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 토박이의 보리밭

대추리의 짧은 기록 (2) 6월 8일

등록 2006.06.29 11:42수정 2006.06.2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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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평택주민대책위원회 김택윤 사무국장.

평택주민대책위원회 김택윤 사무국장. ⓒ 이성현

얼마 전, <한겨레21>을 뒤적이다가 대추리에 마늘과 보리 등을 수확하는 시기가 왔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 기사를 보는 순간, 김택윤 사무국장이 보여준 그의 보리밭이 생각났고 미뤄뒀던 6월 8일의 기록을 빨리 완성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추리의 원주민을 자임하는 김택윤(43세, 평택주민대책위원회 사무국장)씨는 서울에서 온 우리를, 게다가 파란 눈의 친구들을 반갑게 맞아 주셨다. 인터뷰에서 원주민이라고 강조하며, 요즘 바쁘고 김지태 이장이 구속된 직후라 마음이 힘들다고 토로한 그.

그는 인터뷰에서 정부의 안이한 대책과 불합리함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정부와 미국 중 어떤 쪽이 더 잘못했다고 생각하며 감정적으로 미운가 라는 질문에 '둘다 그렇다'고 짧게 대답했다.

사실상 보상보다는 자신은 아버지대부터 살던 이 곳에서 떠나기 싫다고 이야기하며 고향을 떠나 살고 싶은 사람이, 그것도 강제로 떠나고 싶은 사람이 과연 몇이냐 되겠냐며 반문했다. 그는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 비관적으로 물어보는 기자 질문에, "희망은 어딘가에는 존재한다. 그리고 믿는다" 라며 한치의 의심없는 목소리와 눈빛으로 단호하면서 왜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 대답했다.

"이런 평택 대추리 - 미국기지 관련 문제, 처음에는 우리끼리 해결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사건이 점차 알려지게 된 것도 그리고 국민들의 공감과 성원을 받고 있는 것도, 해외에서도 힘을 보태겠다고 연락이 오는 것도 모두 희망의 징조다. 아직 끝나지 않은 지지 않은 싸움이다"라고 이야기했다.

a 지도를 유심히 보는 Matt.

지도를 유심히 보는 Matt. ⓒ 이성현

자신들의 국가 지도라며 매트(Matt)와 바네사(Vanessa)는 골똘히 그리고 유심히 살펴봤다. 김택윤 사무국장은 지도를 보여주며 "미국에서 내땅이 보인다니까" 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신이 키운 보리들이 얼만큼 맛있는지, 그리고 어떤 품종인지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이어 기지만 안들어 왔어도 저 녀석들(보리) 더 잘 키워서 제값 받을 수 있었다며 안타까워 했다.

a 미국을 통해 본 김택윤 사무총장의 보리밭.

미국을 통해 본 김택윤 사무총장의 보리밭. ⓒ 이성현

지난 6월 8일 이후 대추리에는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큰 집회도 있었고, 수확도 했으며, 여전히 마을의 정신적 지주인 김지태 이장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문정현 신부 역시도 단식을 풀지 않고 있다.

대추리의 들녘에도 봄은 올까.
누구에게나 오는 봄이, 사소한 즐거움이 대추리 사람들에게는 목숨을 걸만큼 필사적으로 지켜야 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덧붙이는 글 | 서강대학교에서 신문방송을 전공하고 있는 4명의 학생들은 (이정석, 이성현, 유대근, 신은조) 이들의 인터뷰 스케줄을 잡는 일부터 인터뷰 과정에서의 통역, 그리고 취재 과정 중에 생기는 에피소드 등의 기사화, 다른 각도에서의 취재 등 이들의 취재활동 전반에 걸쳐 함께 하고 있다. 

News21 South Korea팀은 네티즌 여러분들의 참여도 환영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보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아래 블로그를 방문하시기 바라며, 각각의 주제로 올라온 게시물 아래에 답글의 형태로 자신의 의견을 포스트할 수도 있다. 

http://news21usmilitaryabroad.typepad.com/news21rokers/

덧붙이는 글 서강대학교에서 신문방송을 전공하고 있는 4명의 학생들은 (이정석, 이성현, 유대근, 신은조) 이들의 인터뷰 스케줄을 잡는 일부터 인터뷰 과정에서의 통역, 그리고 취재 과정 중에 생기는 에피소드 등의 기사화, 다른 각도에서의 취재 등 이들의 취재활동 전반에 걸쳐 함께 하고 있다. 

News21 South Korea팀은 네티즌 여러분들의 참여도 환영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보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아래 블로그를 방문하시기 바라며, 각각의 주제로 올라온 게시물 아래에 답글의 형태로 자신의 의견을 포스트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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