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물도의 등대와 만나다

장마철에 찾아도 좋은 섬

등록 2006.07.06 14:24수정 2006.07.0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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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민박집 창으로 본 소매물도 항구

민박집 창으로 본 소매물도 항구 ⓒ 정성필

장마철 비가 많이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걱정하면서도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섬을 찾는다. 목적은 관광과 소매물도의 절경을 색다르게 감상하는 해벽 등반이다. 비오는 날 가능할까? 모두들 의아했지만, 경험이 많은 리더와 훈련을 잘받은 대원들이 있어서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출발은 서울이었고 도착은 충무항이었다. 새벽부터 비가 세차게 내렸지만 배는 출발하는데 지장이 없단다. 오전 7시 배를 탄다. 비와 바람이 심해 배를 타고 가는 동안 바다 구경은 불가능했다. 다만 배의 창 밖으로 보이는 비오는 날의 바다는 사람을 감상에 젖게 한다. 한시간 반을 달려 소매물도에 도착한다. 잠시 개인 비에 사람들의 얼굴도 환해진 날씨처럼 맑아진다.


민박집에 짐을 풀고 바다를 감상하면서 암벽등반을 할 수 있는 소매물도 등대쪽으로 이동한다. 소매물도는 아령처럼 양쪽에 등대가 있다. 같은 모양의 중심에 소매물도 항구가 있고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있다. 양쪽의 등대는 각자 독립된 섬이지만 물길이 열리면 걸어서 건널 수 있다.

모세의 기적을 보는 일이 하루에 한 번 있다. 첫째날은 소매물도의 좌측으로 이동, 폐교된 소매물도 분교를 끼고 좌측으로 간다. 안개가 가득하다. 보슬비가 내렸지만 날이 춥지 않아 해벽을 하는데 큰 지장은 없을 것이다. 해벽 장소에 도착한다. 비는 조금 거세졌지만 텐트를 칠 수 있는 공간과 충분한 물 그리고, 설레는 바다의 암벽이 있어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암벽을 오를 때는 아무 생각이 없다. 집중하는 일 밖에 없다. 집중을 하지 않으면 위험하다. 잠시 무언가에 몰두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복잡한 세상에서의 탈출은 이루어진다. 파도가 절벽에 부딪쳐 일어나는 흰 포말이 발밑에서 입을 크게 벌린다. 떨어지면 파도에 휩쓸릴 것이다. 아찔한 순간이 아찔한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비가 점점 더 거세지고 바람이 심해져 더 이상의 해벽은 무리라 생각하고 해벽을 철수한다. 철수하는 동안 날씨는 변덕을 부려 다시 비를 멎게 한다. 비가 멎은 잠시, 우리는 낚시를 한다. 대부분 낚시에는 초보지만 한 시간여 동안 낚시대 3개로 모두가 먹고 남을 만큼의 매운탕감을 잡는다.

매운탕에 넣기 위해 지천으로 널린 조개와 바닷게를 잡는다.손만 뻗으면 잡히는 것들, 이곳이 잠시 모든 자원이 고갈되고 환경이 파괴된 곳이 아님을 실감나게 해준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세상은 넉넉해지고 아름다워진다. 우리는 욕심을 버리고 잡을 만큼만 잡고 돌아간다. 환경이 살아있는 섬을 위해 우리가 머물렀던 자리, 인간의 흔적을 없애고 간다. 돌아가는 길, 푸른 초원과 기암괴석이 있는 등대가 보이는 풍경에 모두 아름다운 마음으로 돌아간다.


아침은 어제와는 달리 햇빛이 좋다. 햇빛이 민박집 창을 넘어 소매물도 항의 모습을 보여준다. 오늘은 섬의 우측 등대로 이동한다. 이번엔 폐교에서 우측으로 돌아 폐등대를 지나 등대까지 간다. 바닷길이 열려있다.

섬과 섬 사이 잠시 열린 바닷길을 따라 바다를 건넌다. 동글동글한 몽돌이 발바닥에 닿는 느낌이 좋다. 바다를 건너는 동안 양쪽에서 밀려온 파도가 부딪쳐 사람 키를 넘는다. 힘찬 파도가 이곳이 바다 한복판임을 느끼게 해준다. 등대로 올라선다.


등대가 있는 섬을 한 바퀴 돌아보는데 삼십 분 정도 걸리지만 섬이 보여주는 절경을 사진에 담으려면 두 시간도 부족하다. 하지만 한 없이 등대섬에 머물 수는 없다. 바닷물이 닫히면 꼼짝없이 등대에 갇혀 하루를 보내야 하기 때문에 머물고 싶어도 나그네들은 떠나야 한다.

등대를 뒤로 하고 민박집으로 이동, 점심을 소매물도 항에 있는 음식점에서 먹고, 3시 50분 배를 타고 충무항으로 이동한다. 비가 그친 바다의 풍경은 아름다운 다도해를 보여준다. 비진도의 멋진 모래해변가를 지나 충무항에 도착한다. 충무항에서 여행의 마무리를 짓고 각자 사는 곳으로 이동한다.

덧붙이는 글 | * 소매물도 가는 길 및 일정(1박 2일 기준) : 서울 -(4시간 소요)- 충무 - 충무항 -(1시간 30분 소요)-  소매물도 배편 이동 - 소매물도 도착 ( 소매물도는 몇 가구 안 살지만 주민들 대부분은 민박을 한다) - 낚시를 가져가면 청정지역이라 낚시 초보라도 잡는 재미를 느낄 것이다 -첫째날 섬 좌측 등대 관광-(이동시간 40분)- 다음날 섬 우측 등대 관광 -(이동시간 1시간)- 소매물도 항-(1시간 30분)- 충무항-(4시간)- 서울.

덧붙이는 글 * 소매물도 가는 길 및 일정(1박 2일 기준) : 서울 -(4시간 소요)- 충무 - 충무항 -(1시간 30분 소요)-  소매물도 배편 이동 - 소매물도 도착 ( 소매물도는 몇 가구 안 살지만 주민들 대부분은 민박을 한다) - 낚시를 가져가면 청정지역이라 낚시 초보라도 잡는 재미를 느낄 것이다 -첫째날 섬 좌측 등대 관광-(이동시간 40분)- 다음날 섬 우측 등대 관광 -(이동시간 1시간)- 소매물도 항-(1시간 30분)- 충무항-(4시간)-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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