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택
난에게 죄라도 짓는 것처럼 미안한 마음으로 그 이슬을 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봤습니다. 오, 그 달콤한 맛이란… 꿀 같으면서도 꿀맛보다 더 고소하고 달콤했습니다. 이럴 때 적절한 어휘를 구사하지 못하는 게 너무나 아쉽습니다.
이 맛을 보면서 어떤 전율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도대체 1주일에 한 번 정도 물만 주었을 뿐인데, 햇볕을 직접 쬐지도 못하고 그저 사무실에 앉아 있었을 뿐인데 화분의 흙 속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이 난의 어디에서 꿀이 만들어진 것일까요? 나비가 날아온 적도 없고 벌이 날아든 것도 아닌데…
그 위대함이 몸서리쳐지도록 두렵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일을 할 수 없는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고 작아보였습니다.
저 난에서 조용하면서 길게, 그리고 아름답고 고고하게 살 수 있는 인생 철학을 배우는 것 같아 다시 한 번 자신을 돌아봅니다.
어차피 요즘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장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삶이 끝나는 날까지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저 난처럼 살고 싶습니다. 곧고, 항상 푸른 뜻과 희망을 품으며, 부드러움 속에 강인함을 간직하고 싶습니다. 언제나 내 곁에 있는 저 난처럼 잔잔한 나만의 향기를 주위 사람들과 나누며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