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다음달 말 대포동 2호 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한·미·일 3국은 정부 차원에서 다각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북한이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한 광명성1호의 모습.(1999.7.9)연합뉴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준비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국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만약 북한이 실제로 장거리 미사일(혹은 인공위성)을 발사한다면, 이는 한국의 대북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압박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 등 남북경협과 대북지원에 불만을 품어온 부시행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이들 사업의 축소, 혹은 중단을 요구하고 나설 것이다. 또한 한국이 부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미사일방어체제(MD) 및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전면적인 참여를 압박해올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한국이 미국 주도의 대북 압박에 동참하고 남북관계 속도 조절에 들어가면, 남북관계가 사실상 김영삼정부 시기로 후퇴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이는 남북관계라는 지렛대의 상실로 이어져, 이후 조성될 한반도의 불확실한 미래에서 한국의 입지는 더욱 위축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정부는 북한이 실제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든 말든, 포괄적인 협상을 준비해 이를 제안할 필요가 있다. 포괄 협상의 골자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 및 북미·북일관계 정상화의 교환이다. 이를 골자로 미해결 상태로 남은 북한의 위조지폐 제조·유통 의혹 및 일본인 납치의 합리적인 해결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군사용'으로 단정해도 되는가?
정부가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장거리 미사일'로 일컬어지는 북한 로켓체의 성격 규정부터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 미일 양국과 국내외 언론은 이를 두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해당하는 '대포동 2호'로 명명하고 있지만, 이는 일방적인 성격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북한의 로켓체 프로그램도 핵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이중 용도'의 속성을 갖고 있다. 3단계로 구성된 로켓체의 상단에 탄두를 달면 미사일, 즉 '군사용'이 되는 것이고, 인공위성을 달면 '평화적 이용'에 해당된다. 물론 군사용이 되기 위해서는 ICBM 개발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기술이라고 일컬어지는 '재진입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재진입이란 탄두가 지구 궤도를 비행하다가 대기권으로 다시 진입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엄청난 고열로부터 탄두를 보호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참고로 북한은 1998년 8월 31일 발사한 소형 인공위성 광명성1호를 지구 궤도에 올려놓는데 실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북한의 '숨은 의도'가 미사일에 있더라도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것은 국제법적으로 제재할 수단이 없다. 1967년 제정된 우주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조약(Outer Space Treaty)에서는 주권 국가들의 우주의 평화적 이용 권리를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사 북한이 탄두가 장착된 미사일을 발사하더라도, 국제법적인 제재 근거는 희박하다. 현재 미사일 관련 국제조약은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가 유일한데, 북한은 이 조약의 가입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북한의 '인공위성'에 대한 집착이다. 일반적으로 인공위성은 구실에 불과하고 장거리 미사일 확보가 북한의 본질적인 의도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3단계 로켓 기술이 기본적으로 '이중 용도'이고 북한이 대미 억제력 및 외교적 지렛대 확보를 동시에 노려왔다는 점에서 이러한 시각이 잘못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이 역시 일면만을 본 것이다. 북한은 조건이 맞으면 장거리 미사일을 포기할 가능성은 있지만, 인공위성까지 포기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1999년~2000년 북미간의 미사일 협상 당시 미국은 북한에게 장거리 미사일 포기를 요구했고, 북한은 자체적인 인공위성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결국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을 포기하고, 미국은 자신의 주선 하에 대리로 인공위성을 발사해줄 수 있다는 절충점에 거의 도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