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쏘기 하고 싶은 어린이들! 신청하세요

이번 주 토요일 이순신 장군이 되어볼까? 주몽이 되어볼까?

등록 2006.07.04 17:25수정 2006.07.0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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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남산공원에서는 매주 토요일 어린이를 위한 특별한 행사가 진행된다. 남산공원 석호정에서 진행되는 ‘활쏘기 체험 교실’이다. 이 체험행사는 대한궁도협회에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위해 몸과 정신을 건강하게 길러주기 위한 취지로 지난 5월5일부터 매주 무료로 교실을 열고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이 행사는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예약한 후 이용할 수 있다.

a 선생님과 활쏘기 체험을 하고 있는 아이

선생님과 활쏘기 체험을 하고 있는 아이 ⓒ 송춘희


지난 1일 대한궁도협회에서 진행되는 이 행사장을 찾았다. 인터넷을 통해 활쏘기 체험을 신청한 40명의 어린이들이 상기된 얼굴로 활과 화살 과녁을 바라보기에 여념이 없다.

a 진지하게 사두의 강의를 듣고 있는 아이들

진지하게 사두의 강의를 듣고 있는 아이들 ⓒ 송춘희


신정동에서 고유범, 고주희 어린이와 함께 온 서태전씨를 만나보았다.“요즘엔 역사극이 유행이라 아이들이 활쏘기에 관심이 무척 많아요. 그러나 서울 도심에서 직접 이런 체험을 할 기회가 있나요? 아이들과 무척 흥분된 마음으로 이 곳을 찾았답니다” 라고 말했다. 이곳 궁도협회 회원들의 활솜씨를 관찰한 어린이들에게 김태우 사두(射頭)의 강의가 시작된다.(대한궁도협회에서는 회장을 사두라 지칭한다)

a 아이들과  과녁을 바라보며 설명하고 계신 사두의 모습

아이들과 과녁을 바라보며 설명하고 계신 사두의 모습 ⓒ 송춘희


“어린이 여러분 ! 여러분은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게 무엇입니까?”
여기 저기서 각자의 생각이 들려온다.
“친구들이요.”
“공부요!”
“가족과 인터넷이요!”
아이들의 대답을 들고 난 선생님의 말씀이다.

“여러분 세상에는 인터넷, 수학공부, 학교, 보물 뭐 이런 것들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몸이랍니다. 몸이 건강하면 여러분은 부모님께 저절로 효도하는 거에요. 활과 화살은 무기와 같습니다. 생명과 직결된 것이기에 매우 주의해야 하며 소중하게 다루어야합니다.”활의 중요성을 듣고 난 아이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진다.

a 선생님의 설명대로 화살을 쏘아보는 아이

선생님의 설명대로 화살을 쏘아보는 아이 ⓒ 송춘희


“자 오늘은 활 쏘기에 대한 실기를 하는 것이니 앞에 계신 두 분 선생님의 자세를 잘 관찰하여 그대로 시행해 보세요. 화살은 위험한 것이니 순서를 지키고 절대 서둘러서도 안됩니다.”아이들은 김정인, 호미숙 두 분 선생님의 도움 하에 제법 힘차게 화살을 당긴다.

a 습사무언(활을 쏠때는 침묵을 지킨다)의 비석이 보이고

습사무언(활을 쏠때는 침묵을 지킨다)의 비석이 보이고 ⓒ 송춘희


화살을 쏠 때 두 다리는 어깨만큼 벌린다. 두 다리에 힘을 주어 뒤에서 밀어도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좌측 발은 정면을 향하도록 하며 우측 발은 북동쪽으로 오후 세 시 방향이 되도록 한 다음 화살을 당겨준다. 한 어린이의 화살이 과녁을 정확히 맞추자 지도하는 선생님이 외친다.
“관중했습니다.”

오른손에 힘을 많이 준 어린이가 몇 발을 쏘아도 맞추지 못하자 선생님이 웃으며 말씀하신다.“ 활을 쏘는 것은 자신감을 가지고 하되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됩니다.”


이곳에서 제공한 <궁도 입문> 책에는 우리나라 궁도의 역사, 집궁의 원칙, 궁도의 예의 등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고조선 때부터 맥궁, 단궁, 각궁이라는 훌륭한 활을 만들어 사용하였기에 우리민족을 중국에서는 동이족(東夷族)이라고 불렀다 한다. 동이족이란 ‘동쪽의 활 잘 쏘는 민족’ 이라는 뜻이다.

고구려의 시조인 동명성왕의 이름은 고주몽인데 주몽이란 부여의 말로 '활 잘 쏘는 사람'이라는 뜻이라 한다. 이후 궁도가 널리 보급되어 우리나라에는 많은 명궁이 나타났으며 그 중에서도 고구려의 동명성왕, 양만춘 장군, 백제의 고이왕, 고려의 김경손, 이자성 등의 장군과 조선의 태조 그리고 김종서, 이순신 장군이 뛰어났다.


궁도 협회 회원들이 활을 쏘는 곳에는 궁도의 9계훈 중 한 가지 '습사무언(習射無言)'이라고 적힌 비석이 세워져 있다. 활을 쏠 때는 침묵을 지킨다는 뜻인데 실제로 화살을 당기는 순간 잠깐 호흡을 멈추는 단전 호흡을 해야 한다.

지난 40년 간 궁도를 해온 이곳의 고문 고익환옹을 만나보았다. 그는 48세부터 88세인 지금까지 활쏘기를 하셨다고 한다.

“화살은 5개를 1순이라고 합니다. 대개 하루에 20순의 화살을 수련하는 데 그러면 100번의 단전호흡이 저절로 되는 셈이지요. 활쏘기를 통해 폐도 튼튼해지고 소화도 잘 됩니다”라고 말했다.

이제 곧 초등학교의 기말고사가 끝나고 방학이 시작된다. 도심 한가운데 남산공원에서 호연지기를 생각해보며 화살을 당기는 체험학습은 무척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일시: 매주 토요일 오후2시~4시
장소: 남산공원 석호정
찾아가는 방법: 지하철 3호선 동국대 입구역 하차 6번 출구로 나온다. 02마을버스로 북측 순환로 하차 후 도보로 10여분
연락처: 남산공원관리사무소 02)753-7060~2

덧붙이는 글 |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덧붙이는 글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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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입니다.세상에는 가슴훈훈한 일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힘들고 고통스러울때 등불같은, 때로는 소금같은 기사를 많이 쓰는 것이 제 바람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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