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만 늙은 황새 어쩌나...

월동하고도 번식지인 러시아 아무루강 유역으로 돌아가지 못해

등록 2006.06.30 10:03수정 2006.06.30 12:40
0
원고료로 응원
천수만에 홀로 남아 무논에서 먹이사냥중인 늙은 황새
천수만에 홀로 남아 무논에서 먹이사냥중인 늙은 황새김신환
늙고 병들어 월동을 하고도 번식지인 러시아 아무르강 유역으로 돌아가지 못한, 겨울철새인 황새(천연기념물199호)가 천수만에서 여름을 나고 있다.

이 황새가 처음 발견된 것은 지난 5월 15일 오후 3시께 서산 현대간척지A지구 담수호인 간월호로 물이 흘러드는 해미천 하류 모래톱에서다. 처음 발견될 때 이 황새는 우아한 자태를 잃은 까칠한 깃털에다 잠을 잘 때 다리를 꼿꼿하게 세우는 습성도 잊은 채 넘어질 듯 꾸부정하게 서서 먹이사냥을 하고 있어, 한눈에 늙고 병들었음을 알아볼 수 있었다.

이 황새는 처음 발견한 사람은 김신환(54·서산태안 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원장이다. 그는 철새를 노리는 밀렵꾼들로부터 여름철새를 보호하기 위해 '천수만 철새 도래지'를 순찰 중이었다.

29일 김 원장은 "그날 이후 조류보호협회 서산시지회 회원들과 함께 거의 날마다 이 황새의 이동경로를 추적 상태를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김 원장과 조류보호협회 회원들은 다리를 제대로 펴지 못하는 데다 잘 날지도 못하는 황새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먹이사냥을 못해 굶고 지쳐 죽을 수도 있다고 판단해 포획해서 치료도 하고 먹이를 제대로 먹인 후 상태가 호전되면 다시 방사키로 했다. 그 후 지난 2일 낮과 밤, 3일 등 잇따라 3번의 구조작전에 나섰으나 모두 실패했다.

김 원장과 지역 철새 애호가들이 이 황새에 각별한 관심을 쏟는 것은 송단(松檀), 관학(鸛鶴)으로 불리며 예로부터 길조로 여기던 황새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죽을 수도 있기 때문. 이렇게 되면 서산시의 대표 브랜드인 '우리나라 제일의 철새도래지 천수만'의 명성에 크게 금이 갈 수도 있고 철새 지킴이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처음 발견 이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경로를 추적해 상태를 살피고 있다.

그간 언론 등에 늙은 황새가 노출되지 않은 것은 늙고 병든 황새가 관심거리가 될 경우 조용한 곳을 좋아하는 습성을 다쳐 예기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김 원장은 "최근 먼 거리는 아니지만 해미천 하루 모래톱과 무논 사이에 있는 간월호를 가로질러 날아 먹이사냥을 할 정도로 상태가 호전되었다"며 취재하는 기자에게 자신이 직접 찍은 문제의 황새 사진도 건네주었다.

텃새화 된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원장은 "그럴 경우 소나무 숲에 들어가 소나무 위에 둥지를 틀어야 하는데 모래톱에서 쉬다가 먹이사냥을 위해 무논을 왔다갔다 할뿐 그럴 기미(소나무위에둥지를 틀)는 전혀 보이지 않지만 텃새화를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들이 최악의 사태로 꼽는 것은 황새가 자연사하거나 병사하는 것이 아니라 밀렵꾼에 의해 희생되는 경우다.

이 같은 우려는 현실이 될 여지가 다분하다. 이 황새는 아직 높고 멀리 날지 못해 밀렵꾼들에게는 최상의 표적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이 벌어질 경우, 천수만 지역은 철새도래지의 명성을 잃고 나락으로 추락할 우려가 크다.

황새는 1945년 이전만 해도 황해도와 충북 등 지역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1950년 한국전쟁과 이후 분별없는 밀렵 등으로 거의 멸종되고 현재는 러시아의 아무르 강 유역에서 2000여 마리가 남아 번식활동을 하다 겨울이 되면 우리나라와 일본, 멀리는 동남아 지역까지 도래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철새전문가인 김현태(34·서산고) 교사는 "이 황새의 생존여부가 천수만 철새도래지의 바로미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행담도휴게소 입구, 이곳에 감춰진 놀라운 역사 행담도휴게소 입구, 이곳에 감춰진 놀라운 역사
  2. 2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3. 3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4. 4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5. 5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