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에게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들꽃은 행복한 자리를 알고 있다

등록 2006.06.27 11:06수정 2006.06.2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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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나는 섬진강과 지리산 자락을 걸으면서 많은 들꽃들과 만났다. 처음 본 꽃도 있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는데 다시 만난 반가운 꽃도 있었다. 추억이 있는 꽃이 있는가 하면, 처음 만나 새로운 추억을 만든 꽃도 있었으니 지난 봄엔 들꽃과 진한 연애라도 한 듯하다.


구례 봉산에서 만난 양지꽃
구례 봉산에서 만난 양지꽃조태용
공자님은 익자삼우(益者三友)라고 하였으나 실은 자연과 사람 사이에도 배울 점이 있으니 온 천하가 모두 스승인 셈이다. 단지 배우려는 자세와 마음씨가 중요할 뿐이다. 하지만 이 배움이라는 것이 지극히 인간적이다. 들꽃은 사람에게 '이런 것이야'라고 말하지 않는다. 단지 인간이 들꽃에게 '이렇구나'라고 배우는 것이다.

나 역시 들꽃을 만나면서 몇 가지를 느끼고 배웠다.

섬진강 마을 문척면 보리밭에서 만난 봄맞이꽃
섬진강 마을 문척면 보리밭에서 만난 봄맞이꽃조태용
들꽃은 초야의 스승을 닮았다. 들꽃은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후대를 준비한다. 산모퉁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들은 스스로 알아서 꽃을 피운다. 오직 평가는 자신들의 후손을 얼마나 많이 퍼지게 하느냐에 있을 뿐이다. 그래서 들꽃은 중앙무대에서 화려하게 말 꽃을 피우는 인물이 아닌 시골에서 후학을 키워내는 '참스승' 같은 인물을 닮았다.

구례 논에서 만난 둑새풀
구례 논에서 만난 둑새풀조태용
들꽃은 소박함으로써 스스로를 들꽃이게 한다. 들꽃은 소박하다. 화려한 것도 있으나 화려하면 화려할수록 들꽃이 아닌 장미처럼 길들여져 화원 속의 꽃으로 변한다. 그러니 올곧게 들꽃으로 남으려면 그 꽃과 자태가 소박해야 한다. 화원 속에 있는 꽃들도 한 때는 모두 들꽃이었을 것이다. 그들이 너무 아름다웠기에 그들은 화원 속으로 들어가 인간에게 길들여지고 종속되었던 것이다. 어느 것이 좋은가? 소박하게 스스로를 지켜가면서 자족하며 사는 것과 화려하지만 소비사회에 종속되는 삶을 사는 것 중에 무엇을 선택하느냐는 본인의 몫이다.

지리산 문수사 가는 길에서  만난  민들레
지리산 문수사 가는 길에서 만난 민들레조태용
들꽃은 행복한 자리를 알고 있다. 들꽃은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를 안다. 들꽃이라고 해서 아무 곳에서나 꽃을 피우는 것이 아니다.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를 너무나 잘 알고 꽃을 피운다. 물봉선은 물가에 있고, 양지꽃은 햇살 좋은 곳에 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기가 있어야 할 곳을 알고 행복해야 할 곳은 안다. 행복한 사람도 이와 같다.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를 모르고 추한 태를 보이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지금 내가 있어야 할 자리가 어디인가? 좌불안석(坐不安席)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자기 자리가 아니면 행복하지 못하다. 물봉선이 물가를 떠나 살 수 없듯이 자기 자리가 아닌 곳에 있는 사람 또한 행복하지도 못하며 오래 그 자리를 지키지도 못한다.

들꽃은 스스로 꽃을 피우고 생존하기 때문에 진실로 아름답고 행복하다. 작은 일이라도 스스로 생각하고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과정 속에 노동의 보람이 있으며 행복도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 시켜서 일을 하고, 행복이 아닌 돈을 위해 일한다.


'이 일을 하면 돈이 얼마가 들어오는가'와 '이 일을 하면 얼마나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천칭저울 양쪽에 놓는다면 어느 쪽으로 기우는가? 만약 행복 쪽으로 접시가 기운다면 당신의 이미 들꽃을 닮은 사람일 것이다.

'들꽃에게 무엇을 배우고 느끼냐'는 모두 당사자의 몫이다. 들꽃은 사람에게 또는 나에게 배우라고 말한 적이 없으며 교훈을 주고자 그 자리에 있는 것도 아니다. 모두 사람의 생각이고 해석일 뿐이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도 들꽃, 아니 자연과 끊임없이 만나 그들과 찐하게 연애를 해 볼 생각이다. 그 속에 행복으로 가는 길이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참거래농민장터(open.farmmate.com)와 유포터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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