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사일, 왜 7월 5일에 '6발'인가

[분석] 충격 최대화 시점 고른 듯... 중거리 미사일은 일본 시위용

등록 2006.07.05 13:32수정 2006.07.05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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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북한이 지난 99년 9월 10일 TV에 공개한 대포동 미사일로 알려진 2단식 미사일.

북한이 지난 99년 9월 10일 TV에 공개한 대포동 미사일로 알려진 2단식 미사일. ⓒ 연합뉴스


왜 6발인가?

국제사회의 시선이 함경북도 무수단리의 '대포동2호' 발사준비 움직임에 쏠려있던 상황에서 북한은 5일 오전 대포동 2호를 포함, 미사일 6발을 잇달아 발사했다. 이중 오전 5시께 3번째 발사한 미사일이 '대포동2호'이며, 나머지는 '노동' 등 단·중거리 미사일들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전쟁상황이 아닌 '시험발사'로 6발을 한꺼번에 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물론 미사일 발사 자체가 고도의 정치행위이긴 하지만 그래도 어디까지나 형식적으로는 '실험'이란 모양새를 취하기 때문에 보통 1~2발에 그치는 것이 상식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이날 새벽 3시 30분께 첫번째 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한국과 미국, 일본에서 각각 정부 대책회의가 열리고 있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미사일을 발사했다. 6번째 발사까지 약 5시간이 걸렸다.

북한의 의도는 과연 무엇일까.

우선 국제사회에 던지는 충격을 극대화하려 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미국 등이 뻔히 들여다보고 있는 '대포동2호'만 발사해서는 별로 큰 충격을 줄 수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그래서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각종 미사일을 다발로 내보여 최대한의 시위효과를 거두려 한 것이다.

발사시점을 미국 독립기념일 및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 발사에 맞췄다는 관측이나, 일본의 6개 언론사 기자들을 평양으로 불러들인 상황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점 등도 충격을 최대화할 수 있는 시점을 고른 것이라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또 '노동' 등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명백히 일본에 대한 메시지라는 분석도 있다. 물론 일본 열도를 넘기는 '대포동2호'만으로도 일본은 충격을 받겠지만, 일본열도에 떨어질 수 있는 중장거리 미사일을 함께 내보임으로써 시위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7월 5일 새벽... 미국은 디스커버리 발사, 일본 기자는 평양 취재


이런 분석을 전제로 한다면 향후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짙은 안개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북한으로서는 그야말로 '사생결단'의 자세로 덤벼들고 있는 셈이고, 이에 대해 미국과 일본 등 관계국들이 타협하거나 협상에 나설 조짐은 현재로서 없기 때문이다. 어느 쪽도 휘지 않는 '강' 대 '강'의 대치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첫 미사일 발사가 있은 지 불과 20분 만인 새벽 3시 50분께 관방, 외무, 방위 장관이 모여 대책회의를 갖는 등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기민하게 움직였다. 이날 오전 8시께 니가타항에 입항할 예정이던 북한 연락선 '만경봉호'의 입항을 6개월간 금지하는 조치를 신속하게 취하는 등 사실상 경제제재에 돌입했다. 유엔에서도 벌써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안보리를 통한 제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충격요법에 대해 미·일이 이같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제재를 강화하는 움직임으로 나아갈 경우 북한은 다음 단계의 시위를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 문제는 점점 당사자들의 손을 떠나 국제적인 '힘겨루기' 게임에 맡겨질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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