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포에선 오징어를 맨손으로 잡는다?

해산물 왕국, 어촌 체험의 테마가 넘실

등록 2006.07.09 17:24수정 2006.07.12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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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피서지로 하얀 파도가 넘실 춤추는 바닷가를 택했어도 입맛에 맞는 해수욕장을 선택하기란 또 다른 숙제다. 그래도 소문난 해수욕장은 한두 번씩 가봤고, 처음 가는 곳은 `혹시’하며 의심을 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아직 뜸을 들이고 있다면, 올여름은 구룡포해수욕장으로 눈을 한 번 돌려 보세요.

올해 구룡포해수욕장에서는 오징어를 맨손으로 잡는 행사가 있다. 잡은 오징어는 즉석에서 바로 회로 먹을 수 있다. 연안에서 심해까지 두루 분포되어 있는 오징어를 어떻게 잡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소위 `독 안에 든 오징어’를 잡는 이벤트행사로 치러진다.


a 중심에서 북쪽으로 본 전경, 보기 보다 넓고 깨끗한 백사장을 자랑한다.

중심에서 북쪽으로 본 전경, 보기 보다 넓고 깨끗한 백사장을 자랑한다. ⓒ 정태현

지난 7일 공식적으로 개장한 구룡포해수욕장에서는 오는 29~30일 양일간에 ‘바다, 젊음, 낭만’을 주제로 맑고 깨끗한 해변의 잊지 못할 `여름의 추억’을 만드는 ‘2006 포항해변축제’를 연다.

29일은 각종 게임, 공연행사는 물론이고 피서객과 어우러진 경연대회행사를 열지만 30일에는 피서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맨손으로 오징어 잡기’를 구룡포JC가 준비한다.

먼 바다에서 당일 잡아온 오징어를 수백 마리 이상을 대형망 속에 넣고 피서객들이 같이 들어가서 기구를 사용하지 않고 맨손으로 잡아낸다. ‘독안에 든 쥐’가 아니라 ‘그물 안에 든 오징어’인 셈이다.

누구든지 잡은 오징어는 먹고 싶은 방법으로 먹을 수 있다. 헤엄쳐대는 오징어를 잡으려 쫓아다니는 장관은 부모와, 또는 연인과, 또는 모든 아이들이 동심이 되어 한여름의 바다내음에 두고두고 물들 것이다.

a 장마로 비가 내려 현재 인적이 드문 구룡포해수욕장.

장마로 비가 내려 현재 인적이 드문 구룡포해수욕장. ⓒ 정태현

경북 포항의 구룡포해수욕장은 구룡포에서 호미곶쪽인 북쪽편 구룡포7리(세골) 9-16번지에 위치해 있으며 영일만을 업고 반달형의 모양을 가진, 작지만 아름다운 해수욕장이다.


백사장의 길이는 약400m, 폭 50m, 넓이19,830㎡(약6,000평)의 작은 규모지만 그래도 하루 1만여 명이 한마음으로 뒹굴 수 있는, 호미곶쪽에서는 그래도 가장 큰, 그리고 가장 붐비는 모래벌판이다.

해안선을 따라 형성된 해안경관도 수려하지만 동해의 해돋이와 바다낚시까지도 즐길 수 있는 여건에 한 번 가본 사람들은 매료되고도 남으리라. 더구나 이곳은 모래가 곱고 경사가 완만해 해수욕장으로써의 입지조건은 하늘이 미리 갖추어 주었다.

물이 깨끗하고 수심이 얕아 어린이들이 물놀이하기에도 부담이 적고, 한적하지만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어우러지는 여름휴양지로 이 보다 더 적당한 곳이 어디 또 있으랴? 다만 주변에 송림이 없어 그늘 삼을 만한 곳이 없는 것이 아쉽다면 아쉬운 점이랄까? 그렇지만 그게 뭐 대수인가. 이왕 바다로 왔으니 텐트 그늘 빼고는 햇볕이랑 같이 있음도 좋은 일 아닌가?


a 그 많은 구룡포의 명물가운데 하나, 구룡포 본토배기 과메기

그 많은 구룡포의 명물가운데 하나, 구룡포 본토배기 과메기 ⓒ 정태현

그러나 유명한 구룡포항이 있어 싱싱한 해산물을 구하기가 쉽고 역사가 오랜 어촌의 정취도 만끽하면서, 틀에 박힌 쇼핑을 하는 도시인에게는 살아 있는 자연속에서 숨쉬는 각종 해산물과 만나는 쇼핑이란 얼마나 멋드러진 일인가? 이러한 어촌체험의 테마가 있는 관광은 얼마나 정감어린 일인가? 그래서 자랑하고 싶다. 구룡포가 살아 있다고.

