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웃음에 홀려 투자자들 '눈물'

유명탤런트 정씨 부자 사기사건... 반복 또 반복

등록 2006.07.07 19:46수정 2006.07.07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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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혐의(유사수신행위규제에관한법률 위반 등)로 형사 입건된 유명 중견탤런트 정욱(68)씨 사건이 세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정씨는 아들 정아무개(40)씨가 사장으로 있는 유사수신업체 N사를 통해 9900여명의 투자자를 모아 다단계 방식으로 1034억여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7일 검찰은 아들 정씨를 구속 기소했고, 탤런트 정씨 역시 불구속 기소됐다.

정씨와 그의 아들이 설립한 N사의 사기 혐의는 금융감독원에 처음 꼬리가 잡혔다. 지난 4월 금감원은 N사를 포함한 68개사를 유사수신행위 혐의로 경찰청에 통보한 바 있다.

당시 금감원은 N사의 사기 수법에 대해 "유명 탤런트 ○○○이 회장으로 부동산, 엔터테인먼트, 오락기 사업을 하고 있다고 선전하면서 1구좌 55만원을 투자하면 다음주부터 주당 6만원씩 3개월여 만에 75만원을 지급한다고 투자자를 현혹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1억원이상 투자하면 부동산 담보 제공과 투자기간에 따라 월 3~5%의 이자를 돌려줄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경찰청에 통보한 N사와 정씨가 설립한 N사가 같은 회사인지 확실히 밝히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동일한 사기 수법으로 볼 때 지난 4월 경찰청에 통보된 N사와 정씨 부자가 세운 N사는 같은 회사인 것으로 추정된다.

정·관계 인사 거론하면 일단 의심해야

이처럼 N사의 사기 혐의를 처음 포착해 낸 금감원은 연예인 등 유명인이 투자자나 모델로 등장하는 투자모집 광고에 대해 계속해서 주의 경고를 보내왔다. 이미 금감원은 지난 2004년 '불법 유사수신 요주의업체의 10대 특징'을 발표하면서 "유명 연예인을 동원하여 광고에 치중하거나 때로는 정·관계 인사를 들먹이며 친분을 과시하는 업체를 주의하라"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N사와 같은 불법 유사수신 업체는 주로 정ㆍ관계 유명 인사 등을 거명하거나 그들과 함께 찍은 사진 등을 보여주며 신뢰성을 부각키는 수법을 쓰고 있다. 이들 업체들이 유명인을 활용해 불법 사실을 은폐하고 안전성을 홍보한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또 "투자자의 거부감을 없애고 신뢰감을 주기 위해 인지도가 높은 유명 연예인을 등장시켜 과도한 광고를 하거나 이들의 투자 성공담 등을 게재하는 방식으로 홍보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정씨와 N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경찰 조사 결과 전국 50여곳 지점을 돌며 투자를 독려해 온 정씨는 투자자들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자신의 유명세 뿐 아니라 국내 굴지의 그룹 창업주마저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씨는 투자설명회에서 "'모 그룹 창업주의 양아들'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감독당국은 거의 매년 유명인을 활용한 과다·허위광고 주의보를 내고 있지만 피해는 끊이지 않고 있다. 금감원이 '불법업체 10대 특징'을 홍보하며 거듭 주의를 당부한 2004년에도 유명 연예인이 개입된 투자자 모집 사기는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04년 9월에는 사설 영상아카데미를 설립한 뒤 유명 탤런트 박아무개씨를 광고 모델로 내세워 투자자 281명으로부터 160여억원을 끌어 모은 송아무개(37)씨가 경찰에 구속됐다. 당시 송씨는 "1계좌 3900만원을 투자하면 매달 65만원씩 1년에 780만원을 보장한다"고 투자자들을 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해 전에는 인기 연예인 20여명이 등장하는 광고를 중앙일간지에 수십 차례 게재한 뒤 투자자를 끌어 모아 150여억원을 챙긴 나아무개(47)씨 사건도 있었다.

시중금리보다 2배 이상 수익 주장 믿지 말아야

이처럼 피해가 계속되는 이유는 투자자들이 과도한 욕심을 부리기 때문이다. 시중금리가 5~6%대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10%가 넘는 수익을 보장한다는 말에 솔깃해 넘어가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얘기다.

안웅환 금융감독원 유사금융조사반장은 "시중금리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익을 보장해 준다며 투자를 요구할 경우 일단 의심해봐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시중금리보다 2배 이상 이익을 낼 수는 없다"고 거듭 주의를 당부했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인턴기자 입니다.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 인턴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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