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으로 모이세요~!

직장맘들의 아이들과 함께 한 행복한 시간

등록 2006.06.19 15:27수정 2006.06.1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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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내가 모임지기로 활동하고 있는 모임의 정모날이었다.
원래 한달에 한번씩 정모를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정해진 인원만을 정모에 참석시켰다. 그동안은 프로그램도 미리 다 나와 있는 걸 이용해서, 그리 신경이 쓰이는 정모도 아니었다. 예를 들면, 요리교실, 동물교실 등 참석만 하면 체험일정이 다 짜여져 있어서 체험을 하는 그런 프로그램들.

이번엔 인원을 정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볼 욕심으로 공원에서 하는 정모를 감행했다. 그동안은 인원이 정해진 정모를 진행하다 보니, 금방 마감이 되고 신청시간을 놓쳐 참석하지 못하는 엄마들의 불만도 어느 정도 들어온 터였다. 큰 맘먹고 모일 사람은 다 모여보자고 생각했다. 신청을 받기 시작하자 생각보다 많은 팀들이 신청을 했다. 엄마, 아이는 물론 아빠까지 거의 80명 정도가 되는 인원이 모였다.

장소는 뚝섬 서울숲. 다녀왔던 사람들의 설명으로 정한 곳.
넓은 잔디에 바닥분수까지 아이들 데리고 뛰어놀기 안성맞춤이라고 했다. 답사를 가봐야 했지만, 다녀온 사람들이 모두 괜찮다고 하고 공원이 다 비슷비슷하겠지 싶어서 무엇보다도 시간이 촉박하고 해서 답사는 생략했다.

신청을 받고 참석자들을 조별로 나누고, 조장을 뽑았다.  일일이 참석자들을 관리하기가 버거워서 도시락이나 다른 개인 준비물들은 조장에게 맡겼다. 조장은 조원끼리 모여서 먹을 도시락을 정하고, 이름표를 만들었다.

아이들 데리고 오는 엄마들 일손을 덜어주려, 도시락은 한가지씩 나누었다. 어떤 엄마는 밥을, 어떤 엄마는 반찬을, 어떤 엄마는 과일을, 어떤 엄마는 음료수를. 이렇게 나누어 놓으니 뭘 어떻게 준비해 가야 하나, 간식은 뭘 준비해야 하나 하는 고민들이 해결된 듯 기뻐했다.

나는 이제 가서 어떤 놀이를 할까를 고민해야 한다.
엄마, 아빠, 아이가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를 생각하자니 생각보다 종류가 많지 않았다. 더구나 아이들이 대부분 5-6세 정도로 어리기 때문에 아이들만 단독으로 하는 놀이는 조금 어렵다.  

인터넷을 이리저리 뒤지고, 내가 어릴 때 재미있게 하던 놀이들도 생각해 보고, 여름이와 다른곳 놀러 갔을 때 했던 놀이들도 생각해봤다. 고심끝에 어른들이 볼 때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고 때론 유치해 보이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를 몇 가지 정했다. 그리고, 나중에 아이들이 가지고 즐겁게 뛰놀 수 있도록 바람개비를 만들어줄 준비도 함께 했다.

나는 엄마들과 약속한 시간보다 30분 먼저 서울숲에 도착했다. 그런데, 아뿔사!
잔디를 모두 울타리로 막아 놓았다. 잔디를 새로 깔아 올해는 잔디광장을 개방하지 않는단다. 내가 미리 답사해 보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설명으로만 장소를 정한 탓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갑자기 머리가 아파왔다.

곧 있으면 엄마들이 가족들과 함께 모여들텐데,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일단 여름이 손을 붙들고, 공원을 한바퀴 돌기 시작했다. 날씨가 너무 덥고 해가 쨍쨍해서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여름이도 걸으면서 덥고 힘이 든지 자꾸만 업어달라며 심술을 부렸다. 심술난 여름이를 달래면서도 마음은 계속 장소때문에 걱정이 가득했다.

한바퀴 돌며 다행히, 우리 인원이 자리펴고 밥을 먹고 간단한 게임을 즐길 만한 장소를 발견했다. 나는 그제서야 마음이 놓였다. 장소가 없으면 그 많은 인원을 어떻게 했어야 할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기다리고 있던 몇몇 엄마들을 새로 물색한 장소로 이동시키고 모이기로 한 장소에서 나머지 엄마들을 기다렸다.

약속시간이 30분이 지나서야 엄마들이 거의 다 모였다. 아침부터 일어나서 아이 챙기고 준비물 챙기고 도시락 챙기고, 집도 제각각인 엄마들인지라 30분 정도 늦는 건 서로 애교로 봐준다. 드디어 미리 정해 놓은 조별로 삼삼오오 모여 앉아서 밥을 먹고, 처음 만난 엄마들끼리 인사도 나누는 즐거운 수다시간. 

점심시간을 정리하고 이제 아이들이 기다리던 놀이시간.
과자 따먹기를 시작으로, 밀가루 속에 있는 사탕 입으로 먹기, 엄마랑 아이랑 발 묶고 풍선 터트리기, 손 안대고 빼빼로 엄마랑 둘이 먹기, 길게 손 붙잡고 우리집에 왜 왔니. 다들 즐거워 보였다. 함께 온 아빠들도 풍선불랴, 사탕접시 들고 있으랴, 사진 찍으랴, 엄마대신 아이데리고 놀이 참석하랴, 덩달아 바쁘다.

여름이는 내가 함께 해줄 수가 없어서 친구가 대신 함께 해줬다.
그래도 엄마 찾아 졸졸 따라다니지 않고, 친구와 즐겁게 함께 해준 여름이에게 너무 고맙다. 나는 정모에 참석하기 전 여름이에게 미리 차분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그리고 양해를 구했다. 다행히 여름이는 나의 말을 이해해주는 것 같았다.

a 사탕먹기 게임중..손으로 먹으면 반칙!

사탕먹기 게임중..손으로 먹으면 반칙! ⓒ 김미영


a 과자따먹기. 여름이는 내 친구의 일일 딸.

과자따먹기. 여름이는 내 친구의 일일 딸. ⓒ 김미영


a 다리 묶고 2인3각 게임중.

다리 묶고 2인3각 게임중. ⓒ 김미영


a 엉덩이로 풍선 터트리기.

엉덩이로 풍선 터트리기. ⓒ 김미영


a 모임에 참석한 한 엄마가 찍어 준 여름이 사진.

모임에 참석한 한 엄마가 찍어 준 여름이 사진. ⓒ 김미영

준비한 놀이를 다 마치고, 색종이와 수수깡을 이용해 바람개비 만들기를 끝으로 정모가 끝났다. 참석한 많은 사람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지 못해 안타깝지만, 다음에 만날 때는 좀더 스스럼없이 대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자칫 짜증이 날 수도 있었을 텐데 아이를 위해 끝까지 함께 도와주고 참석해주신 많은 엄마, 아빠들이 너무 예뻐 보였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며 너무 행복했다.

그런데 이렇게 무사히 정모가 끝나자마자, 나는 또 다음 정모를 걱정한다.

덧붙이는 글 | 직장 다니는 엄마들은 육아에 대한 모든 것이 부담입니다. 그런 부담을 함께 나누고 있는 모임이예요. ^^

덧붙이는 글 직장 다니는 엄마들은 육아에 대한 모든 것이 부담입니다. 그런 부담을 함께 나누고 있는 모임이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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