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당선자 약속실천다짐대회에서 김문수 경기도지사 당선자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 스스로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 이유를 내놔야 한다."
한나라당 초선의원 모임인 '초지일관'이 마련한 토론회에서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이 던진 충고다.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압승은 정부여당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이지 전통적 지지층이 확장됐기 때문이 아닌 만큼 외연을 확대하려면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충고다.
눈길을 끄는 표현이 있다. '차악'이다. 김헌태 소장은 한나라당이 한발 더 중도 쪽으로 이동하든지, 여당에 대한 실망표를 중심으로 한 '차악'의 선택을 받든지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새삼 떠오르는 말이 있다. 많은 이들이 지방선거 결과를 "부패보다 무능이 더 싫다는 민심의 표출"로 정리했었다. 이 말과 김헌태 소장의 '차악' 표현과는 맥이 같다. '더 싫다'는 의식이 '더 좋다'는 취향을 담보하는 건 아니다.
그래서 한나라당의 고공비행은 추락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 이유를 내놔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최근에 한나라당이 보이는 모습은 정반대다.
공천헌금 사건 수사의뢰하던 한나라당, 선거 뒤에는
부인의 공천헌금 4억원 수수 때문에 탈당과 정계은퇴를 선언했던 김덕룡 의원이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대선에서 할 일이 있다며 눌러앉았다. 공천헌금 사건을 검찰에 수사의뢰했던 한나라당의 각오로 봐선 "그럼 출당으로 대응한다"고 나설 법 하지만 소식이 없다.
그럴 만도 하다. 한나라당은 공천 헌금을 받은 혐의(경남 고성군수 출마희망자에게 사무실 전세보증금 2천만 원 수수)로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된 김명주 의원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배치했다. 김명주 의원 본인은 농림해양수산위로 가겠다고 했지만 그가 판사 출신이라는 이유로 법사위 자리를 강요했다는 것이다.
법률안 심사와 함께 법원·검찰을 담당하는 법사위 위원으로 공천헌금 수수 피고인을 배정한 한나라당이다. 그런 한나라당이 본인도 아니고 부인이 공천헌금을 받은 사람을 제재하면 욕을 먹는다. 뒷간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표정이 어쩜 그리 다르냐는 욕 말이다.
이런 사례가 차곡차곡 쌓이다보면 '최악'과 '차악'이 자리를 바꿀 수도 있다. 여지는 충분하다.
'YS비자금'의 주역 강삼재 전 의원이 한나라당에 7.26 국회의원 재보선 공천을 신청했다. 또 여의도 시위 농민 사망사건으로 물러난 허준영 전 경찰청장도 "그 사건이 내가 물러날 사안이었느냐"고 반문하면서 한나라당의 공천장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이 공천 신청을 하는 것까지 한나라당이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공천심사결과를 지켜본다 치더라도 다음의 경우는 다르다.
한나라당 소속의 경북 봉화군수 당선자 김모씨가 어제 구속됐다. 공천을 받은 대가로 측근을 통해 국회의원 보좌관에게 5천만원을 건넨 혐의다.
언론은 이 사건에 꽤 큰 비중을 뒀다. 최초의 지방선거 당선자 구속 사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초'의 성격이 구속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최초'의 한나라당 당선자 구속이기도 하다.
이게 문제다. 앞으로 한나라당 당선자 구속 사례는 줄이을 공산이 크다. 물론 다른 정당 소속 낙선자의 구속도 동반되겠지만 언론은 어차피 한나라당 소속 당선자에 주목할 것이다. '야인'과 '현역'은 기사 가치가 다르다.
이제 한나라당이 선택할 차례
이건 지방선거 압승이 던진 부메랑이다. 그래서 방어벽을 쌓아야 한다. 방법은 퇴출이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퇴출을 하면 반발이 따른다. 게다가 김덕룡 의원 건으로 봐선 퇴출 의사도 없다.
그뿐인가. 한나라당이 '차악'을 적어도 '차선'으로 바꾸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은 개방을 통해 당 체질을 바꾸는 것인데 문을 열었더니 '옛사람'이 모여든다. 오죽했으면 소속 의원이 "한나라당은 쓰레기 집합소냐"고 쏘아붙였겠는가.
지방선거에선 한나라당이 선택을 받았지만 이젠 한나라당이 선택을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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