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형원 당선자가 선거운동 기간 중에 과천 지역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며 걷고 있다.초록정치연대
- 선거운동과정에서 특이할 만한 것이 있나.
"자원봉사 선거가 가장 컸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에너지를 남김없이 사용했다. 이 좁은 동네에서 매일은 아니지만 아침 인사 40명씩 나갔으니까. 거의 모든 길목 지키고 사람들을 쫓아다니면서 일일이 얘기하고 설득했다. 인구밀집 지역의 연고자를 찾아내서 조직 선거를 했다.
결국 승부처라 할 수 있는 별양동에서 1등을 했다. 대부분 후보들이 거기 살고, 난 이쪽 중앙동 살았는데도 말이다. 우리 선거 모토가 '유쾌한 변화, 아이들이 행복하도록'이었는데, 30-40대 학부모, 특히 주부들, 조직도 그런 분들이 했다. 저도 거의 스토킹하듯이 그런 분들 따라다녔다. 정책도 학교급식, 환경, 보육 중심으로 내세웠다."
- 당선 소감은?
"일단 다른 지역에서 당연히 되어야 할 사람들이 모두 떨어졌으니 어깨가 무거워진 셈이다. 여기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가 다른 지역에도 영향 줄 테고, 다음에 출마하는 사람에게 기호 10번 물려줘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리고 지역정치 운동의 중요성을 새삼 느낀다."
"초록당 빨리 만들겠다"
- 정당을 추진하는 건가?
"지역정치네트워크는 정당과 거리 있는 일이기 때문에 풀뿌리 정치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 초록당도 빨리 만들어야 할 것 같다. 한나라당에 대한 대안을 못 찾아서 다들 고민인데, 초록대안에 대해 강력하게 이야기할 정책그룹이랄까, 그런 역할을 하는 집단을 만들고 정치세력화를 추진할 생각이다.
그게 지역과 어떻게 만날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인데, 어쨌든 분명한 건 지역 풀뿌리 정치의 주체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처럼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자기 활동을 접고 남김없이 다 짜내서 선거운동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듯하다. 나 자신이 지역정치에 적합한 후보도 사실 아닌데…."
- 그런데 왜, 지역 주민들이 뽑아줬다고 보나.
"우리가 원래 여성 후보 내겠다고 할 때의 문제의식은 지역에서 성실하게 활동한 사람이면 누구든 당선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제도 개선도 해야 될 것 같았다. 정당공천 없앤다고 하긴 하는데, 다음 선거 앞두고 어떻게 될지 모르지.
선거 앞두고 힘들었다. 예비후보 때 보면, 저 놈 똘똘한 후보라고 생각했는데 아직까지 번호도 없고 이상한 놈 취급하니, 나중엔 사람 만나는게 겁나더라. 이쪽은 번호도 없고, 정당 후보들은 첨부터 번호를 찍어서 나오니까. 이쪽이 약세 후보 아닌가 생각하는 것을 보면서 한 번 아찔했고, 두 번째로 한나라당 쪽으로 막판에 50-60%대로 올라섰을 때 또 한 번 아찔했다."
- 과천시의원으로 준비해야 할 일은?
"우선 제도로는 정보공개조례 개정안을 내려고 한다. 정보공개 수준이 위원들 명단도 공개하지 않고, 청구를 해도 내놓지도 않는다. 웬만한 자료들은 알아서 공개하도록 할 생각이다. 그리고 참여예산제는 내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후보자 한 사람의 입으로 현 제도 안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러니 제도를 빨리 정비해서 시민들의 힘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생각이다."
7명 시의원 중 2명... 5명을 설득할 수 있을까
- 7명 시의원 중 민주노동당 한 사람, 서형원 당선자 이렇게 두 사람인데, 두 사람이 나머지 다섯 명 설득하는 거 쉽지 않겠네?
"거부도 쉽지 않을 거다. 거부하면 장외에서 시민발의를 해서라도…. 선거 막바지에 유권자들에게 호소한 것은 견제할 사람 한 사람을 집어넣어주면 종이쪽지를 집집마다 붙여서라도 호소하고 민심을 모아서 들어가서 싸우겠다고 했다. 그리고 시민발의 방식으로 하고 잘못된 정책 알리겠다고 했는데, 어쨌든 의원들 입장에서 그렇게 된다면 부담이 클 것이다. 그리고 예산낭비, 학교급식문제 등 할 일은 정말 줄줄이 많다. 열심히 해 볼 생각이다."
- 남들 다 떨어졌는데, 무소속 기호 10번을 달고도 어떻게 당선될 수 있었다고 보나?
"지역 풀뿌리운동의 힘이다. 예전 90년대 초반 과천 시민모임 시절(지금의 과천 환경연합)부터 지역 시민운동의 단단한 기초체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단체가 지역 시민운동의 선구적 사례인데, 시립 보육시설 청원이나, 논란은 많았지만 여기서부터 수돗물 불소화 문제를 제기했다.
또 최근 생협의 경우 아주 드물게 서울 한살림 산하가 아니라 독립된 과천 한살림이 생겼다. 가구수의 10%, 2천여 가구를 포괄한다. 그리고 학교평화만들기같은 단체는 학교폭력 왕따 문제를 다루는데, 이름은 아름답지만 굉장히 센 조직이다. 왕따 때문에 자살한 아이가 있었는데 거기에 분노한 학부모들의 모임으로 매우 전투적이다."
- 공동육아도 있지 않나?
"공동육아가 세 개, 대안학교가 세 개. 그 외에도 발도르프 교육모임이 있다."
- 어떤 거지?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안학교다. 자유학교라고 부른다. 독일의 루돌프 슈타이너가 창시한 대안교육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퍼져 있고. 우리는 자유(발도르프)학교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12년 통년제로 운영하고, 유치원도 있다. 우리나라 대안학교, 공동육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쨌든 그쪽 역사도 막강하다."
15년간 풀뿌리 운동이 그를 당선시켰다
- 방과후 학교는 없나?
"지역아동센터 개념으로 되면서 한 다섯 개 정도 생겼다."
- 그건 시에서 지원하나?
"한 200만원. 그러나 맑은내방과후학교 만들 때는 콧방귀도 안 뀌었는데. 그래도 후원자만 200명 유지하는 잘 되는 조직이다. 그걸로 에너지를 확인했다. 두 번째로 지역사회 활동가 협의체로 <우리가 만드는 과천의 미래(우리미래)> 만들었다. 여기서 2004년 말 마을회관이라는 지역신문 만들었다. 1만부 정도 찍었는데 나름대로 성과 있었다."
- 과천시민모임부터 시작하면 10년 이상 이곳에서 활동한 건가?
"15년 가까이 된다. 이번 선거 치르면서 경선 과정에서 옛날에 함께 했던 사람들, 후원회 선배들까지 다 참여하고 길거리에 쏟아져 나왔다. 선거과정이 네트워크 형성 과정이었다. 그렇게 두텁게 해놨기 때문에…."
결국 서형원씨의 당선은 15년간 갈고닦은 지역운동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가 기호 10번 무소속으로 당선된 이유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함께하는시민행동 홈페이지(action.or.kr)의 '에피소드'란에 실린 <하승창의 길떠나기> 칼럼을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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