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좋아하는 책은 따로 있어요

[아가와 책 25] 아기들이 <달님 안녕>을 좋아하는 이유

등록 2006.06.27 16:33수정 2006.07.12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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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책 <달님 안녕>

책 <달님 안녕> ⓒ 한림출판사

아기들 책 중에도 꾸준히 잘 팔리는 ‘스테디셀러’가 있다고 하면 우습겠지만 사실이다. 각종 어린이 도서 취급 사이트나 서점가를 보면 연령별로 좋은 책들을 모아 소개한다. 이 중에 오래 전 출판되었어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책들이 꽤 있다.

<달님 안녕>은 엄마들 사이에서 ‘아기가 참 좋아해요’ 라고 호평을 받는 책 중 하나다. 주변의 권유로 이 책을 구입한 사람들이 처음 책을 보고선 대뜸 하는 반응이 바로 ‘아니, 무슨 책이 이래? 이런 책은 나도 쓰겠다’는 말이다. 그만큼 내용도 단순하고 그림도 매우 단조롭다.


이렇게 시시한 책을 과연 우리 아가가 좋아할까 싶지만 의외로 아이들의 반응은 열광에 가깝다. 전체 내용은 이러하다.

밤이 되어서 지붕 위로 달님이 뜨고 갑자기 구름이 나타나 달을 가린다. 화자는 구름 아저씨에게 달님이 안 보이니 비켜 달라고 말한다. ‘미안 미안 달님과 잠깐 이야기했지’ 라고 말하며 사라지는 구름. 그 뒤로 둥그런 달님이 다시 얼굴을 내민다. 화자는 그 달님을 보면서 ‘달님 안녕,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면서 끝을 맺는다.

너무 단순해서 어른이 보기에는 우스운 이 책이 아가들에게 인기가 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책의 단순함 속에 숨겨진 아가가 좋아할 만한 요소들 몇 가지를 찾아보면 이러하다.

첫째, 한창 언어를 배우기 시작하는 아이가 잘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가 많이 나온다. '안녕, 안녕하세요? 미안'과 같은 인사말과 ‘이제 그만, 가야 한대요’ 등의 동작을 표시하는 단어, ‘달님, 구름 아저씨’와 같은 호칭은 아기가 말을 배우는 동안 많이 접할 수 있는 단어들이다.

아이가 아무 것도 모르고 못 알아듣는 듯하지만 발달 이론에 따르면 이미 생후 3개월 이후의 아가는 언어에 대해 인지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생후 6개월이 되면서 아기는 반복되는 단순한 단어들을 외워 머릿속에 저장하고 8개월 즈음이 되면 친숙한 단어의 의미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에 나오는 단어들은 생후 6개월 이후의 아가들에게 이미 익숙한 것들인 셈이다. 그러니까 책을 천천히 읽어 주면 아이들은 그 내용을 대체로 이해하며 들을 수 있다. 마치 일상생활에서 엄마가 ‘이리 와, 안아 줄까? 잘 잤어?’ 라고 하는 말들을 이해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이가 이 책을 좋아하는 두 번째 요소는 바로 그림이다. 어른이 보기에 단순한 것 같지만 책의 그림은 아이가 좋아할 만한 부분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일단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책의 앞뒤 표지에 커다랗게 그려진 달님의 얼굴 모양이다. 노랗고 둥그런 형태에 웃는 얼굴을 하고 있는 이 달님의 모양만 보여 줘도 생후 8개월의 우리 아가는 까르르 웃는다.


아이들은 사물에도 생명이 있는 것처럼 인식하기 때문에 사물에 얼굴 모양을 붙여 주면 아주 좋아한다. 최근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토마스와 친구들’이라는 기차 이야기를 보면 기차의 앞부분에 얼굴 모양을 넣어 아이들에게 친밀감을 준다. 옛날에 유행했던 텔레토비 방송 또한 해님과 등장인물들의 웃는 얼굴 덕분에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다.

<달님 안녕>도 마찬가지로 웃는 얼굴 모양의 밝고 예쁜 달님이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어떤 엄마는 ‘책의 겉표지까지 모두 보여 주어야 하는 책’이라고 평할 정도이니 아이들이 이 둥근 달님의 얼굴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만하다. 아직 돌도 안 된 아이가 자기 친구를 만난 것처럼 이 책의 표지를 붙들고 웃고 있는 걸 보면 신기하기까지 하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는 어른들의 이야기책처럼 나름의 ‘스토리’가 담겨 있다.

밤이 되어서 고요한 지붕 위로 달님이 떠오른다.(발단)
달님이 떠 있는 위로 구름이 지나간다.(전개)
구름 때문에 달님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위기)
구름에게 달님을 볼 수 없으니 비켜달라고 말하고 구름은 미안하다며 나간다.(절정)
달님이 떠오르고 인사를 한다.(결말)


어른들에게는 무척 단순한 내용이지만 이와 같은 이야기식 전개는 아이들에게는 재미를 부여한다. 생후 6개월 이후의 아이들은 사건의 인과 관계를 인식하기 시작하므로 이처럼 짧지만 사건과 인과성이 분명한 이야기를 읽어 주면 흥미로워 한다. 특히 구름이 달을 가리는 장면에서는 안타까운 마음에 손을 내밀어 구름을 치우려고 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어른들의 시각으로 보면 단순하고 엉성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이처럼 흥미로운 요소가 많은 책. 이런 책이 바로 아동 도서 부문에서 스테디셀러가 된다. 그러나 다른 엄마들이 좋다고 하여 무조건 선택하는 것은 금물이다. 아이 책을 고르면서 명심할 것은 ‘우리 아이에게 적합한 책’은 항상 따로 있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잠을 잘까요

야부우치 마사유키 지음, 박은덕 옮김,
한림출판사,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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