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인사 기사가 삭제돼 발매된 <시사저널> 870호.
이번 사태는 재벌과 언론사 경영진에 의한 명백한 편집권 침해, 언론자유 침해 행위이다. 지난 15일 삼성그룹 측은 기사가 나간다는 사실을 접하자마자 <시사저널>로 찾아가 기사를 빼줄 것을 요구하는가 하면, 이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같은 요구를 했다고 한다.
삼성 측은 '정당한 기업홍보 활동' 정도로 자신들의 행위를 합리화하는 모양이지만, 기사에 사실이 아닌 부분이 있다면 정확한 사실을 알려주고 반론할 대목이 있다면 반론하면 될 일이다.
삼성그룹이 내부의 인사 문제를 지적하는 정도의 언론 보도까지 막겠다고 나서는 것은 한마디로 거대 자본의 횡포이자 재벌기업으로서 최소한의 사회적 감시와 비판도 받지 않겠다는 오만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재벌의 부당한 외압으로부터 편집국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시사저널> 경영진이 보인 태도 역시 상식 밖이다. <시사저널>의 금창태 사장은 기사를 쓴 기자와 편집국장에게 "기사를 안 내보내는 게 좋겠다"고 말하는가 하면, 심상기 회장도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사기업의 인사 내용이라면 기사화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등의 말로 사실상의 기사 삭제를 압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편집국장이 경영진의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하지 않자, 경영진은 회의를 열어 기사 삭제를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원고가 인쇄소에 넘어간 상태에서 기사를 빼고 광고를 넣어버렸다고 한다.
우리는 대표적인 시사주간지 가운데 하나인 <시사저널>에서 사이비 언론사에서나 벌어질법한 노골적인 편집권 침해가 벌어졌다는 사실에 대해 더 큰 충격을 받았다. 나아가 한국사회 '최고권력'이 된 삼성그룹의 언론통제 시스템, 사회통제 시스템으로부터 어느 곳도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만약 문제의 기사가 '삼성'을 다룬 것이 아니라면 경영진이 그토록 무리하게 기사를 뺄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올 초 삼성그룹은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불법 대선자금 제공,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안기부 엑스파일 파문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을 사과한다며 ▲총 8천억 원 상당의 사회헌납 ▲공정거래법 헌법소원 등 취하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 운영 ▲구조조정본부 축소를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삼성그룹이 진정으로 국민들에게 사과하는 마음이 있다면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을 따로 만든다며 생색을 낼 것이 아니라 자신들에 대한 언론들의 일상적인 비판 활동을 받아들고 수용하는 자세부터 배워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재벌의 외압으로부터 편집국을 보호하기는커녕 기사 삭제에 앞장선 <시사저널> 금창태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에게 촉구한다. <시사저널> 경영진들의 일방적인 기사 삭제는 언론사 경영자로서 결코 용납 받을 수 없는 편집권 침해행위일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발행하는 잡지의 권위와 신뢰를 스스로 추락시키는 '제 발등 찍기'나 다름없다.
우리는 <시사저널>에서 물러나야 할 사람은 외압을 거부한 편집국장이 아니라 언론사 사장으로서 자격이 없는 금창태씨라고 판단한다. 따라서 일선 기자들의 요구대로 이 국장이 복귀하고 금 사장이 사퇴하는 것만이 이번 사태를 더 악화시키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
만약 <시사저널> 경영진이 끝까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언론계 전체와 시민사회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을 것이며, 독자들의 신뢰도 잃어버리게 된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시사저널> 경영진의 삼성관련 기사 일방 삭제와 편집권 침해에 대한 민언련 논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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