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민
아차! 생각을 가다듬고 보니 바로 턱 밑에 몽실몽실한 알 10개가 빼곡히 누워있는 '꿩 둥지'가 자리잡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까 까투리 여사는 풀을 뽑는 내가 자기 코 앞까지 와서 휘젓고 다녀도 꼼짝 않고 있다가 마지막 순간 위급을 느껴 둥지 탈출을 감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나는 놀라고 흥분한 가운데 알의 수만 세어보고 얼른 그 자리를 떠나 차가 있는 길가로 내려왔다. 알을 세는 순간에도 가슴이 방망이질을 해댔다.
시골에서 자랐기에 어릴 적 어른들이 잡아온 꿩새끼(꺼병이)들을 본 적은 있지만, 알을 품고 있는 꿩을 직접 맞닥뜨린 것은 처음이다. 생명력 발랄한 6월의 녹음 속에서 팔팔한 한 생명체가 10개의 새 생명을 탄생시키고 있는 현장. 이, 얼마나 가슴이 울렁거릴 수밖에 없는 성스러운 장면인가 말이다.
나는 찻길로 내려오자마자 황급히 함께 일하고 있는 곡성 아줌마들 쪽으로 가서 꿩알 만난 이야기를 했다.
지난 가을에도 아주머니들과 잡초를 뽑아주다가 풀 속에서 원앙이 둥지를 만났는데 그 때 나간 원앙이는 그 뒤 돌아오지 않은 일이 있어서 이번에 놀라서 집나간 까투리 여사의 거취가 걱정되었다.
아주머니들의 답은 명료했다. 틀림없이 곧 돌아온다는 것이었다. 사람이 아주 가까이 올 때까지 날아가지 않은 것은 알이 깰 시간이 임박했다는 것이고, 곧 나올 새끼들을 둔 꿩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임산부 꿩을 위한 아주머니들의 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