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로 월드컵 축구를 즐기세요.한나영
우리 역시 몸은 미국에 있어도 마음은 언제나 한국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독일월드컵 열기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일찍이 우리집의 열악한 월드컵 시청 상황을 간파하고 인터넷으로 월드컵을 볼 수 있는지를 점검했다.
'오 마이 갓!' 인터넷으로는 월드컵 경기를 시청할 수 없었다. 지난 봄에 있었던 WBC(월드베이스볼 클래식)과는 달리 이번 월드컵은 FIFA와의 계약에 의해 대한민국 국내에서만 시청할 수 있다고 했다.
실망스러운 공고문을 발견했지만 다행스럽게도 한국 방송이 나오는 가정이 있어서 우리는 기대를 갖고 결전의 그날을 기다렸다.
"고추장 먹고 응원해야지"
바로 오늘 아침, 원정 응원을 위해 일찌감치 아이들을 불러 밥을 먹게 했다. 그런데 화사한 월드컵 복장을 이미 갖춘 아이들이 내려오면서 한마디했다.
"엄마, 오늘은 고추장에 밥 비벼 먹고 응원하러 가야겠어."
나는 속으로 '쳇, 네가 무슨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라도 되니?'라고 웃었다. 그러나 '응원 대표선수'인 만큼 우리 네 식구는 김치와 깍두기, 그리고 고들빼기와 된장국 등 한국 음식으로 든든하게 아침을 먹은 뒤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러 떠났다. 물론 식구 모두가 응원 복장을 갖추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