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 홈런을 친 이승엽이 홈으로 들어오고 있다.권혁란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활동하는 야구선수 이승엽의 경기를 보러 도쿄돔에 갔다. 일본 여행은, 아니 도쿄 근교 여행은 이것으로 두번째다.
신주쿠·시부야·하라주쿠·오다이바 등 도쿄 시내 정도만 돌아다니면서 일본의 대중문화 탐방을 한 것은 작년의 일.
그때는 동행인 여행객 대부분이 일본의 대중문화들 즉 만화책·애니메이션·영화·음악·게임 등에 심취한 십대의 청소년들이어서 소위 '오타쿠'들이 갈만한 곳들만 찾아다녔다. 만화가게·음반판매장·지브리 스튜디오·방송국·자동차 전시장·조립 로봇 전시장 등등.
예정에 없다가 갑작스럽게 떠나게 된 이번 일본 여행의 동행자들은 그때의 구성원들과 성향이나 취향이 굉장히 달랐는데, 유독 스포츠에만 관심을 쏟는 대학 새내기들과 함께였다.
여행시기 또한 바로 며칠 전으로 월드컵 경기가 한창 무르익다 못해 폭발 직전이었고, 한국에서도 중계해주는 바람에 알 수 있었던 것처럼 이승엽은 자랑스럽게도 일본 프로야구 선수들중에서 최다 홈런으로 줄곧 1위를 달리고 있는 시점이었다.
도쿄 돔에서의 한국어 응원 "이승엽 이겨라"
일본 소설이나 영화와 애니메이션에 푹 빠져 살고 있던 나로선 처음의 일본 여행은 그야말로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이었고, 그러다보니 여행 자체가 즐겁기 한량 없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야구나 축구같은 스포츠에는 그다지 큰 관심도 없고 경기 룰이나 선수들 개개인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별로 없는 나로선 '도쿄 돔에서의 야구경기 관람'은 꿈에서조차 생각해보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이번의 일본 여행은 동행자들이 미리 세심하게 계획하면서 꾸린 여행이었고 나야말로 엉겁결에 동행을 결정한 처지였기에 쓰다 달다 말할 계제가 아니었다.
또 말로는 별 관심이 없다손 쳐도 여행 자체와 스포츠 구경을 하는 것은 마다할 일이 전혀 아니어서 일본 여행과 야구경기장 방문은 설레는 일이었다. 심지어 야구경기구경은 꽤 비싼 편이었고 내가 산 티켓도 아니었으니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리하여, 한국에서 20대 초에 한번 가본 야구경기장 방문과 야구 경기구경을 20년 만에 일본에서 하게 됐다.
신주쿠에서 JR선을 타고 도착한 도쿄돔은 일단 크기로 압도해왔다. 인산인해를 이룬 경기장 입구를 지나 당연히 우리 일행은 이승엽이 속한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응원하러 들어섰다. 그 큰 경기장의 응원석은 이미 꽉 차 있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홈 경기여서 몇 개 남은 맨 꼭대기 좌석에 간신히 앉고보니 응원석은 주황빛 요미우리 팀의 수건으로 넘실거리는 거대한 파도였다.
경기장에 들어서기에 앞서 가방을 열어보이는 검사를 당했다. 경기장 폭력을 염려해서 플라스틱 물병까지 프런트에 맡기기를 권했고, 도시락에서 술 한 잔 마시는 컵까지 모두 스티로폼이나 종이 외엔 소지 자체가 불가능했다.
입구 매장에서 산 일본 도시락을 사가지고 자리를 잡았다. 일본인들이 가득한 틈 속에서 한국인 우리 일행 네 명은 자랑스럽게 33번 이승엽을 찾아 응원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