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국민소송제는 국민의 당연한 '권리'

국민소송제 토론회는 주민소송제 토론 재방송?

등록 2006.06.21 17:38수정 2006.06.21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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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국민소송제도 도입방안 공청회 사진.

국민소송제도 도입방안 공청회 사진. ⓒ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지난 16일,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 주최한 '국민소송제 도입방안 공청회'에 갔습니다. 국민소송제는 함께하는 시민행동(http://action.or.kr)이 진작부터 입법운동을 펼쳐온 납세자소송제의 다른 이름입니다. 납세자소송이라는 용어가 조세저항으로 인식되는 등 부적절하다면서 정부와 전문학자들이 지지하는 이름이지요. 전문가들에겐 꽤 중요한 일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국민들에게야 이름이 뭐 중요하겠습니까?

정부, 주민소송제 시행해본 후에 국민소송제 도입하자고

국민소송제(납세자소송제)란?
함께하는 시민행동, 2000년부터 도입 주장

중앙정부나 정부산하기관 등의 위법한 예산집행을 견제하고 납세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로서 국민들이 직접 소송을 통해 낭비된 예산을 환수하거나 예산낭비가 큰 사업의 집행을 중지하라는 요구를 할 수 있다. 원래는 납세자 소송제도였으나 이 용어가 조세저항으로 인식되는 등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어 국민소송제로 변경되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2000년 10월, 하남시민들과 함께 운영부실 및 각종 비리로 인해 무려 186억원의 적자가 발생한 '99하남국제환경박람회'문제에 대해 최초의 납세자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 소송은 2001년 5월, 수원지방법원에 의해 각하되었지만 이후부터 시민행동은 이를 계기로 납세자소송법의 도입을 꾸준히 요구해오고 있다. / 시민행동
핵심은 이 제도가 도입되면 중앙정부, 정부산하기관 등 전 국가적으로 엉터리 예산집행 등 재무회계에 관한 위법한 행위가 있을 때 국민이 직접 소송을 걸어서 그 일을 중지하라거나 낭비된 예산을 토해내라거나 하는 법적 청구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올해부터 시작된 주민소송제와 거의 똑같은 내용입니다. 다만 주민소송제는 지방정부에 국한해서 시행되는 반면 국민소송제가 입법되면 전 정부기관은 물론 정부산하기관까지 소송의 대상이 됩니다.

본래 시민단체들은 이처럼 국민 세금을 쓰는 모든 공공기관의 행위에 대해 국민이 소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전면 도입은 시기상조라면서 지방에서 주민소송제를 해보고 그 경과를 봐가면서 국민소송제 도입도 검토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던 겁니다.

그런데 주민소송제 도입 논의 당시 당연히 지방정치인, 공무원들은 심하게 반발했었고 그때 그들이 주로 제기했던 문제점이 '소송 남발과 행정 위축 우려, 그리고 중앙정부에 대한 국민소송제는 하지 않으면서 지방자치에만 주민소송제를 도입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넓은 사회적 공감을 얻어내지 못했으며, 반면 '지방정부의 방만행정과 예산낭비 만연에 대한 주민의 직접감시와 제재수단이 필요하다, 참여민주주의로 가는 과정에서 주민의 직접참정권 보장을 위해 당연히 도입하는 것이 맞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높았기에 결국 주민소송제 입법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지난 주민소송제 논의 과정에서 최소한 그것이 지방자치에 대한 것이든 중앙정부에 대한 것이든 위법한 예산집행 등에 대한 국민의 직접제소권 보장이 시대적 흐름이고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며, 소송남발 우려 등은 도리어 부차적인 문제라는 데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원론적으론 찬성하지만 시기상조·소송남발이 우려된다?

이처럼 주민소송제 논의과정을 거쳤기에 이번 국민소송제 논의과정에서는 소송남발 등 식상한 문제제기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공청회에 가보니 기획처, 법무부, 법원 등 정부쪽에서 나온 모든 토론자들이 여전히 이구동성으로 소송남발, 시기상조 등 지난 주민소송제 논의과정에서 지방정부 관계자들이 했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답답한 일이지요. 차라리 지방과 중앙행정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어 국민에게 직접제소권을 주었다가는 국익이 크게 훼손될 우려가 있다, 뭐 이런 주장을 펼쳤다면 덜 답답했을 것 같습니다. 다들 '원론적으론 찬성'이라면서 예의 소송남발, 시기상조 이런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기획처 토론자는 현재의 감사원 등 여러 방면의 감사제도, 국회의 예결산심의와 국정감사 등으로 충분하다, 국민의 직접제소권은 과잉조치다라고까지 하대요. 그럼, 지방정부는 중앙정부보다 너무너무 썩어있어서 주민소송제 도입이 가능했던 것일까요?

국민 세금을 쓰면서 멋대로 법을 어겨가며 낭비했을 때 국민이 직접 법의 판단을 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행정이 썩은 데 대한 대응책이 아니고 근본적으로 납세자인 국민에게 당연히 부여되어야 할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것이 가장 공명정대하고 효과적인 행정감시책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생활에 바쁜 국민들이 자기 비용과 시간을 들여 행정행위를 일일이 감시하고 소송까지 걸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엉터리 예산집행과 잘못된 행정 예방하는 게 주목적

더구나 우리나라의 경우 주민소송을 하려면 수백 명의 서명을 받는 수고까지 감수해야만 합니다. 이러한 제도는 도리어 공직자의 경각심을 일깨워서 엉터리 행정을 예방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제도는 선량하게 맡은바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대다수 공무원들에게는 아무런 불이익도 주지 않습니다.

때문에 민주주의 원칙에도 부합하고 남발 우려 등에 관해선 이미 사회적으로 과장이라는 판단이 내려진 이 제도의 도입에 대해 더 이상 남발 우려, 시기상조 등 항상 똑같은 반론으로 방해하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진짜 다수 국민들에게 해가 될 만한 우려가 있다면 그걸 설득해 보십시오. '불순한 정략적 의도 등에 악용될 소지가 있고...' 이런 얘긴 제발 그만하십시오. 지겹습니다. 비합리적이고 자기 멋대로의 잣대를 들이밀면서 국민의 당연한 권리까지도 무시하는 일은 그간 일부 '불순한' 공무원들이 더 많이 했을 겁니다.

주민소송제 시행되고 있는 마당에 국민소송제 거부할 명분 없어

그런 사람들 보호하려다 덤터기 쓰지 말고 지금이라도 진짜 이 제도를 도입하면 국가적으로 나쁜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는가, 진지하게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국민의 참정권을 확대하는 새로운 제도가 도입될 때마다 공무원, 정치인들은 똑같은 얘기를 했었습니다.

그런 제도들이 지금 '남용'되고 있다고 생각합니까? 없었으면 더 좋았을 거라고 보나요? 주민소송제 도입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이미 제도가 시행중인 마당에 국민소송제 도입을 거부할 명분은 더 이상 없습니다. 어차피 도입될 거라도 최대한 시기나 늦춰보자, 그런 생각하지 말고 좀 적극적으로 사고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기득권자들이 아무리 싫어해도 다수 시민들에게 그들의 힘을 나눠줄 수밖에 없는 것이 세상의 흐름이고, 민주주의는 그렇게 해서 진보해 왔습니다.

이 글은 함께하는 시민행동 최인욱 예산감시국장이 쓴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예산감시시민행동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국민소송제(납세자소송제)에 관한 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0098.or.kr

덧붙이는 글 예산감시시민행동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국민소송제(납세자소송제)에 관한 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0098.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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