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는 왜 전쟁광이 되고 말았을까?

[서평] <명화와 사진으로 만나는 세계사의 주인공들>

등록 2006.07.04 17:08수정 2006.07.0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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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명화와 사진으로 만나는 세계사의 주인공들> 앞그림.

<명화와 사진으로 만나는 세계사의 주인공들> 앞그림. ⓒ 이른아침

쉬성화의 <명화와 사진으로 만나는 세계사의 주인공들>은 인물과 관련한 영상과 사진을 곁들여 현대인의 독서 취향에 맞게 편집된 ‘열전’이다. 때문에 인물의 전기적 사실들을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특정한 측면이나 관점에서 읽기를 강요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저 한 인간의 삶의 배경과 역경, 삶의 전환과 지향이라는 맥락에서 읽어보면 좋은 정도이다. 따라서 나는 기왕이면 ‘인물의 계기적 측면’에 주목하여 읽어보려 하였다.


이러한 나름의 관심 항목을 설정하고 읽다 보니 우선 눈이 간 인물은 이 책의 맨 끝자락에 배치된 ‘히틀러’였다. 히틀러는 어찌하여 전쟁광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을까?

히틀러가 <나의 투쟁>에서 “토지는 그것을 점유할 힘을 가진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평화로운 방법으로 얻을 수 없는 것은 힘으로 얻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하고 있듯 어쩌면 그는 ‘약육강식’의 논리를 비판과 자성 없이 통째로 받아들인 자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생각은 공교롭게도 당시 독일의 민족 내적 사회 혼란 상황과 맞물렸고 부랑자로 떠돌던 그에게 기회를 가져다준 것인지 모른다.

지은이는 히틀러의 성장 배경에서 그의 폭력적 성향의 전조를 발견하고 있지만 결정적인 계기로 들려오지는 않는다. 다만 근본적으로 평화와 안온을 느끼고 배우는 곳이 ‘가정’이라고 했을 때 분명 한 원인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세관원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심한 애주가여서, 술에 취한 날이면 집으로 돌아와 어김없이 아내와 아이를 때렸다. 한 번은 아들 히틀러를 거의 죽을 만큼 흠씬 두들겨 패기도 했다.”

오히려 결정적 계기로 들려오는 부분은 이런 부분이다. “자신이 남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하여 동료 노동자들을 업신여기고 걸핏하면 화를 냈으며, 종종 공상에 빠진 채 자신의 어려운 상황을 도피하려 했다”라는 부분이나 “극단적인 민족주의자이자 반유대주의자였던 바그너의 자서전을 읽으면서 마치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라는 부분에서 이미 전쟁광의 일단이 시작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또 “평화로운 시절에는 굶주리고 힘든 시간을 보냈던 그가 전쟁이 터지자 엄청난 영예를 안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히틀러는 더욱더 전쟁을 좋아하게 되었고, 이를 자기 삶의 탈출구로 삼았다”라는 부분에서도 히틀러의 삶의 방향과 종국을 짐작케 한다.

다음으로 눈이 간 사람은 ‘나폴레옹’이다. 학창시절 참고서의 표지를 장식하던 “정복하지 않으면 정복당한다”거나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라는 말로 기억되는 인물이다. 이 책 역시 나폴레옹을 특별히 깎아내리는 것 같지는 않지만 다음과 같은 부분은 간과할 수 없는 내용이다.


“그는 신화로 남았지만, 자신의 야망을 위해 수많은 목숨을 희생시켰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나폴레옹의 전쟁으로 프랑스는 당시 인구의 6분의 1쯤 되는 50만 명의 생명을 잃었다.”

그렇다면 나폴레옹의 야망의 시작점은 어디에 있었을까? 이런 부분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는 발랑스(Valence)의 포병부대로 전출되어 소위에 임명되었다. 이 기간 동안 나폴레옹은 허름한 군영 숙소에서 18세기 자본계급 학자들의 저서를 읽으며 사회의 불평등과 왕실의 부패, 민중의 격분을 냉철한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는 이러한 불평등한 사회 제도를 뒤엎은 후 자신의 신분을 더 높이 끌어올리고 싶었다.”

역사는 부드럽게만 씌어지지도 조심스럽게만 서술되지도 않는다. 어떤 사람은 세상 사람들의 열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시키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세상 사람들을 전쟁의 도가니로 몰아세우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세상을 어떻게 해보겠다는 사람들보다는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덧붙이는 글 | * 지은이: 쉬성화 / 옮긴이: 성재연 / 펴낸날: 2006년 5월 25일 / 펴낸곳: 도서출판 이른아침 / 출판사 홈페이지: www.booksorie.com

덧붙이는 글 * 지은이: 쉬성화 / 옮긴이: 성재연 / 펴낸날: 2006년 5월 25일 / 펴낸곳: 도서출판 이른아침 / 출판사 홈페이지: www.booksorie.com

명화와 사진으로 만나는 세계사의 주인공들 - 석가모니에서 피카소까지

쉬성화 지음, 성재연 옮김,
이른아침,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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