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총리 첫해외순방길 '쾌청'

프랑스 외규장각문서 반환 강력 촉구... 유럽 보육·노인시설 견학도

등록 2006.06.19 11:52수정 2006.06.19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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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한 총리는 남편 박성준 교수(한총리 왼쪽)와 함께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월드컵 경기 한국 대 토고전을 관람한 후 역전승을 이끈 아드보카트 감독을 격려했다.

한 총리는 남편 박성준 교수(한총리 왼쪽)와 함께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월드컵 경기 한국 대 토고전을 관람한 후 역전승을 이끈 아드보카트 감독을 격려했다. ⓒ 우먼타임스


[함영이 기자] 한명숙 국무총리가 9박 10일 일정의 유럽 순방을 마치고 6월 15일 귀국했다. 취임 후 첫 해외순방으로 프랑스, 포르투칼, 불가리아, 독일을 차례로 방문한 한 총리는 프랑스에 가 있는 외규장각문서 서울 전시회에 합의하고 유럽의 유치원과 노인시설을 둘러보는 등 첫 순방의 족적을 분명히 했다.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과 만나는 한편 6월 13일 한국이 토고를 2 대 1로 이긴 경기장을 방문, 선수들을 격려한 것도 긍정적인 점수를 받고 있다. 이번 순방에는 한 총리의 부군인 박성준 성공회대 교수도 동행, 한국 첫 여성총리 남편으로서의 외조를 보여줬다.

이번 순방에서 가장 의미 있는 성과는 140년 전 프랑스에 빼앗긴 외규장각 문서를 오는 9월 서울로 가져와 전시회를 열기로 합의한 것. 한 총리는 6월 8일 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총리를 만나 이 같은 합의를 이끌어냈다. 외규장각 문서의 영구 반환도 강력하게 촉구했다.

포르투갈에서는 IT 협력위원회를 개최하는 데 합의했다. 독일에서는 정보통신부가 주최하는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 시연회에 참석, 한국 IT 기술의 우수성을 알리기도 했다.

a 프랑스 유아원 시설을 둘러본 한 총리는 출산율 제고 정책에 대해 자세히 문의하는 등 큰 관심을 나타냈다.

프랑스 유아원 시설을 둘러본 한 총리는 출산율 제고 정책에 대해 자세히 문의하는 등 큰 관심을 나타냈다. ⓒ 우먼타임스

재임 기간동안 꼭 풀어야할 과제로 저출산ㆍ고령화 문제를 밝힌 한 총리는 이번 방문에서 유럽의 보육시설과 노인시설을 방문하고 각국의 대책들도 두루 살펴봤다. 프랑스에서는 산학협동유아원과 지자체가 운영하는 유아원 두 곳을 둘러봤으며, 포르투갈에서는 노인 거주시설과 종합노인복지센터 등을 방문했다.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과 만나 여성총리로서의 연대는 물론 경제발전과 분단 과정 등 양국이 갖는 공통점도 짚어냈다.

a 한 총리는 6월 8일,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외규장각 도서 반환과 관련, 프랑스 측의 협조를 촉구했다.    사진제공:국정홍보처

한 총리는 6월 8일,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외규장각 도서 반환과 관련, 프랑스 측의 협조를 촉구했다. 사진제공:국정홍보처 ⓒ 우먼타임스

메르켈 총리는 "통일의 환희에 젖어 서독은 너무 많은 약속을 했다"고 조언하면서 "통일의 환희보다는 자생력을 가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 총리 역시 “북핵 문제 해결이 남북관계 개선의 관건이며, 6자회담 틀 내에서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독일의 관심을 요청, 유대관계를 분명히 했다.

내각제선‘영부군’호칭 국내선 부적절, 총리실‘부군’통칭…예우문제는 고민
■‘한총리 남편’의전 어떻게

한명숙 총리는 지난 6월 6일부터 15일까지 유럽 4개국 순방길에 남편 박성준 성공회대 겸임 교수와 동행했다. 사상 초유의 여성총리 부군에 대한 의전을 준비하느라 총리실 의전비서관실은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박 교수는 순방 기간동안 외교 관례에 따라 ‘남성 총리의 부인’에 준하는 예우와 의전을 받았다. 승용차에 동승하는 것은 물론, 한 총리가 4개국 정상들과 회담을 가질 때를 제외하곤 모든 일정을 함께 했다.
사상 첫 여성 총리의 탄생으로 ‘총리 남편’에 대한 지위와 역할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당장 호칭 문제부터 고민의 대상이다.
현재 총리실에선 한 총리의 남편인 박 교수에 대해 ‘부군’이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헬렌 클라크 총리의 나라 뉴질랜드 등 영어권 나라에선 통상 ‘퍼스트 젠틀맨’(First Gentleman)’이라 불린다. 메르켈 총리의 경우 독일어로 ‘퍼스트 허즈번드(Erster Mann)’라고 부른다. 이를테면 ‘영부군(永夫君)인 셈. 하지만 내각제 총리인 두 나라와는 달리 대통령 중심제 하의 총리는 차이가 있어 이같은 호칭은 부적절하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총리 남편’에 대한 지위와 역할도 제대로 자리를 잡고 있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내조자’로서의 ‘총리 부인’의 지위와 역할이 ‘총리 남편’의 출현으로 총리 배우자의 전반적인 역할 범주에 대한 재고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당장 대한적십자사(총재 한완상) 여성봉사특별자문위원회의 명예위원장 경우, 그동안 ‘총리 부인’이 맡아왔던 게 오랜 관행이다. 하지만 현재 명예위원장 자리는 공석이다. 여성봉사특별자문위원회는 지난 1955년 적십자사의 봉사와 후원, 자문을 위해 사회지도층 여성인사들로 구성됐다. 여성봉사특별자문위원회는 한 총리 취임 직후 명예위원장 선임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회의를 열었다.
자문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문수선씨는 "한 총리 취임 직후 총리실에서 먼저 자문위원회에 의견을 물어왔다"면서 "원래 여성위원들의 봉사모임인데다 총리 부군은 직업도 가지고 있어 고심 끝에 위원장직을 비워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부 자문위원들 사이에선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덕수 경제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 부인을 위원장 대행으로 선임하는 방안도 제기됐다는 후문.
박성준 교수는 지난 2001년 초대 여성부 장관으로 지명된 후 청와대 임명장 수여식에 배석했다. 여성 장관의 남편으로는 처음으로 배석한 것. 박 교수는 총리 남편으로서 확실한 외조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개인적으로는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으로 잘 알려져 있다. 주변 지인들은 그가 소리 없이 강한 외조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정 수행의 충실한 ‘외조자’로서 총리 부군에 대한 지위와 역할이 하루빨리 제자리를 잡아나갈 때 앞으로 출현하게 될 ‘여성대통령’과 고위직 여성들의 배우자에게도 좋은 롤 모델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주 진 기자 jj@iwoma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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