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랄라 공주, 이젠 '희망'입니다"

[주부창업이야기] 속옷가게 '울랄라 공주'...실패 딛고 4평 가게로 부활

등록 2006.06.28 14:34수정 2006.06.28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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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실패의 아픈 추억’이 오히려 힘이 되었다는 장수정씨와 남편 홍진기씨.

‘실패의 아픈 추억’이 오히려 힘이 되었다는 장수정씨와 남편 홍진기씨. ⓒ 전득렬

"장사하다가 망했던 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어요. 망했던 경험을 밑천 삼아 실속 있는 장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속옷가게를 시작했어요. 4평 남짓한 이 작은 가게가 우리 가족의 '희망'입니다."


구미 상모동 파워마트에 위치한 여성속옷전문 가게 '울랄라 공주' 사장 장수정(32)씨는 실패의 아픈 추억을 딛고 일어선지 7개월만에 '성공'의 반열에 올라선 주부창업가다. 4평 남짓한 작은 가게지만 인테리어도 예쁘게 되어 있고 대형 매장 못지않게 왠만한 속옷들은 모두 갖추어져 있다고 자랑한다.

'울랄라 공주'의 또 다른 진평동 매장은 믿을 수 없는 평수 대인 2평이다. 석적점의 친구는 8평 가게를 반으로 나눠 4평을 가게로 사용하고 나머지 4평은 방으로 만들었다. 속옷가게는 2평부터 최대 10평까지의 평수가 가장 경제적인 효과를 발휘한다고 한다.

이 작은 가게에서 얼마나 팔겠느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실수하는 것이라는데, 그것은 여자 혼자서 남편 월급 이상의 '짭짤한 수익'을 벌어들이기 때문이다. 작은 평수라 창업비용이 적게 들고 또 운영이 편하며 대량 물품 구입의 부담도 없다. 또 내가 늘 입는 속옷 판매라 주부와 여성이 운영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또 싼 제품가격에 비해 고객의 만족도가 높아 단골도 많다.

이러한 소문이 나면서 '가맹점'을 개설하고 싶다는 '뜻밖의 제안'이 들어와서 7개월여 만에 5군데나 가맹점이 생겼다.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은 친구 부부가 칠곡 석적에서 창업을 했고 장씨의 어머니(57)가 대구에서 문을 열었다. 주위에서 지켜보던 친구와 가족이 먼저 창업 대열에 합류하면서 '뜻밖의 제안'이 '대박'으로 이어진 것. 지난주에는 가게 손님으로 왔던 고객이 옥계동에 5호점을 개업했다.

'울랄라 공주'가 창업희망자들과 고객들에게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작은 비용의 '소규모 창업'이 가능하고, 행여 '망했을 때'의 손실이 적기 때문이다. 점포는 아무리 커도 10평을 넘지 않아 임대료가 저렴한 것도 주요 포인트다. 또 이익률도 꽤 좋아 가맹점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한다.


고객들의 인기 반응 1위는 단연 '싼 가격'. 팬티 3장에 5천원이라 중고생들도 부담 없이 선물용으로 많이 사간다. 신제품이 1주일마다 공급돼 '속옷이 신선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부담 없는 가격과 다양한 신제품의 빠른 회전이 고객의 발길을 잡은 것이다.

a '작지만 실속있는 가게'가 중요하며 2평부터 최대 10평까지가 좋다고 한다.

'작지만 실속있는 가게'가 중요하며 2평부터 최대 10평까지가 좋다고 한다. ⓒ 전득렬

제품 다양화, 고정비용·재고 부담 없어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서울 동대문시장과 대구 서문시장에서 물건을 해오는데 반품도 가능하다. 인테리어는 최소의 비용으로 견적을 낸 전문 업체에게 의뢰한다. 옷가게의 특성에 맞는 움직이는 조명과 선반·쇼윈도케이스·디자인옷걸이 등은 세련되면서도 심플하게 처리해 유행타지 않도록 했다.

1만원짜리 브래지어 팬티 세트는 같은 제품은 길거리 리어카나 노점상에서 판매하면 싸구려 취급 받아 잘 팔리지 않지만 이곳에서는 잘 팔린다. 매장 판매는 제품의 신뢰도와 더불어 교환·환불 등의 '믿음표'라는 상표까지 덧붙여지기 때문이다.

