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는 예술적 영감의 동행자였다

[서평] <매혹의 조련사 뮤즈>

등록 2006.06.22 10:21수정 2006.06.2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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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여자' 수동적 이미지 탈피…삶 개척한 여성 재해석
존레논과 오노 요코·니체와 릴케등 상호간 '윈윈'이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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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최희영 기자]예술에서 여성은 '객체'일 때가 많다. 위대한 남성 예술가의 파트너로서 예술적 영감을 주는 수동적인 존재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은 것. 그런 여성들을 '뮤즈'라 부른다. 그런데, 어찌 그런 뮤즈만 있을까. 전형적인 뮤즈의 틀에서 벗어난 능동적인 뮤즈도 있지 않을까. '매혹의 조련사 뮤즈'는 남성 예술가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는 동시에 자신의 삶 역시 스스로 개척한 새로운 뮤즈를 담아낸 책이다.


뮤즈(muse)는 학예의 여신이다. 시와 음악, 역사와 천문학을 주관하는 신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뮤즈는 위대한 남성 예술가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 여성을 가리키는 의미로 바뀌었다. '매혹의 조련사 뮤즈'는 그러한 통념을 뒤집는 책이다. 적극적으로 남성 예술가들을 보살피고 때로는 그들을 혹독하게 조련시키며, 그들의 삶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풍부한 사료를 바탕으로 되살려내고 있다.

책에서 소개하는 뮤즈들은 '남자의 여자'가 아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소유되지 않고 자립적으로 삶을 개척한 당당한 여성들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숨은 주인공 앨리스 레델, 존 레논의 아내가 아닌 독립적인 전위예술가로 새롭게 떠오르는 오노 요코, 광적인 연애를 했던 니체와 릴케 등의 책을 직접 비평했던 루 잘로메에게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한다.

a '예스 요코 오노' 전시회의 포스터. 저팬소사이어티에서 열린 이 전시회는 인내심과 상상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녀가 달성한 것을 마음속에서 조합해볼 수 있게 했다.

'예스 요코 오노' 전시회의 포스터. 저팬소사이어티에서 열린 이 전시회는 인내심과 상상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녀가 달성한 것을 마음속에서 조합해볼 수 있게 했다. ⓒ 우먼타임스

남성 예술가의 삶을 기획하고 방향을 제시한 뮤즈도 있다. 천재 미술가 살바도르 달리의 여인으로 알려져 있는 갈라 달리가 대표적인 예다. 살바도르 달리는 탐욕스럽고 자기만의 신화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미완의 대기'였다. 하지만 그의 삶이 바뀐 건 갈라 달리를 만나면서부터다. 갈라 달리는 프로모션 감각을 발휘했다. 그를 대신해 협상하고 작품 거래 계약서에 직접 사인을 했다.

수동적 뮤즈의 틀을 박차고 능동적 뮤즈의 세계로 뛰어든 여성도 있다. 리 밀러는 남성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보조적 위치에서 벗어나 직접 예술적 영감을 표현하는 예술가가 된 여성이다. 미국의 유명 사진작가 만 레이의 모델로 활동하던 그녀는 그와 헤어진 뒤 예술사진작가로 거듭났다. 2차 세계대전 때는 종군 사진기자로 맹활약하기도 했다.

이 책은 서로를 소유하지 않고 동등하게 예술적 영감을 주고받은 이상적 관계도 소개한다. 미국 발레를 이끈 예술감독 조지 밸런친과 뉴욕시티발레단의 주역 발레리나 수잔 퍼랠은 스승과 제자, 친구와 연인 사이를 넘어서서 서로의 재능을 더욱 발휘할 수 있도록 긍정적인 동기를 부여했다.


이 책은 그들이 남긴 사진과 일기, 편지, 자서전과 예술작품 등을 통해 새로운 뮤즈의 의미를 촘촘하게 되살려낸다. 그 누군가의 여자로 머물지 않고 '내 삶의 주인공은 나'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실천한 뮤즈들의 모습은 현대여성들에게 또 하나의 롤모델을 제시한다.

"뮤즈들에게도 야망이 있었다. 그녀들은 왜 뮤즈라는 별 볼일 없는 지위에 귀속되어 있는지에 대해 해답을 찾으려 했다. 그녀들의 용기는 분명히 대부분의 남자들보다 더 큰 것이었다. 결국 이들의 신산한 노력은 그녀 자신들을 단순한 영감의 원천에서 벗어나 스스로 빛나는 창조자로 거듭나게 하기에 이르렀다."


지은이의 끝맺는 말을 읽으며 책을 덮으면, 또 다른 세상을 만날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프랜신 프로즈 지음│이혜성 옮김│푸른숲 펴냄

덧붙이는 글 프랜신 프로즈 지음│이혜성 옮김│푸른숲 펴냄

매혹의 조련사, 뮤즈 - '나'를 위해 '그'를 만들어간 특별한 여섯 여자 이야기

프랜신 프로즈 지음, 이해성 옮김,
푸른숲,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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