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하우스
정례적으로 새 학기 초에는 학부모모임을 한다.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평소에는 아이의 학교생활을 거의 방관(?)하다시피 하지만, 학부모모임과 참관수업에는 꼭 참석하려고 노력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어서 종종대며 학부모모임에 참석했었다.
일정은 대략 새로운 담임선생님의 소개와 앞으로 1년 간 학급운영 방향과 당부말씀을 듣고, 학교에서 활동할 간부들을 뽑고 나서 선생님과의 면담을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자주 학교에 오는 학부모야 굳이 바쁜 그날 시간을 내어 면담할 필요가 없지만, 나같이 일 년에 한두 번 오는 사람은 인사라도 하고 가야 한다.
빵을 사가지고 갈까 하다가 책이 좋을 듯 싶어 책방엘 들렀다. 그때 선생님 드리려고 샀던 책이 한상복의 <배려>였다. ‘어린이를 위한’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배려>를 보는 순간 굉장히 반가웠다.
요즘 아이들은 ‘우리 아이가 최고야!’라는 소리를 귀에 달고 자랐기에 자신의 기분과 상황만을 이해해 달라고 큰 소리로 요구하는 것은 잘하지만, 남을 배려하는 것은 잘 못하는 것 같다. 아이에게 ‘네 입장만 생각하지 말고, 상대방의 입장도 생각해주라’고 아무리 말로 타일러도 그때 뿐이고, 그 상황이 되면 ‘역시나’가 되고 만다.
올해 초등 4학년인 딸아이를 보면 학년이 올라가면서 감정도 성숙해지다보니, 친구들과도 미묘한 감정다툼이 자주 일어난다. 다행히 책을 즐겨 읽는 딸아이에게 <배려>를 읽혔더니, 재미있고 좋은 내용이라는 반응이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얼마 전 심한 감정싸움 끝에 절교선언을 한 J의 이야기를 꺼내었다.
딸애가 생각하는 J의 장점과 단점, 다투게 되었던 일에 대해 글로 써보라고 했다. 그리고 난 후 반대로 J의 입장에서 딸애의 장점과 단점, 다툰 일에 대해 써보라고 하였다
“글로 써보니까 어떠니?”
"네, 그동안은 제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화가 났었는데 J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름방학도 다가오는 데 화해를 해야지?”
“생각 좀 더 해보구요.”
‘배려’라는 건 상대방의 입장에서 헤아려 보는 것이라는 걸 알려 주고 싶었다. 워낙 감정의 골이 깊어졌던 터라 아직 J와 화해를 하진 않았지만, 조금씩 감정이 풀려가고 있음을 본다.
<배려>는 한상복의 원작을 아이들의 눈높이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전교회장으로 초등학교의 피날레를 장식하겠다’는 당찬 꿈을 가진 똑똑하고 욕심 많은 초등 6학년생 예나가 1학기 학급회장 선거에 떨어지고, 바른생활부장을 억지로 맡게 되면서 좌절감에 빠지지만, 바른생활부 활동을 하며 ‘배려’의 힘을 깨닫고 극복해가는 과정을 재미있게 그렸다.
저마다 똑똑하고 잘난 것으로 주입받은 이 시대의 아이들에게 모호하게 ‘배려’를 설명하는 것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배려>를 읽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권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도서명 : (어린이를 위한) 배려
지은이 : 한상복 원작 전지은 글 김성신 그림
펴낸곳 : 위즈덤하우스
어린이를 위한 배려 - 엄마와 아이가 함께 감동한 베스트셀러 <배려>의 아동판
한상복 원작, 전지은 글, 김성신 그림,
위즈덤하우스,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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