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전쟁 화염' 발언, 보수언론 갈등 조장 심하다"

축전은 끝났지만 '북 전쟁 화염 발언' 여진은 계속

등록 2006.06.16 21:55수정 2006.06.16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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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6·15민족통일대축전은 폐막됐지만 안경호 조평통 서기국장의 '전쟁 화염' 발언의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14일 저녁 전남 광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민족통일대축전 개막식에서 남북 민간 대표인 백낙청 단장과 안경호 서기국장이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6·15민족통일대축전은 폐막됐지만 안경호 조평통 서기국장의 '전쟁 화염' 발언의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14일 저녁 전남 광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민족통일대축전 개막식에서 남북 민간 대표인 백낙청 단장과 안경호 서기국장이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 오마이뉴스 남소연

6·15 민족통일대축전에 북측 민간대표단장 자격으로 참석하고 있는 안경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장의 '한나라당 집권시 전쟁 화염' 발언의 여진이 가시지 않고 있다.

축전에 참가하고 있는 남측 인사 대부분은 안 서기국장의 발언에 대해 "부적절 했다"는 데에는 동의하면서도 보수 언론의 보도 태도에 대해서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파문의 발단은 통일대축전을 앞둔 지난 10일 평양에서 열린 '반일 6·10 만세 시위투쟁 80돌 기념 평양시 보고회'. 안경호 서기국장은 이 자리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6·15가 날아가고 금강산 관광길이 막히고, 개성공업지구 건설도 전면 중단된다"며 "남녘 땅은 물론 온 나라가 미국이 불지른 전쟁의 화염 속에 휩싸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서기국장 발언 부적절했지만 보수언론은 더 가관"

한나라당은 "발언을 취소해야 한다"며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고 일부 보수언론은 통일대축전이 진행되는 동안 이 발언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정부 역시 통일대축전 남측 당국대표단장인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안 서기국장에게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조평통 서기국은 "한나라당에 약을 줬을 뿐이다"고 응대했다.

이에 대해 16일 백낙청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는 "특정 정당을 겨냥한 발언은 잘못됐다"며 "보수 언론이 '서울 불바다'와 연결시켜 보도하는데 문제의 발언은 이것과 다르다"고 비판했다. 백 상임대표는 "'서울 불바다' 발언은 직접 겨냥한 것이지만 이번 발언은 자칫 한반도가 미국에 의해서 전쟁에 휩쓸릴 수 있다는 우려를 강하게 피력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민화협의 한 임원은 언론의 보도 행태를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안 서기국장의 발언은) 6·15정신에 합당한 발언이 아니"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이것을 내정간섭이라고 애기 할 것은 못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언론이 그의 발언을 비판할 수 있지만 통일대축전 기간 내내 여기에만 초점을 맞춰서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의도가 엿보인다"면서 "축전 전체를 '빨간 페인트'로 칠하려는 의도인 것 같은데 이는 공동선언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갈등만을 의도적으로 확대재생산하는 보수 언론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통일대축전 행사위 한 관계자도 "이 발언이 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흔들어댈 만한 사안인지 고민해봐야 한다"며 "한나라당은 그렇다 치더라도 일부 보수언론의 반응은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15일 저녁 만찬에 참석한 광주지역 시민단체의 한 인사는 "북측이 특정 세력을 향해 비난성 발언을 서슴없이 내놓는 것은 남쪽에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 문제를 지나치게 쟁점화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북관계 진전 발목 잡아선 안돼"

일부에서는 당사자인 안 서기국장의 공식 해명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15일 만찬에 참석한 광주지역 시민단체 임원 김아무개씨는 "우리 사회 반응도 그렇지만 당사자의 해명이 필요한 것 같다"며 "긴장이 고조되는 분위기에서 앞으로 이 발언이 두고두고 걸림돌로 작용할 소지도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노동당도 "내용의 옳고 그름과 무관하게 형식과 시점이 적절하지 못한 발언은 깨끗하게 취소하는 것이 옳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나 사회단체 한 임원은 16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당사자의 해명은) 조중동 등 보수언론의 갈등 조장에 빌미를 주는 꼴"이라며 "통일축전이 끝나면 더 이상 논란도 멈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안 서기국장의 발언에 대해 "미국이 북을 붕괴시키려고 강력한 압박정책을 추진하는데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비해 여기에 동조할 가능성이 더 있다는 우려감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백 소장은 그러나 "이런 식으로 내정간섭적인 표현을 하게 되면 결코 남북화해 협력에 도움이 되지 않고 앞으로는 이런 발언을 해서는 안된다"면서 "이 문제로 계속 시간을 쓰면서 남북관계 진전이 발목 잡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16일 논평을 내고 "북측 대표단은 대한민국을 당당하게 활보하며 사과는 커녕 한나라당과 대한민국 국민을 모욕하는 언동을 계속하고 있다"며 "6·15축전이 반미·친북으로 끝났다"고 맹비난하고 나서 '전쟁 화염' 파장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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