1942년 구룡포가 어업전진기지로 명성을 만들던 그 때, 인천직할시와 구룡포는 경쟁하며 같이 읍으로 승격되었지만 현재 인구 1만1500여 명을 안고 있는 설움의 고장 구룡포.

그 이유가 어찌되었건 차가운 겨울이 되면 이미 전국 주백들의 가슴에 각인된 소주와의 찰떡궁합, 과메기의 원산지가 이 곳이요. 오징어로 유명한 울릉도보다 더 많은 오징어 어획의 고장이 구룡포요. 영덕대게로 유명한 영덕보다 더 많은 대게 어획의 고장이 구룡포라는 사실로 다시 한번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

a 명성은 울릉도에 지지만 구룡포야말로 더 울릉보다 더 많은 오징어를 잡는다.

명성은 울릉도에 지지만 구룡포야말로 더 울릉보다 더 많은 오징어를 잡는다. ⓒ 정태현

고래잡이로 유명한 울산의 장생포보다 더 많은 고래를 소비하던 고래고기시장이 또한 구룡포라는 사실에, 동해안의 가장 큰 어항이 구룡포였다는 현실에, 이제라도 다시 과거 명성의 항구도시로 우뚝 서기를 주민들은 염원하고 있다.

이른 아침, 구룡포 읍내에 있는 수협위판장에 가면 활오징어가 객지 피서객들에게 먹히고 싶어 두 눈을 껌벅이며 기다리고 있고 여름밥상에 입맛 돋우는 보약인 멍게는 특히 도시에서 온 피서객들에게 부끄러워 불그스레 미소 짓고 있다.

새로운 가치로 등장한 어촌계의 자연산 전복이나 해삼도, 오래전부터 일본으로 수출만 했던 성게나 대게, 고동들도 “나 잡아먹지...” 라며 사람들을 유혹한다. 구룡포는 해산물의 왕국이다

a 구룡포해수욕장에 있는 기암들, 이쪽에서 낚시를 많이 한다.

구룡포해수욕장에 있는 기암들, 이쪽에서 낚시를 많이 한다. ⓒ 정태현

백사장 양쪽 남, 북쪽으로 보면 바위섬들이 해변을 장식하고 있다. 규모는 작지만 드문드문 솟아 있는 갯바위가 해안선을 더욱 운치 있게 꾸미고 있다.

해수욕을 즐기다가 대나무 낚싯대 하나 들고 가서 강태공이 되어 봄도 즐겁다. 해안 바위 주변에서의 낚시가 일품이기 때문이다. 갯바위에서 매운탕거리를 낚아 끼니를 해결하는 재미도 있고, 바위섬 옆으로 낚시하기 좋은 곳이 많아 이곳에서 놀래미, 열기, 도다리, 모래무치, 양태 등이 많이 잡힌다. 특히 이곳에서 밤낚시를 하면 어느덧 바다 바람에 묻혀 집에 가기 싫은 강태공의 도를 터득하리라.

해수욕장 북편 나루터에는 마을 어민들이 새벽녘에 고기를 잡아 온다. 아침에 이 곳에 들르면 굳이 구룡포 읍내 위판장에 가지 않아도 해수욕장에서 싱싱한 횟감을 구할 수 있는 재수도 있으리라.

새벽에는 해수욕장 뒷산에 자리 잡고 있는 응암산(鷹岩山) 말봉재 산행을 나서도 좋다. 여기를 오르면 푸른 산과 평화로운 어촌 풍경이 활기 잃은 도시인의 심신을 보듬을 것이다. 별로 멀지도 않고 가파르지도 않다.

a 해수욕장인데도 꼭 계곡에 온 것같은 암석.

