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또 나라를 쪼개나?

[지역언론 별곡-130]'5·31선거'가 휩쓸고 간 지방은 지금(5)

등록 2006.06.17 11:13수정 2006.06.17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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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 지방선거 후폭풍 위력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 이젠 거꾸로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불어 닥친다. 삼분됐던 구도가 다시 이분으로 재편되기 시작한다. 향배에 지역 언론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버하는 곳도 눈에 띈다.

구도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갈린 형국이다. 종에서 횡으로 분열하게 한 주범은 '대수도론(大首都論)'이다.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한나라당 수도권 광역단체장 당선자들의 대수도론 실현을 위한 수도권협의회 구성이 비수도권을 자극시킨 것이다. 격렬한 반발은 한나라당 압승지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특이할 만하다.

a 국제신문은 '지방의 대수도론 반발 당연하다'는 16일 사설에서 철회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국제신문은 '지방의 대수도론 반발 당연하다'는 16일 사설에서 철회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 국제신문

수도권 빅3 단체장 '대수도론'에 전지역 '들썩'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 김문수 경기도지사 당선자, 안상수 인천시장 당선자 3인이 지방선거기간 중 체결한 '수도권발전 공동합의문'의 구체적인 실천을 위한 '수도권협의회'(가칭)가 가시화되면서 특히 요란하다.

수도권발전 공동합의문이 15일 윤곽을 드러내자 비수도권들은 즉각 반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지역 일간지들은 16일 1면과 해설, 사설 등에서 '대수도론'에 반기를 꺼내 들었다.

'수도권-비수도권 편가르기', '동서대립보다 더 위험',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반대해야'

날선 비수가 제목에서 춤을 추는듯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기 때문인가. 지방선거 당선자 중 한나라당 소속이 절대 우위인 지역의 주요 일간지들 반격이 더욱 거세다. <부산일보>는 '대수도권론은 지역이기주의 발상'이라고 사설 제목에서 무겁게 경고했다. 김문수 경기지사 당선자에게 많이 서운했던 모양이다.


사설 서두에서 김 당선자가 제안한 '대수도권론'이 논란임을 전제했다. 한마디로 "비수도권을 도외시한 국가경제를 독식하겠다는 지역주의에 불과하다"고 못박았다. "수도권을 더욱 비대화시키고 공동화된 지방을 고사시킬 것"이라며 '블랙홀'에 비유하기도 했다.

a 매일신문은 16일 '13+13 협의체 곧 결성'이란 1면 머리기사에서 맞불대응에 주목한다.

매일신문은 16일 '13+13 협의체 곧 결성'이란 1면 머리기사에서 맞불대응에 주목한다. ⓒ 매일신문

"비수도권 도외시한 또 다른 지역주의"경고


이 사설은 말미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분열과 갈등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지방민의 절규를 들어줄 것"을 호소했다. '지방의 대수도론 반발 당연하다'란 <국제신문>의 이날 사설도 맥을 함께 한다.

사설은 "과연 그런가?"라고 묻는다. 그런 뒤 "수도권 정비법 때문에 수도권이 손발이 묶여 있어 한국의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대수도론'은 지역균형발전 원칙에도 정면에 배치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끝내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비수도권 시도가 대책회의를 갖는 등 맞불작전에 오히려 주목했다.

a 영남일보 16일자 1면 머리기사.

영남일보 16일자 1면 머리기사. ⓒ 영남일보

대구·경북지역은 어떠한가. 더하면 더했지 밀리지 않는다. '맞대응', '맞불작전'에 무게중심을 실었다. <매일신문>은 "비수도권 시도들이 시대착오적 행동이라고 규탄하며 이를 저지하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며 1면 머릿기사로 비중 있게 다뤘다.

"서울, 경기, 인천을 제외한 전국 13개 광역자치단체들이 13+13협의체(가칭)를 이른 시일 내에 구성, '대수도' 추진을 적극 저지하기로 했다"며 맞대응에 초점을 모았다. 13+13은 비수도권 13개 광역자치단체장들과 지방분권 의식에 투철한 국회의원 13명으로 구성된 협의체. 마치 전투태세에 임하는 비장한 각오를 밝힌 듯하다.

"입만 열면 지방분권, 균형발전 외치더니" 정부에 화살

<매일신문>은 이날 사설 '비수도권의 총궐기를 바라는 건가'에서 정보통신부의 모바일 특구 선정이 사실상 수도권으로 내정된데 대해 불쾌함을 드러냈다. "참여정부는 입만 열면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외쳤다"는 사설은 지역균형발전을 모토로 집권한 현 정부의 정체성을 꼬집었다.

<영남일보>의 분노는 더했다. 1면 머릿기사 제목부터 선정적이다. '나라를 또 쪼개려 드나'란 제목의 스트레이트 기사에 다 담지 못해 4면 해설기사와 사설까지 실었다.

a 강원도민일보는 16일 1면에서 지방의 수도권 블랙홀을 우려했다.

