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도 버림받은 국군 용사들

13만5천명의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 법제정과 예산확대 시급

등록 2006.06.25 15:20수정 2006.06.2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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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가 용감해지려면 전투 도중에 전상을 입거나 전사했을 때 버림받지 않는다는 확신이 서야한다. 다치거나 죽어서 전투지에서 버려진다면 누가 목숨을 내놓으면서까지 전투에 임하겠는가. 미군이 용감한 것은 절대로 버려지지 않는다는 확신을 갖기 때문이다.

실제로 적지에 내버려진 미군을 구하기 위한 감동적인 장면들은 숱한 기록을 통해 잘 알려졌다. 더구나 미군은 적진에 버려진 자국병사를 구하기 위해선 막대한 투자까지 아끼지 않을뿐더러 상대국의 민간인까지 살상하는 이기적인 모습까지 보일 정도다.

이런 이유 때문에 때로는 미국은 국제적으로 빈축을 사는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국제여론에 미국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으며 자국 병사 구출에 전력투구한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므로 분노보다는 허탈해진다.

1950년부터 1953년까지 벌어진 한국전쟁기간 동안 주요격전지에 버려진 13만5천명의 전사자유해 가운데 겨우 1090위만 발굴에 성공했다는 것은 우리 국군이 전사자나 전상자에 대해서 얼마나 인정머리 없었던 군대였는가를 극명하게 증명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50년 동안이나 주요 격전지에서 아무렇게나 방치되었던 전사자에 대한 유해 발굴 작업이 처음 시작된 것도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2000년부터라고 하니 기가 막힐 뿐이다. 유해발굴이 시작된 지 6년이 지났지만 유해 발굴이나 신원확인 작업은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예산도 적고 유해발굴에 투입된 인원도 턱도 없이 모자라므로 13만5000위로 추정되는 유해 가운데 겨우 0.8%의 유해만이 발굴되었다는 것이다. 이 중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51위로 이들 유해는 전사자의 고향 선산이나 국립묘지에 안장되었다고 한다.

육군당국이 유해발굴에 3억5천만 원 가량의 쥐꼬리 예산을 배정했다는 것부터 문제이다. 그나마 해당지역의 군부대에서 30∼40명의 보조 인력이 투입되므로 사업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유해 발굴 작업에는 고고학과와 치의학, 장의학과와 의예과 등을 전공한 사병이 동원되며 지뢰탐지기와 기록용 노트북, 지형측정용 GPS 등의 장비까지 동원된다. 이럼에도 발굴이 저조한 것은 50여 년의 전투상황에 대한 전투기록이나 전사자나 전상자에 대한 국군당국의 기본기록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병사를 적진에 투입하면서도 이들의 생명을 하찮게 여겼던 당시 국군당국의 비인도적인 직무유기행위를 세월이 지났다고 하지만 비난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육군당국은 발굴사업 자체가 홍보되지 않아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전사자에 대한 신원을 확인하려면 경찰청과 보훈처, 행정자치부와 해당 지방자치단체와의 유기적인 협조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런 일이 이루어지지 못하기 때문에 국군 자체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려면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6일 KBS와 육군이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31위의 유해에 대한 유가족을 찾으려고 생방송을 진행했지만 단 1위만 유가족을 찾았다고 한다. 나머지 3위는 유전자 감식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국군당국은 경찰청과 지자체가 신원확인을 주도하는 등 유관기관별로 역할과 책임을 명시하고 주요격전지에서 공사도중에 유해가 발견되면 의무적으로 신고해주도록 명문화한 내용의 전사자유해발굴에 관한 법률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해발굴에 대한 예산과 인원을 늘리고 법제정을 서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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