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화분 텃밭은 지하 주차장 출구에 자리잡고 있답니다.한명라
그 후로 화단을 지나갈 때마다, 그 화분 텃밭에 눈길을 주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초가을 무렵, 화분에 심겨져 있는 고추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각자의 화분마다 아주 작은 배추 모종 몇 포기가 옹기종기 심어져 있었습니다.
그 배추 모종도 쑥쑥 잘 자라더니, 어느 날 건강하고 튼실한 한 포기만 화분에 남았습니다. 하루하루 그 모습이 다르게 잘 자라던 배추도 예전의 고추처럼 그곳을 지나는 저의 시선을 붙잡고는 했습니다.
어느 날엔 푸릇푸릇하게 잘 자란 배추 속을 꽉 채우기 위함인지 노끈으로 묶어 놓기도 했습니다. 유난히 탐스럽게 잘 자란 배추를 보면서 저는 기어코 경비아저씨께 그동안 궁금했던 점을 여쭈어 보았습니다.
"저기 저 화분에 심어 놓은 배추는 아저씨께서 직접 가꾸시는 거예요?"
"아~ 저 배추요? 아니요, 우리 동에 사시는 주민이 심으신 겁니다"
"그래요? 지난 여름에는 고추농사를 잘 지으시더니, 이제는 배추농사까지 잘 지어 놓으셨기에 저는 아저씨께서 심어 놓으셨나 보다 생각했어요."
저의 그런 이야기에 경비아저씨는 '허허'하고 웃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