'울랄라 공주'는 지갑 손수건 머리핀 등 각종 액세서리와 만원짜리 여성속옷세트부터 실내복 여성잠옷 트레이닝복 등을 판매한다. 할인마트상가에 위치하고 있고 주변에는 2천 세대 정도의 아파트와 빌라 그리고 상가가 복합적으로 위치해 있다. 전형적인 동네 장사며 낯익은 단골들이 입소문을 내면서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평수가 작아서 점원을 들일 필요가 없고 냉·난방비 전기세 등이 적게 나와서 고정비용 지출의 부담이 없는 것도 장점이다.

a '예쁜 실내 인테리어와 진열'도 매출의 중요한 포인트로 작용한다.

'예쁜 실내 인테리어와 진열'도 매출의 중요한 포인트로 작용한다. ⓒ 전득렬

준비 없이 시작했던 실패의 아픈 기억

장씨는 구미시내의 대형 쇼핑몰이 부도나면서 모든 것을 잃었던 '실패의 아픈 경험'이 있었다. 3년 전, 아무런 경험 없이 '잘 된다는 소문'만 믿고 무작정 매장을 인수해 옷가게 매장을 시작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몇 천의 보증금과 권리금을 투자했고 첫 사업이라 의욕적으로 일을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장사가 되지 않았다. 영문도 모른 채 몇 개월이 지나면서, 그제서야 옷가게의 특성을 하나둘씩 파악하게 되었다. 젊은 층의 유동인구는 유행에 민감했고 유행 지난 옷 거들떠보지 않았으며 비 메이커 상품치고는 가격이 지나치게 높았던 것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늘 새로운 옷을 들여 놓아야 했다. 유행 지난 재고를 떠안거나 반품할 때는 제품을 두 배로 구매해야 했다. 또 비싼 월세와 직원 월급은 매장경영을 압박하며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일련의 예상치 못한 일들은 수년간 한푼 두푼 모은 남편의 월급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대출 받은 은행돈은 눈 덩이처럼 불어나 '빚더미'로 되돌아 왔다. 집안에 보탬이 되리라 생각하고 시작했던 그녀의 창업 도전은 '꿈'과 '희망'마저 앗아가 버렸다.

a '다양한 제품'과 '저렴한 가격'이 최대 장점. 단골 신규고객 모두 품질과 가격에 만족한다.

'다양한 제품'과 '저렴한 가격'이 최대 장점. 단골 신규고객 모두 품질과 가격에 만족한다. ⓒ 전득렬

남편의 격려 큰 힘, 대한민국 아줌마의 힘으로

실의에 빠진 장씨에게 힘이 되어준 사람은 남편 홍진기(37)씨. 투자금을 모두 날리고 은행 빚까지 졌다며 실의에 빠져 지낸 그녀에게 남편은 '괜찮다'는 말로 위로를 해주었고 다시 '꿈'과 '희망'을 선물하겠다고 약속했다.

박봉의 샐러리맨이었던 홍씨는 퇴근 후 리어카(마차)를 한 대 구입해 '떡갈비 꼬치'를 팔며 길거리 장사를 시작했다. 낮에는 장씨가, 퇴근 후에는 남편이 교대로 장사를 하며 재기의 발판을 만들어 갔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남편과 서울 동대문 시장을 찾았고 눈에 번쩍 뛰는 속옷가게 아이템을 찾아냈다. 가격대별 경쟁력, 메이커 속옷과의 품질 비교, 고객의 선택 기준과 성향, 재고처리문제 등 시장 조사를 꼼꼼하게 했다.

또 유동인구를 상대로 장사를 할 것인지, 동네주민을 상대로 할 것인지 등 가게의 성향도 정했다. 그리고 이웃하는 속옷가게의 성향을 파악하는 등 철저한 상권분석을 통해 '울랄라 공주'를 탄생시켰고 뜻밖의 가맹점 개설로 이어지게 되었다.

a '두 자녀의 엄마'인 장수정씨, 아이들에게 잘 못해줘 늘 미안하다고 한다.

'두 자녀의 엄마'인 장수정씨, 아이들에게 잘 못해줘 늘 미안하다고 한다. ⓒ 전득렬

힘내라,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아줌마'

"'고난 속에 핀 꽃은 생명력도 길다'고 하는 말이 생각납니다. 실패의 아픈 기억을 씻겨주고 함께 고생하며 '꿈'과 '희망'을 선물해준 남편에게 감사드려요. 열심히 일해서 빚도 갚아 나가고 '울랄라 공주'의 가맹점주님들과 함께 새로운 희망의 징검다리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7세의 아들과 17개월의 딸을 둔 장수정씨. 아이들 뒷바라지와 집안일 가게일 등 1인 3역을 거뜬히 해 내는 그녀는 우리시대의 대표적인 '아줌마'다. 엄마 주부 아내 직장인이라는 모든 수식어를 말없이 받아들이며 활짝 웃는 그녀에게서 '대한민국 아줌마'라는 브랜드가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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