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영화는 잊었다. 지금 나는 신인일 뿐"

[인터뷰] 솔로로 다시 뛰는 '딕 패밀리'의 싱어 박태일씨

등록 2006.06.20 14:11수정 2006.06.2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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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덕에 밤을 지새우는 이들이 늘고 있다. 얼굴을 감싸는 아쉬움, 터져 나오는 환호성, 모두 '즐긴다'는 대전제 앞에서 공평한 즐거움을 나누는 이들. 이윽고 거리 곳곳에서 밤을 하얗게 새운 이들은 또 다른 하루를 위해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새벽 4시부터 "대∼한민국"을 목이 터져라 불러 제친 그들. 그때, 각자의 삶터로 향하는 이들의 등 뒤에 이 노래를 들려주는 것은 어떨까.


a '딕 패밀리'의 싱어였던 박태일씨가 새로운 앨범으로 돌아왔다.

'딕 패밀리'의 싱어였던 박태일씨가 새로운 앨범으로 돌아왔다. ⓒ 나영준

"빠빠빠, 빠빠빠 빠빠빠빠빠빠빠∼
지금은 우리가 헤어져야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
헤어지는 마음이야 아쉬웁지만 웃으면서 헤어져요∼"


정상적(?)으로 놀아본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귀에 익을 노래 마디일 것이다. 70∼80년대 세대가 아니라도 한 번씩은 따라 불렀음직한 가사. 바로 그룹 '딕 패밀리'의 <또 만나요>라는 곡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가수 박태일(당시 예명 박경진)이 있다. 지난 8일 새로운 솔로 앨범을 낸 그를 만나 그 시절의 달콤 씁쓸한 향수와 앞으로의 발걸음에 대해 들어보았다.

<나는 못난이>로 더 유명했던 '딕 패밀리' 시절, 노래는 남는다

- 새로운 앨범으로 다시 돌아왔다. 느낌이 어떤지.
"그룹 활동을 제외하고 솔로 4번째 음반이다. 글쎄, 가수들이 워낙 많아놔서…(웃음) 열심히는 하고 있다. 타이틀은 <남자의 성공시대>라는 노래다. 사랑이야기는 너무 흔한 것 같고, 남자 뿐 아니라 힘든 삶을 사는 이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싶었다. 그룹 활동을 한 영향이 남아서인지, 성인가요긴 한데, 완전 '뽕짝'은 아니다."


- '딕 패밀리' 활동을 한지가 오래 된 것으로 안다.
"그룹의 역사는 삼십 년이 되어간다. 내가 들어갈 때가 77년경이다. 1기 피터, 2기 백민에 이어 3기 싱어로 해체 때까지 활동했다. <나는 못난이>, <흰 구름 먹구름>, <작별>, <또 만나요> 등이 히트를 했다. 그 네 곡 가지고 20여 년은 끌은 것 같다(웃음). 아무래도 대표 곡인 <나는 못난이>가 많은 밑거름이 되지 않았을까?"

a 그는 다시 새로운 전성기의 꿈을 꾸고 있다.

그는 다시 새로운 전성기의 꿈을 꾸고 있다. ⓒ 박태일

- 한때 '서생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 것으로 아는데?
"'딕 패밀리'로 활동할 무렵 정부에서 외국 이름을 쓰지 못하게 했다. 그래서 드러머이자 팀의 리더인 서성원씨의 이름을 따서 차라리 '서생원으로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룹 'Fevers'가 '열기들'이 된 것과 같다(웃음)."


이후 그들이 누리던 인기는 대단했다. 그리고 폭발적인 열광을 얻다가 방송활동을 접게 된 연유 역시 당시 다른 가수 및 그룹과 비슷했다. 대한민국의 가수왕 조용필도 피해가지 못한 소위 '대마초 파동'이었다.

- 다른 그룹과 마찬가지로 대마초 사건 영향을 받은 것인가.
"그때 대한민국의 어지간한 가수는 피해갈 수 없었다. 덕분에 방송에서 '업소출연'으로 바뀌었다(웃음). 그래도 출연을 못하고 있는데도 노래는 계속 불리는 걸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팬들 덕분이다. 예전 생각이 난다."

박태일씨는 한창 때 "행사나 방송을 하게 되면 <또 만나요>라는 곡이 있어서인지 꼭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하곤 했다"며 "그 당시의 서태지라고 할 수 있었다"고 말하면서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새로운 신인일 뿐, 앨범 홍보에 과거를 팔고 싶진 않다

a 과거의 이름보다는 현재의 '음악'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말했다.

과거의 이름보다는 현재의 '음악'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말했다. ⓒ 나영준

- 10년만에 낸 앨범으로 안다. 다시 노래를 하게 된 계기는?
"그간 개인 사업을 했다. 곡을 쓰긴 했지만 음악에 소홀했다. 조항조씨 같은 동료들의 권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스스로 하고 싶었다. 음악이 아닌 다른 길을 걷는다는 게 싫었나보다. 마지막 앨범으로 생각하고 열과 성을 쏟았다."

- 다시 가수 활동을 시작하며 힘든 부분은 없는지?
"사실 신인이나 다름없다. 다른 가수들에 비해 자료가 많이 안 남아서인지, 노래는 알아도 사람을 잘 모른다. <나는 못난이>를 불렀다는 증거를 들고 다닐 수도 없는 거고.(웃음) 개인보다는 팀 활동에 주력한 영향도 있는 것 같다."

- 요즘 <콘서트 7080>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예전 가수들이 얼굴을 다시 보이는데?
"프로그램의 취지는 좋지만 새로이 활동하는 입장에선 도움이 안 될 걸로 생각한다. 다시 무언가를 시작하려 하는데 마치 잊힌 사람처럼 보일 필요는 없다. 현재가 중요하다. 과거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런 프로그램이 앨범 홍보에 좋은 기회는 아닐까? 박씨는 "그 시절 <나는 못난이>를 불렀던 경력을 팔고 싶지는 않다"며 순수하게 현재의 노래로 승부하고 싶다는 견해를 분명히 했다.

a 한때 모든 프로그램의 피날레를 장식했다는 '딕 패밀리'.

한때 모든 프로그램의 피날레를 장식했다는 '딕 패밀리'. ⓒ 딕 패밀리

- 기억해 주는 팬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때로 그 당시 의상과 머리모양까지 정확히 기억해주시는 분도 있어 깜짝 놀란다. 헛세월을 보내진 않았구나 싶다. 대기실까지 와서 반가워해 주시고…. 예전엔 당연히 알아보겠지 하는 어린 마음이 있었는데…. 나이를 먹어갈수록 고맙다. 혼자인 지금 그런 분들이 큰 힘이 된다. 모두 모시고 옛 이야기하며 술이라도 한 잔 대접해 드리고 싶다. 꼭 그렇게 되도록 열심히 하겠다.(웃음)"

그에게는 한때 '딕 패밀리'의 싱어로서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을 비켜설 수 없고, 어느 덧 중년의 나이를 받아 들여야 하는 시점이 왔다.

요즘 그는 너무나 행복하다. 다시 노래를 할 수 있다는 단순하고 명쾌한 즐거움 때문이다. 신인가수 박태일, 그를 주목해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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