해수욕장인데도 꼭 계곡에 온 것같은 암석. ⓒ 정태현

기록에 의하면 이 곳은 신라시대 때부터 관에서 설치 운영한 장기목장이라는 말을 기르는 공목장이었는데, 조선시대 때는 주위 120리에 1,008필의 말을 풀어 놓고 길렀던 곳이었으며, 말을 돌보는 목자군이 244명이나 되었다고 하는 전해지는 곳이기도 하다.

말봉재 옆 전망 좋은 곳에서 시선을 동해바다로 돌려 보라.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고깃배들이 쉼 없이 바닷물살을 하얗게 가르며 오가는 모습들이 너무나도 정겹게 다가온다. 동해안 최대의 전진기지 구룡포항을 넘나드는 어선들은 출어의 힘찬 생동감과 만선의 기쁨으로 구룡포항에 생기를 넘쳐나게 한다.

쪽빛 하늘에는 수천 마리의 갈매기들이 비상을 거듭하다 살포시 내려앉기도 하고, 때로는 무리를 지어 푸른 바다 수면 위를 거침없이 날아가는 장관을 연출하며,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내곤 한다.

말봉재에 올라 세상사 모두 잊고 잠시 동안만이라도 동해바다 풍광을 조망하고 있노라면
고단했던 일상생활에 쌓였던 스트레스까지도 봄눈 녹듯 사라질 것이다.

더위를 벗어나 친구와, 사랑하는 사람과, 아끼는 내 가족들과 같이 간 구룡포해수욕장, 바다와 각종 해산물들과 바다내음에 적셔지고 다시 제자리로 간 현대인이 되더라도... 그리고 ‘너거들’이 잠시 구룡포를 잊어도, 구룡포 바다는 ‘너거들’을 잊지 않고 넓디넓은 가슴으로 꼬옥 품고 있을 것이다.

주차장시설
주차장은 약 180여대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해수욕장 양편에는 공유수면부지인 무료주차장이 있으며, 도로변에는 100대를 주차할 수 있는 개인소유 부지의 유료주차장이 있다.
가격은 하루(24시간 정도의 1박 2일)에 소형 5,000원, 대형 7,000원의 요금을 받고 있다.

야영은 텐트 대·소형 구분 없이 5,000원이다. 가끔은 텐트설치비로 다툼이 발생하기도 하나 해수욕장 번영회에서 인부를 고용하여 청소를 하고 주변정리를 하며, 쓰레기를 치우는 일에 쓰는 비용이라며 협조를 구하고 있다.

a 구룡포에 가실때에는 꼭 낚시대를 가져가야 한다.

구룡포에 가실때에는 꼭 낚시대를 가져가야 한다. ⓒ 정태현

샤워장과 식수대
샤워장도 해수욕장 양끝인 남, 북쪽에 각각 1개소씩 있다. 요금은 7세미만은 1000원이고 그 이상은 1500원이다.

화장실
역시 해수욕장 양 끝인 남, 북쪽에 각각 1개소씩 2개소가 있다.

현지교통
포항시내에서 좌석버스 200번, 200-1번을 타고 구룡포 종점에 하차 후 걸어서 10분 거리이나 호미곶(대보)으로 가는 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으며 1일 8회 운행된다. 승용차로는 물론 쉽지만 택시를 탄다면 3000원 정도 한다.

숙박시설
해수욕장 인근에 민박이 많으며 모텔도 있다.

음식점과 간이매점
해수욕장 주변에도 횟집이 많지만 읍내에는 유명한 각종 해산물식당(고래고기, 대게, 전복, 복어, 활어회 등)이 많다. 소형매점도 해수욕장 주변에 여럿 있다.

주변 관광지
인근 포항과 경주에는 수많은 관광지가 있다. 그러나 그 많은 곳을 관광할 필요가 없다. 더위를 피해 햇볕 내리쬐는 바다를 찾아 온 짧은 일정속에서 틈나는 대로 호미곶 해안변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해수욕장에 설치된 관리본부
바다시청에 3명, 바다파출소에 6명, 보건소 직원 1명이 상주해 있으며 인명구조요원 2명도 두 눈을 부릅뜨고 지키고 있다.

구룡포해수욕장 번영회 지팔식회장
여러 종류의 바가지요금이나 불편사항의 처리는 물론이고, 떠나기 전 각종 정보도 직접 문의하면 된다. 011-816-4410

덧붙이는 글 | '이 여름을 시원하게'에 응모하는 기사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여름을 시원하게'에 응모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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