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서도 '이장무 서울대총장 임명 반대'?

[현장] 아파트단지 입구서 아이와 함께 팻말 든 여성들... 주민들은 '불만'

등록 2006.07.07 12:53수정 2006.07.11 12:22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서울대 앞에서 시위중인 대사모 회원
서울대 앞에서 시위중인 대사모 회원대사모카페
"저 사람들 뭐하는 거지?"
"우리 아파트에 무슨 문제있는 거야?"



퇴근한 동생과 조카를 집으로 데려다주러 가는 길. 동생이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입구에 누군가 피켓을 들고 서 있습니다. 피켓들 든 사람 곁에서는 또 다른 사람이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주택가 안에서 진행되는 1인 시위를 보는 주민들과 학생들의 표정은 뜨악하기 그지없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로 비도 오락가락하는 장마철에 길거리에 저렇게 서 있는 것일까?

관심있게 보니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사람 곁에서 또 한 사람이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습니다.

"이장무 서울대 총장 임명반대" 아파트단지 입구에서 1인시위

가까이 다가가 보니 '식민사학자의 후손인 이장무 박사의 서울대학교 총장취임을 성남시 분당구 이매촌 주민의 이름으로 적극 저지합시다'라는 붉은 글씨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미 <오마이뉴스>의 보도(<친일파 후손, 서울대 총장 임명 옳은가?> 정지환 기자, 지난 6월 15일)를 통해 이장무 박사의 친일논쟁에 대해 들은 바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별다른 연관이 없어 보이는 지역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까지 시위를 한다니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1인 시위를 하는 분에게 아파트 단지 내에서 이런 시위를 하고 있는 이유를 물어보니 대답을 하지 않고 곁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던 다른 분이 대신 답변을 합니다.


자신을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모임(대사모)' 회원 송아무개라고 소개한 그는 '침묵시위' 이기 때문에 시위 당사자는 말을 할 수 없다며 이장무 서울대 총장 후보에 대한 총장 지명 반대를 위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해줍니다.

"여기 나온 지는 한 삼일 됐습니다. 저희는 대사모라는 인터넷 카페 회원이구요. 회원은 200~230여명 됩니다. 카페가 생긴 지는 얼마 되지 않았구요. 온라인에서 만나 의논하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장무 박사의 집이 이 아파트라고 해서 여기서 시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누가 시키거나 따로 조직을 해서 나온 것이 아니고 자발적으로 나왔다는 이들은 이곳 뿐 아니라 서울대 정문, 정부종합청사 앞 등에서도 회원 중 누군가가 시위를 하고 있을 것이며 회원 100여 명 정도가 번갈아 가면서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전합니다.

이매동 S아파트 근처 은행 앞에서 1인시위 중인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모임'(대사모) 회원 지아무개씨
이매동 S아파트 근처 은행 앞에서 1인시위 중인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모임'(대사모) 회원 지아무개씨김혜원
장마철 날씨도 고르지 못한 데다가 여성의 몸으로 어린아이까지 데리고 나와 몇 시간씩 피켓시위를 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힘든 시위를 하느냐고 물으니 한 마디로 '애국심'이라고 합니다. 서울대 총장 후보와는 어떤 이해관계도 없으며 단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행동에 나섰다는 것입니다.

이 교수의 직계 조부는 조선사편수회에서 수사관보로 근무했던 친일사학자 이병도라는 것입니다. 단군조선의 역사를 부정하고, 삼국시대 이전의 역사를 왜곡한 친일사학자의 손자인 이 교수를 서울대의 총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합니다.

송씨는 또한 자신들의 시위에 대해 큰 힘은 없을지 모르지만 자신들의 행동이 어떻게든 여론을 일으켜 이 교수의 임명을 무산시키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아직 서울대 총장으로 임명되지 않은 만큼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합니다.

주민들의 불만 "왜 사는 동네까지 찾아와서..."

그러나 주민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만은 않습니다.

혹시나 주민들과의 마찰은 없었는지 시위를 하는 사람들에게 주민들의 반응에 대해 물어보니 대부분은 좋은 일을 한다며 격려해주었다고 전합니다. 그러나 제가 만나거나 목격한 주민들의 분위기는 그리 호의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취재를 하는 도중에도 길을 지나던 한 아주머니가 시위방식에 대해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조금 전에 은행 앞에서 이들이 나누어주는 전단지를 받았지만 읽지도 않고 버렸다는 그 아주머니는, 이렇게 동네까지 찾아와 피켓을 들고 하는 모습이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며 시위 때문에 오히려 거부감이나 부작용만 낳게 될 것 같다고 합니다.

"서울대 총장 임명이라면 합당한 절차와 논의를 거쳐 투표로 결정되는 거 아닌가요? 그 과정에서 만일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제외될 것인데 무엇 때문에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그 사람에게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개인의 주거 공간 근처에까지 와서 시위를 벌이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만 키우는 것이죠. 그 사람도 자식이 있고 가족이 있고 이웃이 있는 건데 너무한 거 아닌가요?"

대사모 회원들은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도 1인시위를 벌였다.
대사모 회원들은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도 1인시위를 벌였다.김혜원
시위는 계속 될 거라는데...

시위를 보는 주민들의 시각이야 어떻든 시위는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걱정스러운 것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임으로 시작되었다는 대사모 회원들의 1인 시위가 주민들의 불만과 시위 때문에 빚어지는 갈등을 무시한 채 진행될 경우입니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그들의 순수성이 흐려지고 '서울대 총장 임명 반대'라는 주장마저 의미를 잃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듭니다.

며칠간 계속될지 모르는 시위가 주민들과의 큰 마찰없이 끝나게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콩나물밥 이렇게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콩나물밥 이렇게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2. 2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조선일보' 왜 이럴까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조선일보' 왜 이럴까
  3. 3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4. 4 사진에 담긴 진실... 이대로 두면 대한민국 끝난다 사진에 담긴 진실... 이대로 두면 대한민국 끝난다
  5. 5 윤 대통령 측근에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불행입니다 윤 대통령 측근에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불행입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