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6일 오후 김영남(납치 당시 16세)씨의 어머니 최계월씨가 혈액과 모근 등 DNA 채취를 마친 뒤 심경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백도인
오늘의 상봉은 남북간의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마련된 것이지만, 상봉 이후 국내외의 상황 전개는 매우 유동적인 것으로 보인다.
김영남씨가 꺼내놓을 얘기들에 대해 일본의 보수적인 여론은 어떻게 반응할 것이며, 국내 보수언론들은 또 어떠한 입장을 내놓을 것인가. 그동안의 경험을 돌아보면 김영남씨의 말을 듣고 그냥 쉽게 넘어가려 할 것 같지는 않은 예감이 든다.
특히 메구미씨 문제와 관련하여 어떠한 내용의 얘기가 나오든간에, 북한 당국의 각본에 의한 거짓말이라는 논란을 제기하고 나설 가능성이 다분히 있어 보인다. 일본측에서는 상봉 이전부터 벌써 그같은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우리는 일본식으로 가서는 안된다. 2002년 북·일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납북자 문제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정작 일본의 여론은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한 규탄으로 번져갔고, 결국 북·일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게 되었다.
우리의 상황도 그리 간단할 것 같지만은 않다. 국내의 보수언론들이 '28년만의 모자상봉' 자체보다는 '납북'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고, 이번 상봉에 대한 '북한당국의 각본' 의혹을 제기하고 나올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이들 언론들의 북한관련 보도태도를 보면 이같은 예상이 무리는 아니다.
남북 당국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김영남씨 모자상봉을 성사시켰지만, 보수언론이나 단체들은 이를 '반북' 캠페인으로 연결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어렵게 이루어진 남북의 결단은 원점으로 돌아가버릴 위험마저 있다.
모자상봉은 이제 출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