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 머나먼 별을 보거든 - 3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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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06.06.26 18:36수정 2006.06.26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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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은 도망친 짐승을 다시 사로잡아 온 후, 자신을 기분 나쁜 눈길로 바라보는 그 짐승을 당장이라도 때려죽이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그 이상한 동물은 오시의 말을 믿자면 동료들을 해친 짐승 중 하나임에 틀림없었다. 오시가 주워든 이상한 불꽃이 피어오른다는 몽둥이를 자꾸 보는 짐승의 눈길이 어쩐지 솟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당장은 수이가 가련하고 약한 태도를 보이는 그 짐승을 죽이지 못하도록 만류했기에 놓아두고 있었지만 솟이 심정으로서는 위험한 동물은 가급적 멀리하고 싶었다.


솟은 즉시 어두운 발길을 달려 마을로 돌아가 짐승을 죽이고 사로잡은 성과를 알리고 싶었지만 밤을 거의 꼬박 새우다시피한 덕분에 피곤함이 계속 몰려 왔다. 그것은 수이와 오시도 마찬가지였다. 솟 일행은 나무가 우거진 숲에 들어가 잠을 잘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또다시 이상한 짐승이 솟의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자고 있는 사이에 이 놈이 목이라도 물면 어떻게 할 거야?

솟은 수이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몽둥이를 한번 휘두르면 될 일을 굳이 말리는 수이가 솟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 짐승을 봐. 내가 자세히 봤지만 저 짐승에게는 날카로운 이빨도 발톱도 없었어. 저토록 가련하게 떨고 있는데 무슨 해를 끼친다는 거야.

-하지만 분명 저 놈들이었어. 이상한 불꽃으로 우리 사냥꾼들을 죽였던 말이야.


오시가 솟의 편을 들며 짐승을 때려잡을 듯한 태도를 보이자 수이는 화를 내었다.

-이런 짐승을 때려잡아 뭘 하겠다는 거야. 그슬려서 잡아먹기라도 하려고? 아까도 봤지만 먹을 수 없는 거야. 게다가 이렇게 순하고 사람을 잘 따르는데.


솟과 오시 수이가 옥신각신하는 사이 이상한 동물은 커다랗고 노란 눈으로 그들을 지켜보았다. 솟은 마치 자신을 깔보는 것만 같은 그 눈빛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을로 돌아가 자랑할거리만 아니라면 수이가 만류하더라도 몽둥이를 휘둘러 때려잡았을 런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하자. 덩굴줄기로 이놈을 묶어두는 거야. 그리고 잠을 자면 괜찮겠지?

솟의 말에 수이는 겨우 동의를 했고 오시는 덩굴줄기를 가져와 이상한 짐승의 온 몸을 칭칭 감아 두었다.

-물이라도 먹여야겠는데.

수이는 이상한 동물을 걱정했지만 이슬을 모아 겨우 목을 축여 온 그들에게 당장에 물이 있을 턱이 없었다. 이상한 동물은 상당히 괴로워했지만 오시는 덩굴줄기를 꽉 조인 후 솟과 수이가 있는 커다란 나무위로 올라갔다. 오시는 그 이상한 동물이 다른 짐승의 가죽을 걸치고 있으며 피부가 뱀처럼 매끄럽다는 사실을 솟에게 말해 주었다. 솟은 자신이 걸친 사슴 털가죽과 이상한 동물이 입고 있는 가죽을 번갈아 보며 오시가 뭔가 잘 못 알고 있다고 여겼다. 솟이 알기로 저러한 가죽을 가진 짐승은 없었다.

-저렇게 두었다가 다른 짐승에게 잡아먹히지 않을까?

솟은 수이의 걱정스러운 말에 대꾸도 않고 몸을 뒤척였다. 이상한 짐승에게서 빼앗은 매끈한 몽둥이가 솟의 몸에서 거치적거리다가 나무 아래로 떨어졌다. 솟은 그것을 주우러 내려갈까 생각하다가 그냥 두기로 하고서는 금세 잠에 빠졌다. 수이와 오시도 이상한 짐승이 눈을 감는 것을 본 후 잠에 빠져 들었다.

솟은 꿈을 꾸었다. 그것은 한 무리의 이상한 짐승을 향해 몽둥이와 돌, 횃불을 들고 정면으로 돌진해 가는 수많은 동료 사냥꾼들이었다. 그것은 현실에서는 결코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사냥꾼들은 이상한 짐승들을 마구잡이로 죽였지만 그 이상한 짐승들의 수는 자꾸만 불어만 갔다. 솟도 몽둥이와 돌을 들고 짐승들을 향해 던지고 휘둘렀지만 이상하게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이윽고 이상한 짐승들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그것들은 오시가 말한 이상한 불꽃으로 동료 사냥꾼들을 그을려 죽였고 떼로 달려들어 죽은 동료의 살점을 물어뜯어 먹었다. 마침내 그것들은 솟에게도 달려들었다. 솟은 필사적으로 몽둥이를 휘둘렀지만 손도 발도 마치 굳은 듯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솟은 괴로워하다가 잠에서 깨어났다.

-아!

솟은 나무위에서 흔들거리는 몸을 가까스로 바로잡고 이상한 동물이 묶여있는 나무 밑을 내려보았다. 그곳에는 끊긴 덩굴줄기만 놓여 있을 뿐 이상한 동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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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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