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혜
집에 돌아와 다시 식탁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키위를 맛있게 먹고 있는 동생에게 물었습니다.
"이거 칠레에서 들어온 건데, 우리나라 키위보다 맛이 덜한데?"
"글쎄, 난 칠레산 포도는 맛이 좋은 것 같은데. 이것도 먹을 만 하고."
"그래도 우리나라 과일을 먹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 게 어딨어. 선택해서 먹고 싶은 과일 먹으면 되는 거지."
동생과의 논쟁은 그렇게 이어졌습니다. 5살의 나이차이가 이런 것에서 느껴지는 건가 싶기도 하고요.
지난 1일 대학로와 광화문 일대에선 스크린 쿼터 축소안을 반대하는 영화배우와 영화계 종사자들의 시위가 있었습니다. 이날 시위에는 유명 영화배우들이 많이 거리로 나서서인지 꽤 많이 보도됐습니다. 시민들의 관심도 그만큼 더해졌고요.
취재진에 둘러싸인 영화배우들의 사진이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올라왔습니다. 그들은 스크린쿼터가 축소되면 한국영화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을 거라는 것을 주장하며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그렇게 모였을 것입니다. 혹시, 그런 그들의 심각한 얼굴 속에서 우리 농민들의 얼굴을 떠올려 보신 적 있나요?
저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분명 한·칠레FTA 체결 이후 우리 농민들도 그들과 같은 표정이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더욱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며 마음 아파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에게는 관심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그냥 무심코 진열된 과일 코너에서 칠레산 과일을 사먹었을 뿐이지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에 살아가는 연예인들의 스크린 쿼터 문제는 그 덕택에 유난히도 주목 받은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게 되네요. 분명 스크린 쿼터가 축소되면 영화인들의 밥줄이 끊기는 것이나 한·칠레FTA가 체결 이후 들어온 칠레산 과일들 때문에 우리 농민들의 밥줄이 끊기는 것이나 매한가지의 문제인데 말이에요. 너무 무심했던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글로벌 시대. 모두에게 개방된 그런 지구촌이라는 뜻이지요. 이럴 때 일수록 우리 모두가 힘을 모으고 월드컵 때 보여준 뜨거운 열정으로 꽁꽁 힘을 합친다면 그 어떤 나라와의 FTA협상이 우리를 위협해도 스스로 지켜낼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따라 유난히도 키위의 맛이 쓴 건 왜일까요?
덧붙이는 글 | 장지혜 기자는 오마이뉴스 인턴 기자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