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일간지 <데일리텔리그래프>에 보도된 골프를 치며 여유있게 긴장을 풀고 있는 호주팀.(왼쪽) 오른쪽은 '세계를 발 아래에'라며 호기를 부린 <데일리텔리그래프>.
이탈리아에 져도 카퍼레이드 한다
'그린 앤드 골드 군대(Green and Gold Army)'의 시드니 북부지역 본부인 <더 란츠> 클럽의 응원단장 마크 워렌은 "그럴 리 없지만, 설령 호주가 져도 잃을 것이 없다. 부담은 이탈리아가 더 크다. '히딩크 코드'는 이런 대목을 절대로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마크 워렌의 이런 발언은 지금 호주사람들의 심정을 잘 드러내고 있다. 속으로는 호주가 이탈리아를 꺾어주는 기적을 바라면서도, '히딩크 코드' 운운 하면서 겉으로만 큰소리를 치는 것이다.
그런 현상은 호주당국자의 다음과 같은 언급에서도 엿보인다. "시드니 멜버른 등의 대도시에서는 이탈리아 전 승패와 관계없이 카퍼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다. 사커루는 그런 대접을 받을 만한 업적을 이미 이루었다."
히딩크 감독은 한 술 더 뜬다. 16강 진출을 위한 크로아티아와의 경기를 앞두고 "사커루는 이미 목표를 달성했다. 축구는 이기는 것 보다 멋진 경기를 하는 게 더 중요한다. 그러다보면 승리가 따라온다"고 말한 바 있어 호주의 입장이 대체로 홀가분하다는 것을 엿보게 한다.
한편 호주언론이 국민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서 가장 많이 인용하는 게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이 이룬 '4강 신화'다. 특히 이탈리아 전을 앞두고 그 당시 골든 골을 기록한 안정환 선수가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한국-스위스 전의 스튜디오 해설을 맡은 레일 라식 전 호주 감독은 "처음부터 안정환을 투입하지 않은 것은 큰 실책이다. 컨디션에 문제가 있는지 모르지만, 그가 4년 전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골든 골을 넣은 선수라는 것이 국제축구계에 잘 알려졌고, 그것만으로도 수비수가 달라붙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조재진과 안정환이 함께 움직였다면 박지성, 이천수의 공간이 훨씬 넓어졌을 것"이라면서 "지난 토고 전에서도 안정환은 위협적이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편 라식 전 감독은 아드보카드와 히딩크를 비교해달라는 말에 난색을 표하면서 "비록 한국의 심판 운이 없었지만, 한국은 16강에 나가지 못했고 호주는 진출했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 했다.
그는 이어서 "아드보카트 감독은 한국 언론으로부터 많은 사랑과 비판을 함께 받았는데, 히딩크 감독은 호주 언론의 절대적인 성원을 받으면서 선수들과 어울려 축구를 즐기고 있는 특별한 감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