 P14의 비박지에 다다랐다.
오전 7시 30분 등반을 시작한 후 오후 5시 10분에 P14에 도착했으니 약 10시간 만에 목표지점에 다다른 것이다. 애초 계획보다는 조금 빠르게 도착했다.
P14의 비박지는 큰 동굴 형태를 이루고 있고, 바위 틈에 한 두 사람 누울 수 있는 공간이 몇 군데 있다. 우리는 각자 짐을 풀고 바위에 모여 꿀맛같은 저녁을 먹었다. 비박지에서의 저녁은 평온하기만 했다. 모두들 무사히 등반을 마친 것을 축하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모든 게 쾌적할 수만은 없다. 밤 10시쯤 되자 거세게 불어대던 바람은 어느새 비바람으로 바뀌고 동굴 속 잠자리까지 빗방울이 들이쳤다. 입구 쪽의 동료들은 황급히 침낭과 매트리스를 챙겨 더 깊은 동굴 속 바위틈으로 대피했다.
바위 틈에 쪼그리고 앉아 밤을 지새우자니 영락없이 박쥐 신세다. 미친 듯 몰아치던 비바람도 새벽이 되자 잠든다. 긴긴 밤이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바위 사이 줄타며 등반 마치다
▲비박지에서 바라본 전망대쪽 풍경이현상
비바람이 그친 새벽 설악산의 골짜기에는 운무가 가득했다. 거대한 생물체처럼 운무는 살아 움직였다. 때로는 양처럼 조용히 계곡을 타고오르다가 때로는 용처럼 거세게 능선을 타고 넘었다. 밤새 추위와 비바람에 시달렸지만 다시 출발해야 했다.
▲P17 하강지점이현상
간혹 소나기가 쏟아지긴 했지만 순조롭게 진행했다. 첫날보다 의사소통이 원활하고, 각자의 역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것이다. 이틀 동안 불편한 잠자리에서 밤을 지내고 계속되는 등반에 피로가 누적되었지만 눈앞에 펼쳐진 선경과 곧 닿게 될 목표지점을 머릿 속에 떠올리며 이겨내고 있다.
▲P22에서의 티롤리안 브릿지이현상
최종 목표지점은 P23을 지나면 있는 마당바위다. 마당바위에서 왼쪽 하산로를 따라 울산바위를 내려간 뒤 계조암 쪽으로 하산할 계획이다.
마지막 구간인 P22와 P23은 티롤리안 브릿지(자일을 타고 협곡을 건너는 방법)를 이용해서 건너가기로 한다. 티롤리안 브릿지는 어려운 등반기술이라기보다는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 협곡 등을 보다 빠르고 안전하게 건너갈 때 사용하는 기술이다. 그러나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에 걸린 로프를 타고 건너가게 되므로 고도감이 여간 아니다.
▲P23 마당바위 앞에서 하산을 준비하며김영남
마침내 전 대원이 마지막 P23을 티롤리안 브릿지로 건너온 후 최종 목표 지점인 마당바위에 이르렀다. 우리는 서로를 격려하고 칭찬하면서 무사히 등반을 마친 것을 자축했다.
| | 울산바위 릿지등반 | | | | 해발 873m의 울산바위는 사방이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둘레가 4km에 달하는 거대한 암릉이다
울산바위 릿지등반 코스는 '나드리길', '하나되는 길', '돌잔치길' 등 모두 3개로서 1989년부터 1993년까지 록파티산악회에 의해서 개척되었다.
어느 코스를 가더라도 1박2일, 혹은 2박3일 이상 걸린다. 등반장비와 함께 비박에 필요한 막영구, 이틀 이상의 식량과 식수 등을 메고 등반해야 하므로 치밀한 준비가 필수적이다. / 이현상 | | | | |
덧붙이는 글 | 이번 등반은 필자가 활동 중인 알파인클럽 ALPINA의 정기등반 프로그램의 하나였다. 코오롱등산학교 수료생을 중심으로 결성된 ALPINA(http://cafe.daum.net/korock41)는 등산학교에서 인연을 맺은 두 분의 강사를 모시고 6월 9일부터 11일까지 울산바위 등반에 나섰다. 동행하신 두 분의 강사는 울산바위 릿지 코스 개척의 주역인 록파티산악회의 이종욱, 한동철 두 분이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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