강원도민일보는 16일 1면에서 지방의 수도권 블랙홀을 우려했다. ⓒ 강원도민일보

모바일특구 유치에 너무 큰 기대를 건 때문일까. <매일신문>과 마찬가지로 모바일특구의 대구・경북 지정문제를 놓고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수도권 대 비수도권의 대립과 갈등, 편가르기 등 '대수도론'에서 비롯되는 극심한 국가적 균열 양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강원지역도 다름없다. <강원도민일보>의 사설에서 읽을 수 있다. '규제 풀자는 대수도론을 논박한다'란 제목의 15일 사설은 "선거 이전부터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어젠다나 신행정복합도시 건설 정책에 정면으로 반대해온 수도권지역의 정서를 업고 수도권 당선자들이 규제해제 주장을 들고 나선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수도권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는 논리에 근거한 지나친 지역 이기주의의 한 양상으로 치부했다. 그러면서도 강원도를 고려 의식하지 않고는 수도권만의 공존 공생이 있을 수 없음을 경고하기까지 했다. "시대정신을 거스르는 수도권 일부 정치 지상주의자 또는 공명주의자들의 주장이므로 철회돼야 마땅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대전충남지역과 전북지역도 이번엔 같은 목소리를 냈다. <대전일보>는 '수도권 규제완화 맞불작전'이란 제목의 스트레이트 기사에서 "한나라당 소속의 충청권 3개 시도지사 당선자가 19일 회동을 갖고 충청권 발전 및 수도권 규제완화 대응방안을 논의한다"며 대응에 관심을 갖게 한다.

"맞불작전 불씨 누가, 언제 지피나"에만 큰 관심

비수도권 자치단체와의 연대 움직임을 예고하면서 맞불작전에 초점을 모았다. 그런가 하면 <중도일보>는 이날 '대전 기업수 광역시 중 꼴찌'란 제목의 1면 머릿기사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과의 불균형 현상을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a 전북일보는 사설에서 정치권이 나서라고 주문한다.

전북일보는 사설에서 정치권이 나서라고 주문한다. ⓒ 전북일보

<전북일보>도 이날 사설 '수도권 규제완화 저지, 정치권이 나서라'에서 "전북 등 비수도권 지역 자치단체들이 수도권규제 완화 움직임에 대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사설은 "수도권규제를 완화하려는 기도는 어느 정권에서나 있었다"며 "그런데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지향목표로 내세운 참여정부에서 규제완화 조치를 취하는 건 일관성도 없거니와 이율배반이라는 비판을 받기 십상"이라며 정부에 책임을 물었다.

이 같은 비수도권 지역 일간지들이 한목소리를 내는 것과는 달리 수도권 지역 일간지들은 '대수도론'과 수도권 규제완화를 반겼다.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다뤘다. 비수도권 지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

<경기일보>에서는 특히 그러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수도권대 비수도권 대립예고'란 제목의 스트레이트 기사에서 수도권 '빅3'가 15일 수도권 공동정책개발 및 실천을 위한 상설협의체를 만들기로 한데 대해 비수도권이 크게 반발하고 있음을 실었다.

"수도권 배제한 지방 균형발전 기대할 수 없다"

a 경인일보는 '상설 수도권협의회를 만든다'는 기사에서 의미를 부여했다.

경인일보는 '상설 수도권협의회를 만든다'는 기사에서 의미를 부여했다. ⓒ 경인일보

"'대수도론'및 '규제완화' 등을 골자로 한 수도권 '빅3'와 비수도권 광역단체장간 갈등전선이 형성돼 결국 '한 지붕 두 가족'이 상생보다는 지역이기주의에 함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된다"고 했다.

<경인일보>도 스트레이트 기사에서 조심스럽게 다뤘다. '수도권 협의회 손 맞잡는 경기 인천 서울'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메트로폴리탄 행정협의체 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한민국이 동북아의 중심이 되려면 경기도와 서울, 인천을 하나의 대수도 개념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 요체"라고 부연 설명했다. "박근혜 대표도 당 소속 수도권 단체장들의 의지에 손을 들어주었다"고 전했다. 비수도권 지역과는 완전 다른 양상의 의제임을 읽을 수 있다.

a 인천일보는 '수도권협의회 구성 환영한다'는 사설에서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인천일보는 '수도권협의회 구성 환영한다'는 사설에서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 인천일보 인터넷신문

그러나 <인천일보>는 사설서 드러내 놓고 환영했다. '수도권협의회 구성 환영한다'란 제목의 사설에서 "수도권을 배제한 지방 균형발전 정책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전제했다.

"오히려 나라경제만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수도권 주민들의 불반이 팽배해 있는 시점에서 나온 합의 사항이어서 더욱 그렇다"고 표현했다.

이처럼 지방선거가 끝난 후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 언론사들 간의 시각이 크게 다름을 알 수 있다. 지역간 대립구도가 갈수록 혼미해지고 있다. 언론은 이를 더욱 부추기는 형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편 가르기를 누가 하는가'를 반추케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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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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