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회 '담합'보다 아파트 '거품'이 문제"

[부녀회 해부 ③] 분양원가 공개로 갈등 겪기도... 일부에선 탄핵 추진도

등록 2006.06.20 09:02수정 2006.06.2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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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 20일 오후 1시 5분]

a 부녀회가 아파트 가격 담합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의 한  아파트 단지 앞 부동산 중개업소.

부녀회가 아파트 가격 담합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의 한 아파트 단지 앞 부동산 중개업소. ⓒ 오마이뉴스 박수원


경기도 양주시 덕정동 주공 1·2·3단지 4천세대는 분양원가 공개 문제로 입주자들과 부녀회 사이에 갈등을 겪었다.

2000년 입주한 덕정 1~3단지 4천여 세대는 5년 공공임대 아파트로 2006년에 분양전환이 예정돼 있었다. 분양가 산정을 위해서는 분양원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던 탓에 주민들은 주공에 자료 공개를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결국 소송을 통해 "분양원가 산출 내역을 공개하라"는 판결을 얻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부녀회가 원가공개 운동을 반대하고 나섰다.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덕정 3단지의 경우 지난 1월 분양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행정소송·하자정밀진단을 추진하기 위해 열린 주민총회가 부녀회, 동 대표회의의 방해로 무산됐다. 이들은 총회를 막기 위해 마이크를 빼앗고, 전기콘센트를 뽑았다.

결국 이틀 후 입주자들의 노력으로 부녀회를 무력화시키고, 원가공개운동을 위한 분양대책위원회를 발족시켰다.

1935세대가 살고 있는 덕정2단지 사례도 비슷하다. ▲분양원가 공개를 전제로 한 공정한 분양전환 ▲하자 보수 요구를 원하는 입주자들과 "주공 일정대로 분양전환을 하자"는 부녀회와 대립이 계속됐다.

부녀회와 동 대표회의는 주민들의 의사와는 달리 분양전환을 추진해 입주자들의 반발을 샀다. 심지어 주공은 분양 전환을 받지 않는 세대에 대해 지난 3월 1일부터 불법거주 배상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월 24일 의정부 지방법원의 결정은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의정부 지방법원은 "주민들의 원가 공개 요구가 정당한 만큼 주공이 분양 전환을 중지해야 한다"며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로 동 대표가 바뀌고 부녀회의 목소리는 잦아들었다.

덕정 2단지, 부녀회 탄핵 추진


a 덕정지구 1,2,3단지 4000여세대는 분양원가 공개 운동을 통해 부녀회의 역할이 유명무실해졌다.

덕정지구 1,2,3단지 4000여세대는 분양원가 공개 운동을 통해 부녀회의 역할이 유명무실해졌다. ⓒ 오마이뉴스 박수원

덕정 2단지 동 대표인 표성재(38)씨는 "부녀회와 동 대표가 일반 입주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주공과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서 불신이 증폭됐다"면서 "현재는 부녀회가 유명무실해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의 부녀회는 대표성도 없을 뿐 아니라 주민들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곧 탄핵을 추진할 예정"이라면서 "이권에 개입되는 부녀회가 아니라, 지역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새로운 부녀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실 분양원가 공개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양주 덕정지구 1·2·3단지는 부녀회가 목소리를 크게 내지 못한다. 입주자들이 선택한 동 대표들이 주민총회를 통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양원가 공개나 하자보수 요구를 통해 입주자들 스스로 자신의 이해와 직결되는 문제들을 해결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런 움직임으로 인해 덕정지구 아파트는 가격 거품이 빠지고 있다. 실제 원가공개가 이루어지면 주공이 제시했던 금액에 비해 분양가격이 800~1000만원 가량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노력 때문인지 이 지역에서 부녀회 중심의 담합은 발을 붙이지 못하고 있다.

덕정지구 분양대책협의회 실무 총괄을 맡고 있는 김영관(41)씨는 부녀회 담합은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기 때문에 나오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부녀회가 아파트 가격에 대해 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부동산 거품이 많이 생기면서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그러면서 부녀회가 이익집단처럼 움직이니까 문제인 것이다. 본질은 부녀회 담합이 아니라 아파트 거품이다."

그는 "주민들이 직접 뽑은 동 대표가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고, 부녀회는 공개적인 기금 사용에 있어서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이 진행된다면 지금처럼 부작용이 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부녀회가 지역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역할 재정립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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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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