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이냐, 지방이냐... 한나라당의 딜레마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부잣집' 집안 싸움, 탈출구는?

등록 2006.06.15 10:12수정 2006.06.15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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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규제 완화 문제를 놓고 '부잣집' 한나라당의 집안싸움이 벌어질 조짐이다. 지난 5월 17일 박근혜 대표와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김문수 경기도지사후보, 안상수 인천시장후보가 염창동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수도권 발전 비전발표 및 합의문 체결식에서 손을 모으고 있는 모습.
수도권 규제 완화 문제를 놓고 '부잣집' 한나라당의 집안싸움이 벌어질 조짐이다. 지난 5월 17일 박근혜 대표와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김문수 경기도지사후보, 안상수 인천시장후보가 염창동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수도권 발전 비전발표 및 합의문 체결식에서 손을 모으고 있는 모습.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이 시험대에 서게 됐다. 먹고 사는 문제를 놓고 집안싸움이 벌어질 태세다.

수도권 규제 완화가 갈등의 씨앗이다. 한나라당 소속 수도권 광역단체장 당선자들이 '대수도권'을 주장하고 나서자 비수도권 당선자들이 맞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 당선자는 지난 6일, "대한민국이 동북아의 중심이 되려면 경기도와 서울, 인천을 하나의 대수도 개념으로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에 앞서 지방선거 기간에는 같은 당의 서울·인천 광역단체장 후보와 함께 수도권 규제 철폐에 대한 정책공조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비수도권 당선자들이 나서고 있다. 같은 한나라당 소속인 김진선 강원지사 당선자가 중심이 돼 '비수도권 시도지사 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또 비수도권 광역단체장과 국회의원들이 '13+13회의체'를 만들기로 했다.

수도권 규제 완화를 놓고 으르렁거리는 핵심 인사들이 모두 '가족'이라면 '가장'이 나서야 한다. 남의 집 부부싸움 구경할 처지가 아니다. 어떻게든 조정을 해야 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

지방의 생존권 문제가 돼버린 수도권규제 완화

한나라당의 기본 입장은 수도권 규제 완화다. 이 기본 입장대로라면 수도권 단체장들을 격려하고 비수도권 단체장들을 제압해야 한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고공플레이'와 '막후 설득'으로 비수도권 단체장을 제압한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이미 지방민 전체의 문제가 돼 버렸다.

<한겨레>가 오늘 전한 대구경북연구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LG 계열 3대 전자회사가 수도권 규제 완화에 따라 경북 구미공장 대신 수도권에 투자할 경우 구미 2조2843억원, 대구는 1조6689억원의 생산액이 감소하고, 고용도 구미는 1만776명, 대구는 7873명 줄어든다고 한다.


강원도의 추산으로는 25개 첨단산업의 수도권 비중이 10% 증가하면 20만~30만명의 순인구가 지방에서 빠져나간다고 한다.

상황이 이 정도라면 지방민은 수도권 규제 완화를 생존권 위협과 동의어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지방 민심은 그에 비례해서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다.

<강원일보>는 15일 "자기 고장의 이익만을 앞세운 지역이기주의" 정책을 펴는 수도권 광역단체장 당선자들을 거론하고 나섰다.

<대전일보>는 지난 6일, 이완구 충남지사 당선자가 "외자 및 기업 유치를 주요공약으로 내걸고 있지만 같은 한나라당 소속인 김문수 경기지사 당선자는 수도권 규제완화를 핵심공약으로 내걸고 있어 '수도권 옹호론'과의 정책적 마찰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한나라당 소속 비수도권 단체장들이 이런 지방 민심을 도외시한 채 중앙당의 제압 시도에 순순하게 응할 리 만무하다. 오히려 한나라당을 향해 각을 세울 공산이 크다.

한나라당으로선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조정의 여지가 크지 않다. 생존권의 문제다보니 우는 아이들 떡 쪼개주듯 수량적 접근법을 택하기도 쉽지 않다. 어떻게 할 것인가?

가장 좋은 방법이 있다. 모든 책임을 정부·여당에 넘기는 것이다. 원내 제1당은 열린우리당이고, 정책 집행주체는 정부다. 정부·여당의 등 뒤로 숨어 목소리 톤을 적절히 조절하면 된다. 하지만 그러긴 쉽지 않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진퇴 막힌 한나라당... 탈출구는?

김문수 경기지사 당선자의 '원톱 플레이'와 서울·인천 단체장 당선자의 '윙 플레이' 덕에 대립각이 분명해졌다. 한나라당 집안싸움이 돼 버린 마당에 정부여당을 향해 핏대를 세우면 '책임 전가' 비판을 사게 된다.

대선을 앞두고 당 역량과 이미지가 깎일 수도 있다. 지방정부를 90% 차지한 한나라당이다. 그 자체로 '작은 여당'인 셈이다. 그런 한나라당이 나몰라라 하면 수권 정당의 이미지가 훼손된다.

이리 봐도 갑갑하고 저리 봐도 막막하다. 탈출구는 없는 걸까?

열린우리당이 관건이다. 가을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서민경제 회복에 올인하겠다는 열린우리당이다. 1%포인트 추가성장을 달성하겠다는 김근태 의장이다. 그래서 갖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열린우리당이 주섬주섬 챙기고 있는 정책 진열대에 수도권 규제 완화책이 섞이느냐가 최대 관심이다. 한나라당이 활로를 찾을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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