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추리 꽃을 보시는 어머니 "꽃보다 당신의 인생이 더 아릅답습니다"조태용
결혼 후 제 집에서 두 번째 차려드리는 식사였습니다. 상 위에 올라온 것을 보니 고추, 가지, 양파, 된장, 배추김치, 파김치 등 모두 어머니가 보내준 것으로 만든 요리들입니다. 맛있다고 드시는 감자국의 감자도 보내준 것이고, 그날 먹은 밥도 부모님이 수확해 보내주신 쌀이더군요. 결국 부모님이 생산한 농산물로 부모님의 식사를 챙겨 드린 것이죠.
그 날 저녁엔 섬진강으로 드라이브를 했습니다. 문척교에 차를 멈추고 잠시 다리 위를 걸었습니다. 어머니는 강바람이 참 시원하다며 좋아하셨습니다. 아버지는 낚시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지만 비가 많이 와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동생과 아내 그리고 부모님과 함께 걷던 길은 저 혼자서 걷고 달리던 길과는 다른 느낌이었고 풍경이었습니다.
다음날 아침이 되었습니다. 부모님은 어느 때나 마찬가지로 6시도 못 되어서 일어나셨습니다. 비좁은 집이 답답할 것 같아 부모님을 모시고 산책을 했습니다. 때마침 서시천에 원추리가 가득 피었습니다.
"꽃 정말 많다. 어디 멀리 구경간 것보다 좋구나."
"부모님 오신다고 해서 제가 심어놓은 겁니다.”
"그래 참 좋다."
아버지께서는 얼마 전 다치신 다리 때문에 불편해 하셨고, 어머니는 관절염으로 무릎이 아프셨지만 그래도 자식과 함께 하는 산책이 즐거운지 웃음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 아들 집 오니까 좋아요."
"며느리가 밥도 해주고. 아들이 꽃구경도 시켜 주니 참 좋다."
"어머니 자주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